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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울산공장 구조조정이 지역의 주력산업인 조선산업 구조조정과 맞물리면서 지역 노동계는 물론 야당 및 시민사회단체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결집현상을 보이고 있다.

 

울산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 등 17개 단체는 지난 22일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저지 울산시민대책위원회(시민대책위)'를 발족한 데 이어 24일 오후 5시 30분 울산시청 앞에서 집중 촛불문화제를 여는 등 투쟁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이같이 울산의 노동계 및 범 진보진영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저지에 결집하는 것은 울산의 주력산업이 조선업이라는 것과 무관치 않다.

 

울산이 '부자도시'라 불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조선산업이 글로벌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조선사마다 구조조정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가 성사되면 도미노처럼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감 울산지역 노동계에 팽배하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이라는 세계 최대 조선소가 자리 잡은 울산 동구는 주민 구성원 절반을 차지하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임금이 이번달부터 10% 삭감되면서 지역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 1962년 울산이 공업특정지구로 지정된 후 울산동구에는 현대중공업이라는 거대한 조선소가 자리 잡았다. 이후 '울산=조선의 도시'라는 등식이 성립돼 왔고, 조선업이 타 업종에 비해 힘들어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으면서 부자도시 울산의 중추가 돼 왔다.

 

또한 민주화 열풍이 불던 1987년 현대중공업이 노동자대투쟁의 진앙지가 되면서 울산의 조선업은 지역은 물론 전국 노동계에 많은 영향을 미쳐왔다.

 

하지만 이런 등식이 최근 들어 깨지고 있다. 조선사들이 선박 수주 격감 등 위기를 하청노동자 구조조정을 통해 해결하려 하고, 지역 경제계와 언론이 조선회사 자체의 어려움으로 치부하면서 주체가 되는 노동자들의 어려움이 제대로 인식되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계와 진보진영은 이 때문에 한진중공업이 울산공장 매각을 추진하면서 구조조정을 서두르자 조선업 전체의 구조조정 신호탄으로 보고 적극 저지에 나서게 된 것. 울산 남구 용잠동에 있는 한진중공업 울산공장에는 조합원 173명 및 하청업체 노동자를 포함해 600여 명이 일하고 있고 사측은 울산공장의 매각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장혁 민주노총 울산본부 본부장 직무대행은(김주철 본부장은 예인선노조를 돕다 업무방해로 구속 수감중)은 24일 "조선업계의 구조조정, 정리해고를 막는 것은 울산경제를 발전시키고 울산시민들의 일자리를 지키는 일"이라며 결사투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4일 촛불집중문화제는 그 투쟁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며 "시민사회단체와 힘을 한 데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창현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위원장도 특별 성명을 내고 "한진중공업의 무책임한 정리 해고는 즉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울산시와 울산시장이 직접 나서서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국민 혈세로 특혜를 받으며, 지난 10년간 수천억 이윤을 남긴 한진중공업의 갑작스런 대규모 정리 해고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진중공업은 지난 89년 대한조선공사를 특혜 인수한 직후, 당시 노태우 정권으로부터 각종 조세 및 금융상의 2차 특혜를 받아 의혹을 받은 바 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특혜를 받고 성장한 한진중공업은 지난 10년간 무려 4300억 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낸, 견실한 조선업체"라며 "조남호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싼 필리핀 같은 나라로 조선업을 모두 옮겨 버리고, 부산 영도와 다대포, 울산 공장을 모두 폐쇄하는 방향으로 구조 조정하고 있다는 의혹을 떨쳐 버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국민 혈세가 투입된 국영기업을 유리한 조건으로 인수한 다음 이어지는 각종 특혜로 기업을 정상화시키고, IMF 이후 노동자들의 뼈를 깎는 고통분담과 노력으로 막대한 이익을 냈다"며 "그런데 겨우 1~2년 조선업이 힘들다고 해서 회사를 정리할 작정으로 정리해고를 감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과 노동자 가족의 생존권을 감안하여, 한진중공업 정리 해고 저지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울산시가 한진중공업 사측의 명분 없는 정리 해고를 그냥 좌시해서는 안된다"고 요구했다.


태그:#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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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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