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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투덜이의 심리학> 겉그림
 책 <투덜이의 심리학> 겉그림
ⓒ 다산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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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만나고 싶지 않은 두 부류의 사람이 있는데, 첫 번째는 부정적인 사람이요 두 번째는 돈 꿔달라는 사람이다. 그나마 후자는 좀 낫다. 돈은 혹여나 떼여도 다시 벌 수 있지만 부정적인 말에, 기운에 상처받은 마음은 쉬이 회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도 말하지 않았는가, '성공하려면 부정적인 사람을 피하도록 하라!'

부정적인 사람들은 남을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으로부터 도피하는 듯하다. 그들은 늘 그 혹은 그녀의 단점만을 콕콕 짚어내며 스스로가 '매의 눈'을 가졌음을 자랑한다. 그들과 함께 있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 기가 죽고, 또 내가 뭘 잘못했나 싶어 움츠러들게 된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부정적인 사람들을 멀리 하며 살아왔다. 좋은 사람들만 만나며 살기에도 짧은 것이 인생 아닌가.

그렇기에 서점 매대에 꽂혀있는 <투덜이의 심리학>을 처음 발견했을 때 잠시 혼란에 빠지고 말았다. 책 표지에 쓰여 있는 '부정적인 생각의 놀라운 힘과 치유 여행' 이라는 문구가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생각은 독성 바이러스만큼이나 나쁜 것이라 여겨왔는데, 부정적인 생각에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말인가? 궁금해 책을 구입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펼쳐들었다.

흔히 부정적인 생각은 해로운 것이고 긍정적인 생각은 이로운 것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부정적인 생각에는 우리를 보호해 주는 놀라운 기능이 숨어 있다. 이 책의 저자 토니 험프리스 박사는 전 세계 10만 명 이상의 환자를 상담한 임상심리학의 대가이다. 그는 우리의 부정적인 생각과 행동들이 어린 시절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만들어 낸 방어기제이며 이러한 방어 기제들이 지금까지 우리의 마음을 보호해 왔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한 학생이 "나는 오늘 시험을 망칠 게 뻔해"라고 말한다면 그는 자신에 대한 스스로와 타인의 기대치를 낮추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럼으로써 좀 더 홀가분한 마음으로 시험에 임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내가 왜 이러지?', '자꾸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데' 하고 자신을 탓하는 것은 부정적인 생각의 긍정적인 기능을 약화시키는 게 된다.
-책 <투덜이의 심리학> 소개글 중에서.

부정적인 사람, 악한 사람이라기보다는 정서적 위기에 처한 사람

위의 글처럼 이 책의 저자는 부정적인 생각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며, 어떤 상황에서는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부정적인 사람은 악한 사람이 아니라 정서적인 위기에 처한 사람일 뿐이며 더 큰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딱딱한 껍데기(부정적인 생각)로 자신을 보호한다는 이론이다.

책에는 다양한 껍데기로 자신을 감싸고 있는 사람들의 사례가 열거되어 있다. 수많은 사례 속 주인공들은 주로 어릴 적 부모로부터 따뜻한 사랑을 받지 못했거나, 가족과의 관계가 정상적으로 형성되지 않아 불안감을 느끼며 자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또 다시 불안한 상황에 처하게 될까 두려워 소라 껍데기 속의 게처럼 자신을 숨겨 스스로를 지켜낸다. 하지만 이는 안정감을 찾기 전까지 스스로를 보호하는 행위이며 그들은 치유가 필요한 이들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부정적인 생각은 상처 위에 생긴 딱지이기에, 새 살이 돋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치유법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치유법이 마음을 평안으로 이끌고 부정적인 생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해 줄 것인가.

저자는 우선 자기 자신의 몸을 유심히 관찰하라고 충고한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기 때문이다. 사람이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으면 몸의 에너지가 손상되고 이상 징후가 나타날 수 있다. 고로 몸이 보내는 적신호를 가볍게 넘기지 말고 심할 경우 병원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하루 30~40분씩 일주일에 4회 이상 운동, 횡격막 호흡, 안락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의 확보, 영양가 있는 음식 섭취 등은 가장 기본적이고 손쉬운 육체적인 힘 향상법이다.

안정감은 치유의 핵심 요소이다

안정감의 부족은 수많은 정신적인 문제를 양산해내며, 안정감이 느껴지지 않을 경우 사람은 자아실현에 전념할 수 없게 된다. 저자는 다양한 안정감의 형성법을 제시하며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라고 이야기한다. 과거를 끌어안은 채 현재를 사는 사람들은 매사 발걸음이 무겁기 마련이다. 종이에 자신의 아픈 상처들을 기록해보고, 그것들을 객관화 된 눈으로 바라보며 옛 자신을 이해와 연민으로 쓰다듬는 과정은 마음의 무게를 덜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외에도 책에는 대인관계에서의 안정감을 형성하는 법, 상담치료를 통한 치유방법 등이 상세히 기술되어있다. 저자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은 단발성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삶이 계속되듯, 쭉 행해져야한다고 강조한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부정적인 사람에 대한 일종의 혐오감이 다소 누그러지는 듯했다. 인간은 상처받기 쉬운 연약한 존재이며 누구나 때로는 불안감에, 두려움에 시달린다는 당연한 사실을 간과하고 지냈다는 생각이 든다. 부정적인 말과 행동을 일삼는 이들이, 알면서도 스스로를 바꿔나가지 못해 주저앉아 있는 사람들이 이 책 <투덜이의 심리학>을 읽고 긍정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투덜이의 심리학 - 부정적인 생각의 놀라운 힘과 치유 여행

토니 험프리스 지음, 이병렬 옮김, 다산초당(다산북스)(2009)


#심리학#투덜이의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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