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저녁 8시 시민들이 모여 '100배' 절을 하고 있다. 촛불을 켜놓고, 죽비 소리에 맞춰 두 손을 모으고 절을 한다. 잔잔한 음악 속에 '생명'과 '평화'의 다짐과 기원을 담은 발원문이 녹음기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경남 창원 소재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풍경이다. 100배 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6분 가량. 천막도 없이 승합차 바깥에 펼침막을 걸어 놓고 노상에서 하고 있다. 26일 오후까지 폭우가 내렸는데, 마침 비가 그쳐 다행이다.
4대강사업저지·낙동강지키기경남본부,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은 지난 23일 낙동강유역환경청 앞에서 철야농성에 들어갔는데, '생명평화 100배'는 다음날부터 시작되었다. 천막을 설치하려다가 경찰과 환경청 직원들이 강제 철거해 갔던 것이다.
이경희 경남본부 공동대표와 임희자 마창진환경연합 사무국장, 감병만 부장 등은 승합차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이들은 '물의날'(3월 22일)까지 철야농성과 '100배'를 계속한다.
이들은 "낙동강을 살리기 위해 낙동강유역환경청이 할 일, 환경영향평가 재실시하라. 공사중지 명령하라"는 피켓을 놓아두었다. 이들은 '4대강사업 중단'과 '환경영향평가 재실시'를 촉구하고 있다.
'100배'는 부산경남종교평화연대 집행위원장인 자흥 스님의 죽비 소리에 맞춰 진행되었다. 첫날부터 참여하고 있는 자흥 스님은 끝날 때까지 매일 '100배'를 할 계획이다.
자흥 스님은 "하루도 빠지지 않을 것이다. 4대강사업이 마구 진행되고 있는데, 누군가는 나서서 안 된다고 해야 하기에 나왔다"면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 한다. 농성이라기보다 기도하는 의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 했으면 한다.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심어 주어야 한다. 이렇게 해도 청와대는 눈도 끔적하지 않겠지만, 생명평화를 위한 기도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생명평화 100배'를 지켜본 신석규 마산창원진해환경연합 공동의장은 "답답하다. 지금 정부는 정책에 반대하면 적이나 사탄의 세력으로 규정한다"면서 "암담하고 참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을 놓고 있을 수 없기에,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 하는 심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다. 생명을 죽이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 하는 기도가 하늘까지 닿도록 해야 한다. 간절하게 기도하면 언젠가는 될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남해에서도 지원하러 왔다. 조세윤 남해환경센터 의장은 "4대강사업은 남해와도 관련이 있다. 낙동강 물이 오염될 것이니까 남강댐 물을 가져다 부산권에 공급하려고 하는데, 그러면 사천만 방류량이 늘어나 결국 남해 바다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해지역 47개 어촌계를 돌며 홍보 활동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면서 "정부가 강행하더라도 시민들은 잘못된 정책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환문 진주환경연합 사무국장도 100배를 했다. 그는 "정부는 4대강사업을 하면서 환경영향평가도 제대로 하지 않고 대충 했다. 이대로 가면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이 걱정했던 것처럼 낙동강에는 큰 재앙이 올 것이다. 우기가 오기 전에 환경영향평가를 재실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저녁 8시경 시작된 '생명평화 100배'는 36분만에 끝났다. 이들의 절하기가 진행되는 동안 환경청 건물은 불이 거의 꺼진 상태였고, 경비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 간간이 환경청 직원이 나와 살펴보기도 했다.
100배를 마친 이경희 경남본부 공동대표는 "이제는 시민들이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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