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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많은 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저도 인터넷 브라우저 시작 페이지를 '네이버'로 정해 두어서 한국어와 영어로 된 뉴스 페이지들을 한 번에 간편하게 훑어보곤 합니다.

뉴스 사이트마다 각각 "오늘의 이야기"가 될 만한 기사들을 선정해서 옆에 작은 사진과 함께 보여주지요. 아시겠지만, 저도 <코리아 타임즈>에 가끔씩 미천한 칼럼을 보내고 있고 <오마이뉴스>에도 글을 쓰는데 정말 드물게 제 글이 첫 페이지에 나오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지요.

이 얘기를 하는 것은 제 글이 주옥같은 기사였단 말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지난 몇 달간 이 헤드라인들이 - 사진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한국에서 "뉴스가 될 만한" 소재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대강 보여주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고, 제가 느낀 것이 사실이라면 한국 미디어에 대해 조금 걱정이 된다는 말을 하려는 것입니다.

저는 이들 뉴스 대부분이 가슴 성형이나, 노출 있는 옷을 입은 여자 연예인들, 인터넷 포르노 유저들의 습관, 불륜과 섹스 등등을 다루고 있다는 점을 눈치채게 되었습니다. 섹스에 관련된 것이라면 거의 뭐든지 잘 팔리는 듯한 느낌이죠! 그에 대해서는 다음에 제대로 다뤄보기로 하고….

대신 여기서는 무작위로 오늘(2일) 저녁 제가 인터넷 브라우저를 열었을 때 보게 된 것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네이버 메인 페이지에 소개된 기사
네이버 메인 페이지에 소개된 기사 ⓒ 마티아스 슈페히트

<국민일보>의 헤드라인 기사들이 보이고, 오늘의 가장 "흥미로운" 기사로 무엇이 뽑혔는지도 사진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제목을 대충 번역해보면 "속옷 바람으로 올림픽에서 김연아를 응원하는 중년의 외국인" 정도가 되겠습니다. 읽고 싶으신 분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여기서 제가 갖게 된 의문점이 무엇일지는 뻔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를 나라에서 제일 큰 인터넷 포털의 메인 페이지용 기사로 뽑은 것은 둘째 치고, 이것이 뉴스로 보도될만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래요, 한국 운동선수를 좋아하는 외국인이 있습니다. 그래서요? 첫째로, 김연아는 동계 올림픽에서 아주 유명한 선수입니다. 스케이트 실력도 엄청난 데다, 매력적이고, 게다가 보통 예쁘다는 말을 듣는 편이죠. 그러니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이 그녀를 응원하는 것이 놀라울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둘째로, 한국 사람들은 누구의 공연이 더 감동적이든 상관 없이 한국 선수들만을 응원하나요- 국적만 따라서? 적어도 저라면 그런 편협한 국수주의 신문의 구독은 사양하겠습니다, 그리고 저와 같은 행동을 할 한국인들도 많이 알고 있죠. 그러면 미디어는 대체 왜 이것을 아주 특별한 일인양 보이게 만드는 걸까요? 그저 외국인이 한국인을 지지하는 것을 보는 게 만족스러운 걸까요? 피자와 맥주를 먹는 한 남자의 이미지마저 우리 자신감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면 얼마나 자신감이 없는 건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아니면, 농담 반이지만, 이 남자가 집에서 "속옷"만 입고 있는 것 때문일까요? 사실 속옷이라 칭할 만한 것은 러닝셔츠고, 반바지는 트레이닝복 종류이긴 하지만요. 음, 말도 안되는 소리지요.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이런 것들을 많이 보게 되면서 저는 제 자신에게 "추측성 질문"을 던져보게 됩니다. 이런 일이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날까요? 그러면 또 다시, '가능은 하더라도 별로 있을 것 같지는 않다'는 대답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영국 신문에서 "서울 맥주집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셔츠를 입고 응원하는 한국 남자"에 대한 얘기를 실을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 계신가요? 적어도 저는 상상할 수 없는데요.

어쨌든, 그건 제 의견일 뿐이지요. 하지만 제가 김연아 선수의 팬이 아니란 말은 아니랍니다. 사실 김연아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한국 스타인 걸요~

덧붙이는 글 | 마티아스 슈페히트 기자는 독일에서 태어나 10여 년 전 첫 방한한 후 거의 매년 한국을 방문하다 2006년 서울로 이주했다. 독일 유러피안 비즈니스 스쿨에서 경영학 학위를 2008년엔 연세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그 후 서울에서 '스텔렌스 인터내셔널(www.stelence.co.kr)'을 설립하여 수출입 사업에 종사중이다. 최근 한국에서의 경험을 쓰기 시작한 개인 블로그는 http://underneaththewater.tistory.com/이다.



#뉴스#기사#미디어#국민일보#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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