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청원군 통합이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달 22일 충북도의회가 이 지역의 통합을 찬성 의결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정부는 청원군의회의 통합 반대에도 불구하고 도의회가 찬성한 만큼 통합을 강행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통합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먼저 행정구역 개편 시기의 문제다. 정치권에선 행정구역개편을 올해 6월 이전까지 마쳐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이는 정치권의 정치일정에 맞춘 행정구역개편으로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추진이란 명분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영국이나 독일,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행정구역개편은 장기간에 걸쳐 소통으로 추진될 때, 지역민 간의 갈등을 줄이는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지역민은 자신의 생활터전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데 중앙정부에서 결정해놓고 찬반만 묻는다는 것은 횡포나 다름없다.
행정구역 개편은 '자율추진'이 전제돼야 한다. 청주·청원이 통합할 때 앞으로 10년간 2523억원의 보통교부세와 특별교부세를 지원이란 정부의 당근책에 앞서 '사회적 공론'과 '주민의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지방자치는 자기결정권 존중에서 출발한다.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개편에 스스로 준비하고 논의해서 주민의 의사를 충분히 물어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자율적 개편은 지역주민, 지방정부, 지방의회가 자기 책임하에 적극적인 참여로 주도될 때 합리적 통합이 가능하다.
지역민의 참여는 초기 논의부터 필요하며, 마지막 결정단계의 참여는 갈등만 증폭된다. 따라서 이들의 참여를 끌어낼 수 있는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만 자치단체, 주민 간 불만을 극복하고 진정한 의미의 통합을 이룰 수 있다.
행정구역 개편... 주체는 지역민, 원칙은 삶의 질 향상
정부 자율통합 추진절차에 따르면 통합에 대한 주민 대상 여론조사를 한 후 찬성의견이 높게 나오면 주민투표를 거치지 않고도 지방의회의 의결을 통해 통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지역민의 생활과 직결되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사안을 지역민의 자율의지를 무시하고 의견을 묻지도 않겠다는 정부의 독선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0월 시·군 통합에 반대하는 지역의 단체장을 고발할 방안을 검토하면서 선거관리위원회에 법률 해석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발 등을 운운하면서 공권력을 동원해 반대 목소리를 압박하는 것은 더 큰 갈등만 부른다.
행정구역 개편의 주체는 이해당사자인 지역민이다. 통합 결과에 책임지지도 않는 중앙정치인과 정부는 논의주체에서 한발 물러서서 논의환경을 조성하고 지역주체의 결정사항에 대해 지원하는 수준에 머물러야 한다. 또한 통합에 따른 객관적인 사실과 전문가의 의견을 전달해 지역민이 합리적인 의사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
통합의 원칙은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다. 행정서비스의 양과 질을 높이는데 중점을 둬야지 효율화를 내세워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인원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 공무원 수는 OECD국가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다. 행정서비스를 선진국수준으로 높이려면 인력보강이 필요하다.
행정구역 개편은 풀뿌리민주주의인 지방자치를 강화하는 방향이어야 하며, '주민자치'를 지방행정개편의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개편잣대로 삼아야 한다. 주민자치는 지방정책을 주민 스스로 가 결정하고 집행하며 책임지고자 참여하는 제도다. 공간과 규모가 커질수록 주민참여의 기회는 반비례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
정부의 섣부른 판단과 조급함이 청주·청원을 가르는 벽으로 작용했다. 통합의 주체는 지역민이란 사실과 자율추진이란 명제를 간과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