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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단속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고 있는 사람들.
 노점단속에 항의하는 집회를 하고 있는 사람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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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 햇살이 내리는 24일 오전 10시경, 은행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구로구청의 쉼터 앞에서 40여 명이 모여 피켓과 현수막을 걸고, 노점상 단속에 항의하는 집회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집회를 알리는 사회자의 구호와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스피커를 타고 울려 퍼졌다.

이들은, 구청에서 철거용역을 동원해 강제로 노점집기 등을 압수하고 단속을 한 것에 대해
성토를 하며, 생계형 노점만 단속하고 기업형은 봐준다고 주장했다. 10여 분에 걸쳐 진행된 약식 집회에서 사회자는 앞으로 살길은 단결과 투쟁이라며 참여를 독려하고 구호를 외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삼삼오오 모여앉았다.

'인간답게 살아보자, 용역깡패 해체하라.'

사회를 맡았던 이명식(44,가명)씨에게 시민기자 명함을 건네고 속사정을 들어봤다. 노점단체의 지역장을 맡고 있다는 그는 작년 9월부터 노점단속이 시작되어서 올해 2월까지도 제대로 장사를 하지 못하다가 며칠 전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 다시 용역들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집회라도 하면 단속이 좀 느슨해질 수 있을까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구청장에 대한 면담요청은 이런저런 이유로 기피되고, 단속을 하는 부서(건설관리과)에서는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와서 법대로 할 뿐이라며 노점상들의 하소연은 들어줄 수가 없다는 태도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한다.

이씨는 노점 회원들 중 자신이 제일 젊은 편이고, 노점에서 쫓겨나면 나이 든 사람들은 먹고 살 일이 없다며 걱정을 했다. 군 제대 후, 서울로 올라온 지 20년이 되었다는 그는 노점상을 10여 년 했으며 모은 돈으로 중간에 2년간 식당을 운영하기도 했었다. 다시 노점으로 나와야만 하는 절박한 사정을 듣는 사이에 유치원 아이들이 봄 햇살을 맞으러 야외수업을 나온 것 같다. 음악을 꺼 달라는 요청에 그는 미안하다며 끄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과일과 야채 노점을 한다는 그에게 앞으로의 대책을 물어봤다.

"솔직히 대책 없어요. 노점이 불법인 것 저희도 알아요. 그래도 저희한테는 생계가 걸린 먹고 사는 일입니다. 장사 끝나면 주변청소도 깨끗하게 하고 주민들과 마찰 없이 장사하려고 노력도 많이 합니다. 제 생각에는 주민들 민원이라고 하는 것은 핑계라고 보고요. 주변에 쇼핑센터가 있고,  다른 건물들도 들어서고 있어요. 민원을 했다면 그쪽에서 했을 거라고 봅니다."

그에게 6월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노점단속도 느슨해질 수도 있는 기대는 없는지 물었다.

"그러면 좋지요. 근데 그렇게 하겠어요. 선거해봤자 한나라당 아니면 민주당 아닙니까? 솔직히 우리 같은 사람한테 신경이나 쓰겠어요. 누가 되든지 생계에 목숨 걸고 있는 우리는 한 푼 이라도 더 벌어서 자식들 잘 키우면서 살고 싶어요."

그는 정치 쪽에는 큰 관심이 없는 듯, 지역국회의원이 누구며 어느 당 소속인지 알지 못한 듯 했다. 그나마 구청장이 한나라당 소속이라는 것은 이번 일로 알게 된 것 같았다. 그에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지역국회의원과 구의원 사무실을 찾아가서 민원을 신청해보는 것은 어떻겠냐고 했다. 잠시 머뭇하던 그가, 민원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하는지를 물었다.

가슴에 출입증을 단 구청직원들이 청사를 나와 근처 식당들로 흩어지고 있는 것을 보며 그와 헤어졌다. 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생각났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가던 길을 계속 갔다.  가난한 사람들의 투표율이 낮다는 통계기사를 본 것이 생각나서 그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은 '투표는 꼭 하셔야 합니다. 그것이 희망을 살리는 불씨가 될 수도 있어요.'

덧붙이는 글 | 실명과 얼굴이 공개되는것을 부담스러워해 가명으로 처리했습니다.



태그:#노점상, #용역, #지방선거, #투표, #철거깡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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