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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1반과 열매2반 아이들, 그리고 부모들.
▲ 민주 졸업사진 열매1반과 열매2반 아이들, 그리고 부모들.
ⓒ 권성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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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딸 민주가 2010년 2월 16일에 마천동 천마어린이집에서 졸업식을 치렀습니다. 그날 졸업은 했지만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봐 준다고 하여, 지금도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습니다. 맞벌이 부모를 배려한 일 같습니다. 그날 우리 민주와 함께 졸업한 아이들은 모두 40여 명은 되는 듯 했습니다.

앨범을 보고 디카로 방안에서 찍은 사진인데. 중간에 빛이 들어갔네요.
▲ 민주 졸업사진 앨범을 보고 디카로 방안에서 찍은 사진인데. 중간에 빛이 들어갔네요.
ⓒ 권성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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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부모가 한결같겠지만, 민주가 받은 졸업장 사진도 꽤나 잘 나온 듯했습니다. 물론 다른 아이들 사진도 유명 배우처럼 깨끗하고 예쁘게 나왔습니다. 사진 기술이 주는 효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했습니다. 졸업장을 받은 민주도 그랬지만, 다른 아이들 모두도 자기 부모나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왔는지 뒤로 눈을 돌리기가 바빴습니다.

"아빠."
"그래, 민주야."
"언제 왔어."
"응, 방금."
"나 예뻐."
"응, 최고야."

그날 나는 다른 일이 있어서 졸업식이 끝날 무렵에 민주를 찾아갔는데, 민주는 내가 온 것을 금방 알아차렸습니다. 아마도 아내가 귀속 말로 민주에게 속삭여서 더 일찍 알아 본 듯 했습니다. 아내는 구청에서 하는 청소년 자원봉사센터에 교육을 받으러 가야 하기에, 그 자리를 내가 대신해 준다고 민주에게 이야기해 준 것입니다.

졸업식이 끝나고 계단을 내려오는데, 민주는 자신이 써서 붙여 놓은 종이 한 장을 떼어가자고 했습니다. 벽면에 붙어 있는 예쁜 글씨로 된 시와 그림이었습니다. 흔히 이야기하는 졸업작품인 듯 싶었습니다.

민주가 웃음이란 시와 그림을 그렸어요.
▲ 민주 졸업작품 민주가 웃음이란 시와 그림을 그렸어요.
ⓒ 권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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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음

                                  권민주
엄마 아빠를 보면 자꾸 웃음이 나요.
엄마는 요리를 하니까 웃음이 날까요?
아빠는 똑똑한 척 하니까 웃음이 날까요?
아니면 우리에게 잘 해주는 엄마 아빠라서 그럴까요?
아니면 엄마 아빠가 나를 좋아해서 그럴까요?
그럴꺼 같아요. 나는 그거라고 생각해요.

"여보. 나도 초등학교 가기 전에 책 많이 읽었는데..."
"그랬다고 했지. 근데 왜."
"민주가 쓴 시, 좀 다른 것 같지 않아요."
"뭐가?"
"아니, 수준 이상인 것 같아서요."
"나는 그냥 그런 것 같은에."
"당신은 초등학교 전에 책도 안 읽었다면서요."
"그렇지. 근데 왜."
"민주가 쓴 시는 또 아이들보다 수준 이상 같지 않아요?"
"다 똑같은 거 아냐."
"나 때보다 훨씬 나은 것 같아요."
"그래, 뭐, 정갈한 느낌은 드는데."

열매2반 아이들 졸업앨범
▲ 민주 졸업사진 열매2반 아이들 졸업앨범
ⓒ 권성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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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교육장에서 돌아 온 아내와 함께 민주가 쓴 시를 방문에 걸어 놓고서 나눈 이야기였습니다. 아내에게는 그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우리 딸 민주가 시를 제법 잘 쓴 것 같았습니다.

자기 아빠가 자 딸을 자랑한다면 '팔불출 아빠'라 말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우리 딸이 정말로 시를 잘 쓴 것 같았습니다. 운율도 잘 맞는 것 같고, 여운도 주는 것 같고, 또 그만큼 정갈한 것 같습니다. 민주가 아빠보다도 훨씬 나은 글솜씨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것도 우리 딸 민주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함도 없지 않지만, 딸아이가 쓴 졸업작품을 자랑하고 싶은 이유도 있습니다.

이제 3월 2일이면 우리 딸 민주가 초등학교에 들어갑니다. 마천초등학교에서는 예년보다 1.5배나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했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한 반에 40명이 넘는 아이들이 몰려 있다고 하는데,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으면 어떻게 선생님과 하나 하나 눈을 마주치며 배울 수 있을지 염려 되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우리 딸 민주가 세상이 여는 첫 관문인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선생님과 학우들을 사이에 좋은 만남으로 잘 적응해 줬으면 합니다. 다행히 천마어린이집에서 만난 열매2반 아이들이 마천초등학교에 세 명이나 같은 반이 되었다고 하니, 그나마 안심이 되기도 합니다.

졸업식 날 민주와 함께 자장면을 먹었는데, 그때 민주와 함께 초등학교 졸업식 때 또 한 번 자장면을 먹자고 했는데, 아무쪼록 우리 딸 민주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아무 탈 없이 잘 헤쳐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태그:#민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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