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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작지만 사업을 시작한 이후, 누구든 자기 사업을 시작해서 성공한 사람은 존경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더욱이 영세한 자본으로 시작했고, 부정한 방법을 쓰지 않았다면 그 가치는 더 말할 나위 없다. 6년여 동안 사업을 하면서 넘어 지려는 순간에도 버티어 왔다.

 

물론 그 사이 사업에 올인하기 보다는 글쓰기 등 다양한 일을 했기에 난 제대로 된 사업가는 못 된다며 자책한다. 그러면서 올해가 왔고, 나는 다시 한번의 고민 끝에 사업에서 승부를 보리라는 마음으로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모든 것을 이쪽으로만 집중해서도 제대로 자리잡을 수 없다면 마음을 돌려야겠지만 지금까지 제대로 집중 한 번도 하지 못하고 포기하기에 지난 6년이 아까워서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한 권의 책이 들렸다. 이 시대의 이슈메이커인 우석훈이 민주당 이계안 의원을 인터뷰한 '진보를 꿈꾸는 CEO'(부제 춤추는 삶, 꿈꾸는 삶)다. 사실 이름이야 익숙하지만 이계안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더욱이 현대 출신의 성공한 CEO라는 것도 몰랐다. 도를 넘게 물렁한 정세균 대표가 쌍용에서 CEO를 했다는 것을 알지만 이계안이라는 존재를 몰랐다. 더욱이 현대에서 정주영 회장을 모시고, 성공한 기업인이라는 것은 더욱 몰랐다.

 

어떻든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이계안이라는 인물의 전면을 만난다. 우선 그 안내자가 우석훈이라는 꼬장한 학자이자 저술가이기 때문에 안심을 하고 볼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계안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우석훈 특유의 시니컬한 시선을 바란다면 조금 비위에 거슬릴 수 있다. 책은 '부자 이계안, 운인가? 재수인가?'로 시작한 첫 질문에서 '한겨레 신문사 사장이 된다면?'까지 아홉가지 질문으로 되어 있다. 질문마다 관련 이야기들을 포괄적으로 묻고 답하고, 다시 되묻고 하는 방식이다.

 

책은 아주 읽기 편하다. 책 읽기에 습관이 든 사람이라면 한번도 눈을 떼지 않고 읽어낼 수 있는 정도다. 어찌보면 전혀 알지 못했던 한 인물에 대한 조각 맞추기 같은 시간인데, 나에게는 나름대로 유용한 시간이었다.

 

물론 이 책이 이계안의 서울시장 출마를 위한 수단이라면 좀 아쉽지만 어떻든 내용이 아주 논리적이고, 그의 삶과 배치되지 않기 때문에 껄끄럽지 않다. 어떻든 가난할 뿐만 아니라 붉은 줄까지 있는 집안에서 태어나 현대의 주요 CEO를 역임하고, 100억대의 재산을 가졌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사실 현대의 자잘한 CEO를 한 MB처럼 그도 붉은 줄 때문에 고시나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던 중 이현태 회장의 도움으로 현대에 입사한다. 이후 고속승진을 거듭해 현대자동차나 현대캐피탈 같은 굵직한 회사의 CEO가 된다. 그런데 이계안에게는 다른 기업인들이 갖지 못한 고집이 있다. 바로 골프를 즐기지 않고, 술을 즐기지 않는 것이다. 또한 항상 정장을 할 정도로 흐트러지지 않는 자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골프를 싫어하게 된 계기가 더블백을 메어서 허리가 휜 캐디를 본 기억 때문이라니 더 신기하다.

 

또 곳곳에서 나오는 그의 관점도 정확한 철학과 판단이 있다는 점에서 반갑다. 우선 4대강 같은 토목 공사가 아니라 복지의 강화 등을 주창하는 것도 그런 부분이다.

 

어떻든 이 책을 읽으면서 대담자가 김규항이나 진중권 혹은 홍기빈이었으면 어떠했을까를 생각했다. 김규항이나 진중권은 문화쪽 코드이기 때문에 초점이 좀 흐트러졌겠지만 그래도 더 매서운 맛은 있지 않을까 싶고, 홍기빈은 폴라니과이기 때문에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싶다.

 

독자 층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책에서 만나는 이계안은 나름대로 중요한 시사점들을 많이 던진다. 최근 도요타 사건으로 더 불거졌지만 대기업과 하청업체간에 이루어지는 납품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한 부분(89페이지 하단)은 많은 공감가는 부분이다. 또 삼성을 경험하면서 "책을 한 달에 두 권도 안 보는데, 술은 일주일에 두 번씩 꼬박꼬박 마시더라구요. 책 두 권 보는 대신에 술 두 번 마시는 조직이 한국을 끌고 가면 나라가 망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114페이지)도 공감이 간다.

 

사장에 관한 부분에서 드롭아웃(자기가 살던 조직에서 빠져 나오는 것)에 관해 나오는데, 귀담아 볼 만한 말이다. 사실 사람들은 일정한 패턴에 따라 살아가다가 조직에 몸 담고 거기의 부속처럼 살아간다. 스스로 현대라는 조직에서 나와 한나라당이 아닌 민주당을 선택했던 여정을 비롯해 그런 근거들을 설명한다.

 

책을 읽다보면 우석훈의 말 중에 기억나는 부분이 있다. 지인 중에 기업의 고위 직책 가운데 우울증이 심해진 이들의 고민이 있다는 말이다. 사실 이 인터뷰는 지난 1월 삼성전자 부사장의 자살 사건과도 오버랩되어 인상적이었다. 또 언론을 다룬 '한겨레 사장이 된다면'에서는 MBC의 정수장학회를 보는 관점들이 인상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전에 알지 못했던 주요한 인물을 하나 접했다는 느낌이다. 더욱이 여느 기득권들처럼 한나라당이 아닌 열린우리당을 선택한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이계안 의원은 52년생이니 곧 환갑을 바라본다. 하지만 그는 결코 늙지 않았다. 우선 정계에 들어선 것은 2004년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면서 부터니 정치로 보면 초등학생에 입학하기 전 나이다. 물론 이것은 신선한 느낌일수도 있지만 역으로 정치에 대한 감각이 부족하다는 말도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치에 이계안과 같이 진짜 무언가를 아는 제대로 된 CEO에서 정치인으로도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는 이가 있다는 것은 분명 나쁜 일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그의 선전을 기대해본다. 


진보를 꿈꾸는 CEO - 춤추는 삶, 꿈꾸는 삶

이계안.우석훈 지음, 레디앙(2010)


태그:#우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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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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