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3.1절 기념식을 천안의 유관순 열사 기념관에서 개최키로 하자, 1919년 3.1운동 당시 독립선언서를 발표했던 민족대표 33인이 소속된 종교계 주요 인사들이 정부의 공식 행사 참여를 거부해,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3.1운동을 선도했던 민족종교 천도교는 김동환 교령을 위시해 종단 차원에서 이번 3.1절 정부 기념식에 집단 불참키로 했고, 기독교계와 불교계에서도 각각 승병일 남강문화재단 이사장과 대각교의 석가산 스님 등이 이에 가세했다.
이에따라 정부 주관으로 열리는 3.1절 기념식이 사실상 반쪽 행사로 전락하게 됐다.
이들이 정부 기념식에 참석을 거부하는 이유는 정부가 3.1운동을 주도한 민족대표들은 배제한 채 마치 유관순 열사 한 사람이 3.1운동의 전부인 듯 한 인식을 심어주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것.
더 근본적으로는 유관순 열사가 3.1운동의 상징처럼 부각된 것이 친일파들이 자신들의 친일행각을 숨기고자 하는 저의에서 비롯됐다는 문제 의식에 닿아 있다.
실제 유관순 열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해방 후 계몽운동가였던 박인덕(1896년 ~ 1980년) 씨가 당시 신봉조 이화여중 교장에게 유관순 열사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면서부터다.
박 씨는 이화학당 출신의 인물로, 1945년 광복 시점까지 약 4년간 적극적인 친일 행적을 보여 '친일인명사전'에도 등재돼 있다.
사학계 일각에서는 박 씨 등 친일파가 이화학당 출신의 '유관순'이라는 소녀를 적극적으로 대중들에게 알렸던 배경에는 자신들의 친일행각을 숨기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다.
이들 친일파로 인해 결과적으로 3.1 운동을 이끌었던 민족대표들이 '역사'에서 소외되고, 배제되고 있다는 것이 천도교 등의 지적이다.
정부가 주관하는 3.1절 행사가 천안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으로, 그동안 3.1절 기념식은 2005년 서울 이화여고 유관순기념관과 2009년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행사를 가진 경우를 제외하고는 줄곧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려왔다.
행정안전부(장관 이달곤)는 이에 대해 "금년은 안중근의사 서거 100주년, 6.25사변 60주년이 되는 매우 뜻 있는 해에 거행되는 3.1절로 그 역사적 의의를 고려해 조국의 독립을 위해 만세를 부른 아우내 인근의 유관순기념관 앞 광장으로 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종교계 인사들은 "역사적 의의란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며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 천도교측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기독교 정부라,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유관순 열사를 다시 부각시킴으로써 기독교를 더욱 확산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또다른 형태의 극단적인 문제제기까지 나오고 있다.
김동환 천도교 교령은 26일 <환타임스>와의 통화에서 "유관순 열사는 정확히 1919년 4월 1일 천안에서 만세운동을 하다가 일본 경찰에 붙잡혔다"며 "3월 1일은 민족대표 33인이 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날로, 이날 거국적인 3.1운동이 시작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관순 열사가 3.1운동의 꽃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3.1운동의 모태는 무시한 채 한 부분의 사적에만 치우치는 정부의 모습을 지적하는 것"이라며 "이는 아이들에게 3.1운동의 본질에 대해 잘못 가르치고 있는 역사 오류"라고 지적했다.
천도교는 조선 후기 1860년에 최제우를 교조로 하는 동학을, 1905년 제3대 교조 손병희가 천도교로 개칭한 민족종교로 일제시대에는 교인수가 600만 명에 달할 정도의 교세를 자랑했고 3.1 운동을 선봉에서 이끈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한편 정부의 3.1절 기념식 장소의 부당성을 비판하는 천도교 등 종교계 인사들은 1일 종로구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따로 3.1운동 기념식을 가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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