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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눈빛이 가슴에 박히네."

 

철제 약사여래불 앞에서 바라본다. 녹이 슬은 부처님의 몸을 바라보면서 세월의 무심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진 부처님이니, 천년의 세월이 지나갔다.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고 천년을 지켜온 부처님이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항상심으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는 부처님의 공덕에 감사하게 된다.

 

철제 약사여래 실상사
철제 약사여래실상사 ⓒ 정기상

철제 약사여래 부처님이 계시는 곳은 지리산 아래에 있는 남원 실상사이다. 물 건너 논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는 절은 친환경 농법을 주장하는 중심지가 되었다. 자연이 살아 있어야 사람도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귀농을 원하는 사람들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봄이 찾아서 찾은 곳이 바로 지리산 실상사이다. 봄기운이 온 몸에 전해져서 집안에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손짓하는 봄의 유혹을 물리칠 수가 없었다. 우주에 만연해 있는 봄을 마음껏 누리기 위하여 집을 나섰다. 조금 먼 거리이기는 하지만 봄을 누리고 싶은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달렸다. 바람을 가르면서 달리는 기분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다.

 

천년 고찰 시간을 머금고
천년 고찰시간을 머금고 ⓒ 정기상

수철 스님이 창건한 실상사는 9대 산문 중의 하나로서 그 역사가 아주 오래되었다. 천년의 세월을 하루같이 지켜오고 있다. 부처님께서는 찾아오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빛이 되고 있다. 행복이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 있다는 진리를 그 자리에 앉아서 가르쳐주고 있었다. 모든 진리는 바로 마음 안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었다.

 

절 경내를 관통하고 흐르고 있는 물이 그렇게 맑을 수가 없다. 속을 훤히 드러내놓고 흐르고 있는 물을 바라보면서 지난날을 생각하게 된다. 무심하게 흐르고 있는 물이 과거와 이어져 있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모든 현재는 과거의 그림자를 이끌고 이동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오늘이 독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어제와 이어져 있고 아울러 내일로 연결되어진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산수유 노란
산수유노란 ⓒ 정기상

졸졸졸 흐르고 있는 시냇물과 대화를 하고 있는 꽃이 있었다. 노란 꽃봉오리를 맺고 있는 산수유였다. 아직 활짝  피지는 않았지만 노란 색을 머금고 있는 꽃봉오리가 그렇게 고울 수가 없었다. 그 것이 마법이었다. 오묘한 경지였다. 삭풍의 겨울 속에서도 쉬지 않고 준비를 한 결과로서 꽃을 피워내고 있는 모습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산사에서 산수유 꽃을 바라보면서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저마다의 독특한 색깔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이 바로 가장 아름답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저마다 맑고 고운 향기로 자리를 지키면서 자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그 곳에는 가식도 없고 거짓도 없다. 오직 있는 그대로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산사의 봄 석상
산사의 봄석상 ⓒ 정기상

천년은 한 자리를 지키고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놀랍지 않은가? 현재의 모든 것들은 결국 모두 다 기적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숨 쉬고 있는 것이 기적이고 땅 위를 걷고 있는 또한 기적이 아닌가? 아팠을 때 견강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것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우리의 삶 자체가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다.

 

산사에서 봄을 만끽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천년의 세월을 지키고 있어준 것도 고맙고 새싹이 돋아나는 것도 고맙다. 무엇 하나 감사하지 않은 것이 없다. 제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내가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철제 약사여래부처님이 천년을 지키고 있기 때문에 오늘 내가 행복해질 수 있음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봄이여 정말 고맙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언


#실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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