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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강원도지사 출마에 대해 말씀을 하셨다. 정말 숙고를 거듭하겠다. 도민들의 은혜를 반드시 갚을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 찾겠다. 전라도·경상도·충청도 이외의 '기타'도로 분류되는 강원도가 이름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하겠다. 강원도가 한강과 낙동강을 만들 듯 대한민국의 새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는 곳으로 하겠다."

 

'노무현의 남자'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24일 사실상 강원도지사 출마 뜻을 밝혔다. 이 의원이 일찌감치 충남도지사 후보로 나선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과 함께 6·2 지방선거에서의 친노 부활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강원도 원주시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린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강원도지사 출마 의지를 피력했다.

 

비록 "숙고하겠다"고 했지만 "강원도의 형제, 아들과 같은 이광재가 여러분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받아주시겠냐"는 그의 물음은 '출사표'나 다름없었다.

 

만 1년 만의 정치 재개다. 앞서 그는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로 감옥에 갇히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겪으며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바 있다.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뒤엔 봉하마을로 내려가 노 전 대통령 묘역 조성 사업에 주력해왔다. 

 

정계은퇴 번복 선언에 대한 마음의 짐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21년 간 인연을 맺어왔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감도 남아있었다. 이 의원은 이날 여러 번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억할 땐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고, 수감된 그를 격려한 지역민들을 말할 땐 결국 눈물을 찍어내고 말았다.

 

"아비 없는 자식된 친노... 노무현 꿈 잇고자 한다"

 

이 의원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놓아두고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며 "누군가는 이제는 일을 할 때라고 하지만 아직도 도리를 다하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자책감이 있었다"고 '부채 의식'을 토로했다.

 

이 의원은 또 "정치적으로 볼 때 (친노는) 아비 없는 자식들이 돼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며 "더 이상 물러서지 않고 앞장서 나가기 위해 여기 섰다"고 단호하게 밝혔다. 또 "단결해서 노무현의 꿈을 잇고자 한다"며 "봉하마을을 지금도 찾는 이들의 가슴속에서 사는 것이 영원히 사는 것임을 알았다"고 노무현 정신 계승 의지를 밝혔다.

 

무엇보다 이 의원은 "인구 150만 명, 초·중·고교생을 제외하면 100만 명을 약간 넘는 이 강원도에서 (수감된) 이광재를 위해 10만 명이 넘는 분들이 서명해주셨다"며 "그 은혜 때문에 이 자리에 다시 서게 됐다"고 '강원도의 은혜'를 강조했다.

 

"감옥에 있을 때 지역의 어르신들이 면회 오시면서 나물과 떡을 싸오시고 했다. 크게 배우신 분들이 아닌데도 그 분들의 편지는 너무 절절했다. 참 저만 강원도를 짝사랑한 것이 아니었구나. 정치판이 황량하기만 한 곳은 아니구나 했다. 반드시 살아가서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30대는 정도전처럼 40대는 이성계처럼'

 

이날 새로 선보인 이 의원의 저서 <이광재 이력서>와 <같은 강물에 발을 두 번 담글 수 없다>도 그 같은 의지를 품고 있었다.

 

특히 본인의 삶을 서술한 <이광재 이력서>의 부제는 "30대는 정도전처럼 40대는 이성계처럼"이었다. 조선왕조 시대를 여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정도전과 같은 길을 걸었던 그가 이제 개국공신이 아닌 주인공으로 거듭나겠단 뜻으로 다가왔다.   

 

출판기념회도 사실상의 강원도지사 출정식이나 다름 없게 치러졌다.

 

강원도민과 당원을 비롯한 1천여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정세균 대표와 한명숙 전 국무총리, 손학규 전 대표, 문희상 국회부의장, 송영길 최고위원, 김원기 전 국회의장 등 당 지도급 인사들이 대거 출판기념식에 참석했다.

 

안희정 최고위원과 서갑원·백원우 의원, 국민참여당의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이기명 후원회장 등 친노(親盧)세력도 함께 자리했다.

 

당 지도부 대거 참석... 손학규, "이광재로부터 명예 도민증 받고파"

 

축사에 나선 당 인사들은 한결같이 강원도를 이끌 인재로 이광재 의원을 꼽았다.

 

정세균 대표는 "이광재는 강원도를 위해서는 진짜 욕심쟁이이지만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욕심을 부린 적 없는 사람"이라며 "강원도에서 이 의원과 같은 일꾼이 계속해서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어, "당에서 앞으로 이 의원이 강원도를 위해 더 많은 일을 해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고 있다"며 당 역시 이 의원의 강원도지사 출마를 종용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역시 "이 의원이 강원도를 위해 일하면 강원도 사람들이 빛나고 행복하고 자부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데 힘이 될 것"이라며 "이 의원이 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뒤에서 팍팍 밀어주시기 바란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현재 강원도 춘천에서 2년 째 칩거 중인 손학규 전 대표는 "춘천뿐만 아니라 원주, 평창, 화천 등 강원도 어딜 가도 이광재가 있다"며 "이광재 의원이 도지사보다 도를 위해 일을 더 많이 했다는 것"이라고 극찬했다.

 

손 대표는 이어, "좌절과 낭패감에 젖어있는 국민과 강원도민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사람이 여러분의 이광재"라며 "멀지 않은 장래에 이 의원으로부터 명예 강원도민증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좌(左)희정·우(右)광재의 한 축인 안희정 최고위원은 "노무현 대통령 때리기가 국민스포츠화 됐던 그 때 온 몸을 시퍼렇게 두드려 맞았던 이가 이광재 의원"이라며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안 최고위원은 특히 "안희정과 이광재, 노무현 대통령을 모셨던 그 집안의 자손이 반드시 살아남아 역사의 진실을 기록해야 하지 않겠냐"며 "도민 여러분과 이 의원을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이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힘을 달라"고 호소했다. 


태그:#지방선거, #이광재, #강원도지사, #안희정 ,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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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입사. 사회부(2007~2009.11)·현안이슈팀(2016.1~2016.6)·기획취재팀(2017.1~2017.6)·기동팀(2017.11~2018.5)·정치부(2009.12~2014.12, 2016.7~2016.12, 2017.6~2017.11, 2018.5~2024.6)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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