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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25일로 출범 두 돌을 맞이했다. 그들은 출범 초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통틀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운운하며, 경제성장을 기치로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다. 그러나 출범 2년 만에 지난 10여 년 동안 진전되어왔던 민주주의는 무너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명박 정부는 늘 그렇듯이 이러한 비판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급진 혹은 좌파의 근거 없는 정권 흔들기라고 우겨댈지 모르겠다.

 

후퇴한 민주주의와 팍팍한 서민의 삶

 

'국경없는기자회'에서는 한국의 언론자유지수가 47위에서 69위로 추락했다고 밝혔으며, <법률신문> 여론조사에 따르면 '법률가의 58%가 법치주의 퇴보'라는 진단을 내렸다. 25일 출범 2주년을 맞이하는 이명박 정부의 성적표엔 '사회 각 분야에서 10년 동안 진전시킨 것을 2년 만에 퇴보시켰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들은 경제성장이란 이름 아래, 조바심이 가득 담긴 밀이붙이기식 개발을 조장했다. 또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비 절감에도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객관적인 자료로 자신들의 2년을 평가하려고 하지 않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해석을 하는데 에만 급급하며 국민들을 기만하려고 하고 있다.

 

지난 2년을 돌아보면 격동기라고 할 수밖에 없을 만큼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 국민의 행복지수를 무너뜨렸다. 광우병 우려 미국 쇠고기의 수입을 막기위해 타오르기 시작한 촛불을 끄기위해 정부는 공권력을 동웠했다. 그 과정에서 정부는 컨테이너로 일명 '명박산성'을 세워 우리의 성숙한 시위문화에 생채기를 냈다. 또 인수위에서부터 불거진 정권실세들의 도덕성 논란은 이른바 '고소영 강부자 내각'으로 귀결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잊을만 하면 불거져나오는 권력실세들의 도덕성 논란은 제대로 법을 지키며 살아가는 국민들을 허망하게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세종시수정논란, 4대강 사업, 미네르바 사건과 언론 길들이기, 용산참사 등등 실로 2년 만에 일어난 사건들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굵직굵직한 사건들 속에서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하나 둘 무너졌다. 게다가 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과 보여주기식 경제정책,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 등은 중산층의 기조를 무너뜨리고 서민들의 삶을 팍팍하게 만들었다.

 

권력의 도덕성 실종에 국민의 도덕성 도미노

 

이런 일들이 꼬리를 물면서 이명박 정부의 도덕성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동시에 국민의 도덕성에도 도미노처럼 줄줄이 무너졌다. 성실하게 도덕적으로 법을 지키면서 살아봤자 살아남을 수 없는, 일등만 혹은 권력을 쥔 자만, 혹은 부자만 살아남는 더러운 세상에서 성실하게 법을 지키면서 사는 게 허망하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느꼈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도덕적으로 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것은 그냥 이상향으로 두고 현실의 삶을 택해야 했던 것이다. 결국 한탕주의가 판을 치게 되었고 결국 '맘몬지상주의'가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린 것이다. 지난 2년 간, 이 사회 전체가 '맘몬지상주의'에 빠져 들어간 것이다.

 

이른바 이명박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불도저'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밀어부치기' 정책은 더욱 견고해졌으며 최근 세종시문제와 4대강 사업에서 이명박 정부가 보여준 밀어붙이기식 정책은, 완결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성향에 더해 권력기관의 사유화까지 이뤄지면서 경찰과 검찰 등의 권력에 대한 충성은 민주주의를 질식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국민의 뜻을 경청하겠다고 말했지만 국민의 뜻에 귀를 막았으며, 언제나 국민은 일방적으로 통고를 받을 뿐이었다. 정부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곧바로 진보 혹은 좌파로 몰아가며 레드컴플렉스에 빠져있는 보수진영과 뉴라이트 계열의 싸움으로 변질시켜 국민간의 분열을 조장하는데 앞장을 섰다.

 

MB 정부에 대한 변함없는 국민의 지지는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은 출범초기(2008년 3월의 지지율 49.4%, 2010년 1월 12일 지지율 48.9%, 한겨레신문 2월 25일자 집중진단 이명박 정부 2년 참고)와 별반 다르지 않다.

 

일방통행식 국정운영과 소통의 부재를 우려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50%대 지지율을 유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가 판단하기에는 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경제 살리기'라는 슬로건이 그 성과와 상관없이 아직도 국민에게 어필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경제 살리기'라는 슬로건은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이나 세종시 문제, 그외 여타 문제도 국민의 비판여론에 내몰릴 때마다 '경제 살리기'라는 포장지로 포장을 하면 국민은 이내 지지를 보냈다. 안타깝게도 많은 국민들이 자본주의의 폐해 중 하나인 '맘몬지상주의'에 빠진 것이다. 맘몬을 준다면, 민주주의도 인권도 심지어는 영혼까지도 내어줄 수 있을 것 같은 현 한국사회의 다양한 사회적인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정상이 통하지 않고 비정상적인 것이 통하고, 도덕적인 것보다는 비도덕적인 것이 통하는 사회를 극명하게 경험하면서 국민의 도덕성도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를 출범시킨 것도 국민이요, 지금 그를 지지하고 있는 것도 국민이다. 여론조사의 수치에 연연할 필요는 없겠지만, 동일한 수치를 적용한다고 해도 이명박 정부의 대항마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에서 이명박 정권은 지금보다도 더 강력하게 일방적인 정책을 밀어붙이고, 국민의 소리에 귀를 막을 것은 자명하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현실, 국민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지난 2년간 민주화를 후퇴시키는 수많은 일들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50%대에 육박한다니, 이제 이명박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 자신 있게 모든 일을 밀어부칠 것으로 보인다. 그 힘은 국민이 준 것이나 다름 없다. 안타깝지만, 이게 지금 우리의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지난 10년간 이뤘던 민주주의가 2년 만에 허망하게 무너졌고, 언론자유지수가 추락을 하고, 양심수가 늘어나고, 각종 난개발사업이 강행되고, 중산층이 무너지고, 공권력이 권력의 시녀가 되고, 언론이 권력의 시녀가 되어가는 현실임에도 여전히 국민의 지지도 50%이니 결국 MB 정부의 가장 든든한 배경은 국민이 아닌가!

 

나도 대한민국 국민이지만, 지도자들이 부패했다면 국민이 정신을 차려야 이 나라가 산다.

이 아이러니한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지 깨어있는 지성들이 나서서 맘몬의 달콤한 사탕발림에 빠져있는 국민을 일깨워야 한다.

 

이 나라가 얼마나 스피드를 즐기는 나라인지는 지난 2년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렇게 많은 일들이 일어났음에도 잊히지 말아야 할 일들이 너무도 쉽게 잊혀지고, 해결되어야 할 이슈들이 그냥 묻혀버리고 있다. 이런 현실들이 이명박 정부를 오만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더 많이 겸손해질 필요가 있고, 국민은 좀 더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소리를 내려면 현실에 대한 인식은 필연적이다. 그냥, 분위기 따라 흘러가는 국민은 영혼을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옳은 것은 옳다하고,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국민이 있어야 이 나라의 미래가 밝다 할 것이다.


태그:#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 #세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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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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