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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해 창간 10주년 기획의 일환으로 국내 11개 진보싱크탱크들과 공동으로 '지방선거 10대 어젠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삽보다 사람'이라는 주제가 붙은 이번 기획을 통해 거대 담론보다는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과제를 구체적으로 선정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이사회에 참가한 우리노리 어린이집 부모들. 머리를 맞대고 회의 중이다.
이사회에 참가한 우리노리 어린이집 부모들. 머리를 맞대고 회의 중이다. ⓒ 이주연

"대청소는 언제 할까요, 졸업 잔치 이후에 청소를 하면 일이 많잖아. 미리 날짜 조정해서 대청소 날짜 잡았으면 좋겠어요."

3월 1일에 있었던 한 어린이집의 이사회 내용이다. 다른 곳과 다를 바 없는 이 회의에는 특별한 점이 있다. 회의에 참가한 이사회 구성원은 물론 이사장이 모두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있는 부모들이라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을 함께 키우자'며 모인 공동육아 어린이집 '부천 우리노리'의 모습이다.

교육은 주로 선생님이 담당하지만 어린이집 운영은 부모들이 한다. 청소 계획부터 교사들의 월급을 주는 일까지 모두 부모들의 대표인 이사회가 주관한다. 당연히 '내 아이를 키우듯' 모든 아이를 돌보게끔 어린이집을 운영한다. 유기농 농산물로 급식을 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조합원이 어린이집을 꾸려가는 우리노리와 같은 공동육아 공간이 전국에 60곳에 달한다. 공동육아의 특이점은 부모들이 서로를 별명으로 부른다는 점에도 있다.(기사 아래에도 별칭 사용) 이는 '친해지기'위함이다. 함께 아이를 키우는 동지로서 친목은 필수다.

'우리노리'는 교육활동에 부모들이 직접 참가하기도 한다. 방학 중에 등원해야 하거나, 교사들의 전체 회의가 있을 때, 첫째 셋째 토요일 등의 날이면 부모들은 교사가 된다. 내 아이의 사생활을 잘 알 수 있는 구조다. 이사회에 참석한 산오름은 "일반 어린이집에서는 졸업식, 학예회 등 교육기관에서 불러주는 날에만 어린이집에 갈 수 있다"며 "그러다 보니 아이가 어떻게 자라는지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큰 아이는 일반 어린이집에 보냈고 작은 아이는 우리노리에 보낸 산오름은 일반 어린이집과 우리노리 사이의 '다름'을 직접 경험했다. 산오름이 느낀 차이점 중 하나는 '소통'이다. 그는 "일반 어린이집에도 날적이란 것이 있지만 2~3줄 정도 형식적인 내용만 담겨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며 "우리노리는 1년에 3권이나 날적이를 적을 정도로 자세한 내용들이 담겨있다"고 말했다.

'함께 키우기'가 모토인 만큼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에 대해 세세히 알 수 있게끔 부모와 교사간의 소통이 매우 원활하다는 것이다. 아이 10명 당 1명 정도의 교사를 두고 있는 구조가 소통의 한 축이 된다. 작년에 26명의 아이들이 우리노리에 다녔는데 교사 수는 3.5명(0.5명은 반일제 선생님)이었다.

공동교육, 아이가 먼저 변화

'관계 맺기'와 '소통'을 중시하는 공동육아 프로그램은 아이들을 먼저 변화시켰다. 2006년부터 아이를 우리노리에 보낸 코끼리는 "아이가 소심하고 자기표현도 못했는데 우리노리에 보낸 이후에는 자기주장을 다 하고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가위바위보 해서 이긴 사람이 나랑 놀 수 있어'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이가 얼마나 밝아졌는지 느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소극적이었던 아이가 아이들, 선생님과 함께 진솔하게 소통하고 부대끼며 점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두 아이 모두 우리노리에 보낸 파랑은 우리노리의 체험학습도 일반 유치원과 다르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정말 자연스럽게 풀이름을 말하고 그 새싹을 뜯어 맛을 보더라"며 "그만큼 아이들이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체험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산오름은 "요즘에 체험학습을 많이 하는데 일반 보육 시설은 갔다 오는 것에만 의의를 둔다"고 말했다. 그는 "쓱 지나가는 체험과 제대로 흙을 만져 가면서 느끼는 것이랑 다르지 않겠냐"며 "텃밭을 가꾸며 일상적으로 나들이를 하고 자연 체험을 하는 우리노리의 자연 학습"을 자랑했다.

인지교육 안해도 자연스레 크는 아이들

우리노리는 인지교육을 하지 않는다. 올해 우리노리를 졸업한 아이를 둔 딱지는 "인지 교육을 안 하니까 조금 불안하긴 했는데 어느 순간 아이가 혼자서도 숫자나 글을 다 익히더라"고 말했다. 딱지는 "교육이라는 것도 아이가 받아들일 정도로 해야지 그 이상 자꾸 주입하려다 보면 쉽게 지친다"며 " 우리 아이는 책을 사주면 굉장히 좋아하며 읽는데 조기교육에 열 올리고 있는 직장 동료의 아이는 책에 흥미를 잃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자연스러움의 힘'이 공동교육에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다름'들 때문에 부모들은 일반 유치원이 아닌 우리노리를 선택하고 있었다.

물론 힘든 점도 있다. 무엇보다 우리노리 부모들을 힘겹게 하는 것은 역시 돈 문제다. 이사장을 맡고 있는 잠자리는 "일반 유치원은 교사 대 아동 비율이 1:20에서 1:30 정도 되는데 우리노리는 1:10 정도이다"라며 "그만큼 가장 큰 자원이 교사다"라고 말했다. 국가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부분 역시 교사들의 급여다. 잠자리는 "정부의 지원은 시설이나 교육 자료 구입 측면에서만 이루어진다"며 "교구 구입만을 지원하는 것은 일반 유치원의 입장에서 공동육아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생한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공동육아에서는 정형화된 교구보다는 체험을 이끌 교사에 대한 지원이 필요함에도 정부는 엉뚱한 곳에만 지원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송지 공동육아 사무총장은 "공동 육아 어린이집에서는 일반 어린이집보다 많은 수의 교사를 채용하며 그들에게 더 높은 임금을 주고 있는데, 그 인건비를 전적으로 부모가 감당하다 보니 일반 어린이집보다는 비싼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법정 보육료 외에도 운영 지원금(조합비)을 별도로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출자금과 함께 20~30만원이 더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동육아에 대한 오해도 생겼다. 중산층 부모만 아이를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이 사무총장은 "그것은 명백히 오해다"라며 "부모들은 집을 사고 땅을 사는 대신 건전한 육아 공간이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동 육아를 선택한 것으로 그들의 노력과 희생의 결실이 공동육아다"라고 말했다.

잠자리는 터전 마련에 대한 지원도 필요함을 강조했다. 잠자리는 "터전을 마련에 굉장히 많은 돈이 들지만 그래도 이곳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부모들의 마음"이라며 "국공립 유치원은 대지를 정부에서 임대해준다고 들었는데 우리에게도 이러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육도 무상으로

 공동육아 어린이집 우리노리의 대문
공동육아 어린이집 우리노리의 대문 ⓒ 이주연
이들이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바라는 점은 명확했다. 이 사무총장은 "보육도 무상으로 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 때에만 반짝 보육에 대해 얘기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아이가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하고 부모 역시 경제적 부담이 큰 보육 기간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공동육아를 하는 부모들은 경제적인 측면뿐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고단하다. 잠자리는 "일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아이 등·하원을 부모가 직접 시켜야 하고, 부모들이 청소도 매일하고, 다른 데에는 없는 아마(아빠엄마가 직접 참여해 아이들을 돌보는 활동) 활동에 교육이다 총회다 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직장에 다니고 있는 파랑은 "토요일에 아마 활동하고 나면 너무 힘들다"면서도 "아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직접 볼 수 있다는 지점은 이 힘듦을 상쇄하고도 남는다"고 말했다. 딱지 역시 "육체적·경제적으로 부담이 있긴 하지만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이가 함께 노는 즐거움을 자연스럽게 얻을 공간이라는 점이 너무도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즐거움이 있어서일까. 우리노리 학부모들은 대부분 2명 이상의 아이를 키우고 있다. 평균 출산율이 2.0명이 넘는 셈이다. 산오름은 "셋째 낳는 분들도 꽤 된다"며 "아빠와 엄마만 아이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키운다고 생각하니까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져 아이를 많이 낳는다"고 설명했다.

산오름은 "일반 유치원에 다녔던 아들이 우리노리에서 하는 행사에 참여해 끈끈한 관계를 체험하며 굉장히 행복해 한다"며 "공동체 문화를 겪게 한다는 것이 우리 사회 속에서 얼마나 절실한가를 아들을 통해 느꼈다"고 말했다.


#공동육아#지방선거#보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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