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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천 들녘에서 씨감자를 심고 있던 김익규씨 부부가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달천 들녘에서 씨감자를 심고 있던 김익규씨 부부가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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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천의 들녘에서 노부부가 씨감자를 심고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산도꾸(괭이와 비슷한 농기구)를 이용해 밭이랑을 일구고 할머니는 호미로 밭두둑을 헤집어 씨감자를 정성스레 심습니다. 식구들끼리 나누어 먹고 남은 감자는 팔아서 살림에 보탠다고 합니다.

"목구멍 포로시(겨우) 구완하고 사는 거여."
"골병만 떨어지요, 농사지은 것이..."

노부부는 감자를 심고 난 밭두둑을 사이좋게 오가며 비닐을 씌우고 흙으로 덮습니다. 씨감자가 얼지 않게 비닐을 씌운답니다. 할아버지(69.김익규)는 밭이랑의 흙을 농기구로 긁어 바람에 날아가지 못하도록 고정합니다. 1년 내내 농사 지어봐야 도시사람들 한 달 봉급도 안 된다고 한숨지으며.

달천의 들녘에서 노부부가 씨감자를 심고 있습니다.
 달천의 들녘에서 노부부가 씨감자를 심고 있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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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부부는 감자를 심고 난 밭두둑을 사이좋게 오가며 비닐을 씌웁니다.
 노부부는 감자를 심고 난 밭두둑을 사이좋게 오가며 비닐을 씌웁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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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을 씌우는 것은 보온과 풀을 잡는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젊은 농사꾼들은 비닐보다는 힘이 들어도 왕겨나 덤불을 이용해 보온을 하는 친환경 농법을 많이 이용합니다.

밭에 풀이 살아 있어야 늘 축축한 습기를 간직할 수 있고 흙도 화상을 입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풀 속에서는 벌레나 천적도 살아갈 수 있고요. 풀을 없앤다고 제초제를 사용하면 벌레가 농작물에 다 달라붙습니다. 그렇게 되면 벌레 잡는다고 또 농약을 해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됩니다.

노부부는 밭이랑의 흙을 긁어 비닐이 바람에 날아가지 못하도록 고정합니다.
 노부부는 밭이랑의 흙을 긁어 비닐이 바람에 날아가지 못하도록 고정합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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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심은 감자는 5월말 무렵에 수확하는 하지감자입니다. 할아버지는 "고상만 씨가 빠지게 한다"며 "농사 뼈 빠지게 지어봤자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합니다. 말은 그리해도 얼굴 표정이 무척 밝고 열심입니다. 감자농사 외에 고구마, 콩, 옥수수, 벼농사도 짓는답니다.

"고구마도 심고, 콩도 심고, 옥수수도 심고, 벼농사도 지어, 그래야 넘 먹을 때 같이 묵제"

이제는 숨이 차고 힘들어 트랙터를 이용해 밭을 갈았답니다. 그런데 그 품삯이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씨앗과 농자재 값도 큰 부담입니다. 남의 손을 빌리다 보니 농산물을 수확해도 별 소득이 없습니다.

"쟁기질할 소도 없고 숨질이 가빠서 못해, 트랙터로 갈았어."

밭에 씨감자 한 알과 호미가 놓여있습니다.
 밭에 씨감자 한 알과 호미가 놓여있습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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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는 한 달 쯤 후에 뿌리가 내리고 새싹이 돋아납니다.
 감자는 한 달 쯤 후에 뿌리가 내리고 새싹이 돋아납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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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심은 밭두둑에 비닐을 씌워놓으면 한 달 쯤 후에 뿌리가 내리고 새싹이 돋아납니다. 새싹이 돋은 이후에는 감자가 무럭무럭 자랍니다.

"퍼렇게 올라오면 인자 숨구멍을 터줘, 뿌리를 박아야 요놈(새싹)이 올라 오제, 한 달 남짓 걸려, 그래갖고 따수어지면 금방금방 커부러."

봄바람이 심술을 부립니다.
 봄바람이 심술을 부립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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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치는 밭이랑 너머로 아름다운 섬 섬달천과 무인도인 새섬이 보입니다.
 물결치는 밭이랑 너머로 아름다운 섬 섬달천과 무인도인 새섬이 보입니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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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바람이 심술을 부립니다. 노부부가 애써 씌워놓은 밭두둑의 비닐을 걷어 달아나곤 합니다.

노부부는 바람의 심술 따위는 괘념치 않고 밭두둑을 만들어 씨감자를 심고 비닐을 씌우는 일에 열심입니다. 물결치는 밭이랑 너머로 노을 지는 풍경이 아름다운 섬 섬달천과 무인도인 새섬이 보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라도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씨감자, #달천, #밭이랑, #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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