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술국치 100주년에 맞은 3·1절의 의미는 각별하다. 국권상실 9년만에 일어난 1919년의 3·1운동은 한민족이 일제의 폭압에도 굴하지 않고 저항하면서 겨레의 비전을 제시한 민족사적 거사였다.
3·1운동은 1918년 상하이에서 김규식·여운형 등 신한청년단이 미국 대통령 윌슨의 '민족자결주의 원칙'을 계기로, 또 1919년 초에 만주 지린(吉林)에서 김교헌·신채호 등 독립운동가 39인의 명의로 발표된 '대한독립선언서'(일명 무오독립선언서)와 도쿄에서 학생대표들이 채택한 '2·8독립선언'이 국내 지도자들과 연계하면서 촉발되었다.
3월 1일 만세시위 이후 전국을 휩쓴 시위운동은 집회 회수 1542회, 참가인원 202만명, 사망자 7509명, 부상자 1만 5966명, 검거자 5770명, 불탄 교회 47개소, 민가 715채나 되었다. 일제는 비폭력 시위를 잔혹하게 탄압하였지만 한민족의 저항은 그치지 않았다. 3·1운동 이전의 민족운동은 모두 3·1운동으로 흘러들고, 이후의 민족운동은 3·1운동에서 발원하였다. 3·1운동의 성과는 상해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으로 이어지고 임시정부는 일제의 병탄으로 단절되었던 한민족의 법통을 되찾게 되었다.
3·1운동 정신 짓밟고 있는 이명박 정권
3·1운동은 ▲반외세 자주독립 ▲반봉건 민주공화주의 ▲국민통합정신의 3대 원칙이 제시된 독립운동사의 분기점이다. 이명박 정권에서 3·1정신이 크게 짓밟히고 훼손되고 있다.
첫째, 반외세 자주독립정신의 침해다. 미국산 수입쇠고기에 대한 굴욕적 대처, 강제병탄 100년이 되도록 한국침략과 식민지배, 학살과 수탈 등에 반성·사과하지 않고 있는 일왕의 방한 초청, 1912년에 환수하기로 한 전시작전통제권을 다시 연장하려는 비자주적 움직임은 3·1정신과 배치된다. 미국도 내년부터 병력을 철수하겠다는 마당에 세계 유일하게 아프간 파병을 결정한 것은 미국의 압력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는 비자주적, 반 3·1정신이다.
둘째, 3·1운동을 계기로 수립된 5개의 임시정부가 모두 민주공화제를 주창하고 통합된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이를 수렴했다. 제헌헌법에서 채택되고 현행헌법도 '불변의 가치'로 이어받았다. 이명박 정권은 공화제의 기본인 3권 분립의 한 축인 사법독립을 침탈한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은 시국사건의 무죄판결을 두고 이념색칠을 하고 연구서클을 좌파로 매도한다.
국회는 여당의 날치기 경연장이 되고, 제4부인 언론은 조·중·동 친정부 매체도 모자라 MBC 등 공영방송까지 모조리 장악했다. 제5부라는 시민단체의 비판쪽은 고사시키고 우호 단체만 지원하여 이들의 횡포가 도를 넘는다. 야간집회도 못하게 집시법도 손 보겠다고 한다. 공화제가 위기에 처했다. 비판·견제기능이 마비되었다.
독립지사는 홀대하고 친일파는 우대받고
셋째, 3·1운동은 계층·신분·종교·지역을 망라한 거족적 항쟁이었다. 민족의 통합된 역량으로 임시정부가 수립되고 27년간 중원천지를 돌며 일제와 싸우면서 국권회복운동의 모체가 되었다. 이명박 정권은 3·1정신으로 수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건국을 무시하고 1948년 정부수립을 '건국절'로 삼고자 한다. 독립지사는 홀대하고 친일파가 '건국공신'으로 우대받는다. 역사왜곡이고 3·1정신의 훼손이다.
미디어법 날치기, 언론장악, 4대강사업, 세종시 원안파기 등으로 국론이 분열되고, 강남과 강북, 서울과 지방, 재벌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른다.
집권 2년 만에 공화제와 남북관계가 심각하게 도전받는다. 6월항쟁 이후 피 흘려 쟁취한 민주주의 기본질서가 상처입고, 국민의 80% 이상과 유엔을 비롯 전세계의 지지를 받았던 6·15선언과 10·4선언을 폐기처분하고, 남북 갈등과 대결을 부추긴다. 3·1정신이 무너지고 있다. 식민지근대화론과 개발독재론과 정신질환성 반공주의 일란성 세 쌍둥이가 빚어낸 왜곡된 역사관의 결과다.
말로는 친서민·법치·국격을 내세우면서 정책은 부자위주·탈법·국치다. 철거민이 건물옥탑에서 시위하면 도시게릴라가 되고, 아이들의 무상급식을 좌파 포퓰리즘으로 매도한다. 교사가 시국선언에 참여하면 구속하고, 재벌총수는 별짓을 다해도 사면한다. 경찰은 야당에 당비 냈다고 전공노 사무실을 샅샅이 뒤지면서, 전직 대통령묘소 방화범은 안 잡는지 못 잡는지 소식이 없다.
'민족 표현기관' 자부했던 신문은 '정론정신'을 잃고
아류 파스시트들이 '자유주의자'로 행세하고, 극우보수가 '시대정신'으로 포장된다. 독점독식이 '시장경제'가 되고, 4대강을 죽이면서 '녹색운동'이라 선전한다. 세종시를 원안대로 하면 '사대주의도시'가 된다하고, 3·1운동의 저항과 희생의 바탕에서 태어나 '민족의 표현기관' 을 자부했던 신문은 '정론정신'을 잃었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지난 2년 동안 22위를 하락해 69위가 되고 한국의 '환경지수'는 2년 새 51위에서 94위로 추락하고, IT산업 경쟁력은 2007년 3위, 2008년 8위에서 16위로 급락했다. 자살자 세계1위, 대학등록금 OECD국가 중 2위, 실업자 400만명, 이 같은 수치는 국격이 아니라 국치다.
3·1운동의 가치와 정신이 단절되거나 왜곡, 짓밟혀선 안 된다. 애국선열들의 혼이 배이고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이기 때문이다. 3·1운동의 놓칠 수 없는 제1의적 가치는 "최후의 일인 최후의 일각까지" 불의와 억압에 궐기하는 저항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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