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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멀리서 바라는 거이거니
허나 섭섭함이 다하기 전에
너 설매 한 다발
늙은 가지에 피어도 좋으리.
(중략)
꾀꼬올 꾀꼬올
꾀꼴새 깃들어 우는 매꽃이야.
고절 많은 봄
늙은 가지에.
<매화>-구자운
봄이 문밖에서 나를 부른다. 바다 건너 온 따뜻한 봄냄새에 이끌려가 28일 새벽 일찍 길을 나섰다. 봄은 누군가 댓돌 위에 올려진 신발이 먼저 동동 발을 굴리며 떠나자고 말을 거는 계절이라고 얘기 했다. 해운대 역에서 기장군 내리 마을 가는 버스를 탔다. 
 
해운대 신시가지로 향하는 도로의 가로수, 벚꽃나무에도 꽃봉오리 단단하게 맺혀 있다. 차창을 활짝 열고 달리는 스치는 바람도 봄이 온 것을 피부로 느끼게 부드럽다. 해운대 역에서 한 30분 달렸을까. 내리 마을에 내리니 은은한 매화 향기 지천에 가득하다. 연분홍 매화 보기 드문 홍매화 그리고 노란 산수유들이 나그네를 반긴다. 나는 고혹적인 매화 향기에 이끌려 안적사가 있는 앵림산을 향했다. 
 

우리 선조들은, 꽃의 화품으로 그 꽃을 좋아하고 즐긴 듯 여겨진다. 매화는 꽃 중에 가장 화품이 높은 꽃에 속한다. 옛 매화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니, 세종 때 학자 강희안은 우리 한국인이 좋아하는 화품을 9등으로 나눠 놓고 있는데, 1등이 매화와 서리 속에 핀 국화, 그리고 진흙 속에 핀 연꽃이었다. 그러니까 지조와 절개가 있는 꽃을 좋아했다. 정말 봄은 매화의 계절이다.   
 

앵림산에서 장산으로 넘어가는 산행로는 그닥 쉬운 길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발길에 닿아진 길은 푹신한 나뭇잎이 깔려 있어 걷는 발바닥의 느낌이 좋다. 저 멀리 달음산과 천마산, 망월산 백운산 철마산 뒤로 희미한 안개에 싸인 바다가 보인다. 어디선가 휙휙휙 휘파람새 우는 소리 들린다. 진달래는 다음 주에야 만개할 것 같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매달린 진달래 꽃망울이 곧 폭죽처럼 터질 듯하다.
 
진달래는 먹는 꽃
먹을수록 배고픈 꽃
한잎 두잎 따먹는 진달래에 취하여
쑥바구니 옆에 낀 채 곧잘 잠들던
순이의 소식도 이제는 먼데
<진달래> 중 '조연현'

이따금씩 꾀꼬올 꾀꼬올 …꾀꼬리 우는 소리가 청아하게 들리는 앵림산의 안적사는, 기장군의 대표적 천년의 사찰에 속한다. 안적사는 신라 30대 문무왕 때, 원효조사와 의상조사, 두 분이 명산을 순방하다가, 동해가 환히 바라보이는 장산기슭을 지나갈 때, 숲속에서 꾀꼬리 떼들이 모여 들며, 두 스님의 앞을 가로막았다고 한다.
 
이에 두 스님은 이곳이 보통 예사로운 곳이 아니라는 것을 간파하고, 이에 원효대사가 가람을 세웠다고 한다. 그리고 두 분 중에 먼저 도를 깨우친 원효대사를 정중하게 사형으로 모셨다는 일화가, 안적사 창건 설화와 함께 전해지고 있다.
 
봄은 정말 가슴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계절이다. 고난의 겨울을 이기고 찾아온 봄...그 봄의 물소리가 청아한 목탁소리처럼 온 계곡을 울린다.
 


태그:#산수유, #진달래, #매화, #봄,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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