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리나라 재벌들, 정말 해도 해도 정말 너무 합니다…."

온갖 불법과 거짓으로 세상 위에 군림해오면서도, '국민들이 정직하지 못해서 문제'라고 황당한 말씀을 하고 있는 삼성그룹 이건희 전 회장의 행태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엔 삼성그룹과 황제 총수를 두고 하는 소리가 아니었습니다.

그 소리가 울려퍼진 곳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 SSM(대기업슈퍼마켓) 롯데슈퍼 입점 예정 건물 인근이었습니다. 롯데슈퍼의 기습 개점 시도 소식을 듣고 모여든 중소상인들은 누구라도 할 것 없이 그렇게 절규하고 있었습니다.

가락동 롯데슈퍼 개점 강행지 바로 옆과 앞에는 슈퍼가 2개 있고, 주변에는 롯데슈퍼가 정식으로 개점하면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해 보이는 중소형 업소가 수십 개나 위치하고 있습니다.

3·1절에 '도둑입점'한 가락동 롯데슈퍼

3·1절 비오는 새벽, 롯데 측은 용역과 직원 300여명을 동원해 기습적을 물건을 들여놓았다. 소식을 듣고 모여든 중소상인들이 격렬히 항의했지만 중과부적이었다. 용역직원들이 곳곳에서 롯데슈퍼로 들어가는 곳을 막고 있는 모습.
▲ 가락동 롯데슈퍼 입점 예정지. 3·1절 비오는 새벽, 롯데 측은 용역과 직원 300여명을 동원해 기습적을 물건을 들여놓았다. 소식을 듣고 모여든 중소상인들이 격렬히 항의했지만 중과부적이었다. 용역직원들이 곳곳에서 롯데슈퍼로 들어가는 곳을 막고 있는 모습.
ⓒ 한겨레 방송팀

관련사진보기


'SSM 저지를 위한 서울지역 대책위원회' 이화열 위원장은 "한 해에 순이익만 수조원 넘게 거두어들이고 있고, 우리나라에서 현금이 가장 많다는 롯데 재벌이, 번화가도 아닌 골목에까지 재벌슈퍼를 입점시킬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여기는 한국 자본주의의 탐욕과 부도덕의 상징이다"라고 탄식했습니다.

한쪽에선 중소상인들의 울먹이는 소리도 들려왔습니다.

"어떻게든 겨우 살아보려고, 조그만 가게를 힘들게 냈는데, 롯데 재벌 때문에 우리는 다 죽게 생겼습니다. 재벌이면, 재벌다워야지, 정말 이래도 되는 것입니까?"

지금 이것이 대한민국 자본주의의 현주소입니다. 이미 어마어마한 돈을 벌고 있는 재벌대기업이, 동네 상권까지 싹슬이하려 SSM을 개점시키려, 용역 300명을 동원하여 새벽에 도둑처럼 기습 입점을 시도했고, 나아가 이제 개점(오픈)을 강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3·1절 오전 5시께, 롯데 측은 용역과 직원들 300여 명을 앞세워 새벽에 롯데슈퍼를 도둑 입점시켰습니다. 뒤늦게 몰려든 중소상인들의 항의는 중과부적이었습니다. 3·1절 휴일, 그것도 비오는 새벽에 이렇게까지 도둑 기습 입점을 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탐욕은 정말로 집요하고 지독한 것이기에 가능했을 것입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롯데 측이 물건을 들여놓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아직 개점은 못했다는 것입니다.

지나가는 주민들도, 동네 상권까지 장악하려 하는 재벌들에게 혀를 차고 있습니다. 그 자체로 안 좋은 행태일뿐만 아니라 결국 유통계에 독점이 심화되면 물건 값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이치를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네상권까지 점거한, 재벌들의 끊없는 탐욕

실제로 중소기업청이나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의하며, 지금도 재래시장이나 전통 상가, 동네 슈퍼들이 대형마트나 SSM에 비해 가격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싼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일부 품목은 안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결과).

그래서 우리 국민들도 여러 조사에서 대기업 슈퍼에 대한 규제를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국회의원이 실시한 여론조사에도 SSM에 대한 허가제를 찬성하는 여론이 70%가 넘게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재벌 대기업들의 '탐욕'은 끝이 없습니다. 앞으로도 많게는 대기업들 마다 수백개씩, 합쳐서 수천개의 SSM을 더 입점시킬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는 전국의 중소상인들은 다 죽으라는 이야기와 똑같습니다. 재벌 대기업들은 SSM 수십 개 없어도 이미 엄청난 이윤을 확보하고 있지만, 중소상인들은 SSM 하나만 나타나도 가족까지 해서 수백 여명이 생존의 위기를 겪게 돼 있습니다. 이것이 정상적인 사회는 아닐 것입니다.

3월 3일 현재 인근의 중소상인, 야당 인사,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롯데슈퍼 앞에서 3일째 농성을 전개하며 '개점'을 겨우겨우 막고 있지만, 롯데 측에서 언제 개점(오픈)을 시도할 지 몰라 모두들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현재 송파지역 중소상인들의 생존권 투쟁에 대한 지지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함께사는 대한민국'이라는 헌법정신과 최소한의 상도의마저도 외면하고 중소상인들의 생존을 짓밟아버리려는 거대자본-대기업슈퍼의 악덕한 행위를 전국의 중소상인들과 시민사회단체, 야당들이 한목소리로 규탄하고 있는 것이죠.

또한 SSM규제와 허가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이명박 친재벌 강부자 정권에 대한 분노와 지방선거에서의 심판 여론이 중소상인들 사이에서는 급속하게 퍼지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6·2 지방선거에서 SSM규제와 허가제 도입, 중소상인 살리기에 대한 지방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 입장처럼 SSM규제및 허가제에 대한 찬반 입장이 지방선거 중요 쟁점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것입니다.

중소상인 생존권 외면, 표로써 심판하겠다

3·1절 새벽 중소상인들이 롯데슈퍼의 기습 입점을 빗속에서 항의하고 이다. "함께 사는 대한민국"은 정녕 불가능한 요구인가.
▲ 중소상인들의 긴급한 피켓팅 3·1절 새벽 중소상인들이 롯데슈퍼의 기습 입점을 빗속에서 항의하고 이다. "함께 사는 대한민국"은 정녕 불가능한 요구인가.
ⓒ 한겨레 방송팀

관련사진보기


돌이켜보면, 이 모든 것이 SSM 허가제가 도입되지 않아 벌어진 문제이고, 부실한 '사업조정제도'(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사업관련해서 분쟁이 발생했을 시 이를 조정하는 제도) 때문에 벌어진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말로는 친서민 운운하면서도 기만적으로 SSM에 대한 허가제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지식경제부와 중소기업청은 사업조정제도의 취지를 외면하고 대기업에 유리한 결과를 도출하고 있고, 아예 가맹점 방식 등의 편법 SSM은 사업조정대상 조차 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러자마자 재벌 대기업들이 SSM을 가맹점 방식으로 마구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금 전국의 중소상인들은 당장의 생존권 투쟁에 매진하면서, 동시에 돌아오는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정부여당의 반 서민 실체와 중소상인들의 생존권 외면을 표로써 심판하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여기 가락동 롯데슈퍼 개점 시도 현장은 대한민국 자본주의의 '천민성'과 대자본의 '부도덕성'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는 장소입니다.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경우의 상징이라고 해도 전혀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아래는 가락동 롯데슈퍼에 대한 중소상인들의 지금까지의 투쟁 경과입니다. 쉽게 알 수 있듯이 담배와 종량제봉투를 3년간 팔지 말라는 중소기업청의 조정안은 아무런 실효성이 없습니다. 믿을 것은 상식을 가진 우리 국민들의 연대와 지지 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자본주의가 막가는 자본주의가 될 것인지 헌법과 상식에 의거해 '함께 사는 자본주의'가 될 것인지 지금 가락동 롯데슈퍼 사태가 그 바로미터가 될 것입니다.

가락동 롯데슈퍼 개점 저지 투쟁 경과
- 2009년 7월 말 서울에서 최초로 사업조정신청(송파지역 상인들 전재원 외 80여명)
- 서울시 일시정지 권고 내려졌고, 롯데측 자진해서 입점 보류함
- 서울시 주관으로 자율조정협의를 몇 차례 진행했으나 합의 실패
- 중소기업청(중기청)으로 사업조정절차 이관
- 2010년 2월 중순 중기청 사업조정심의회 심의결과 서울시로 통보
- 심의내용 : 피신청인(롯데슈퍼)은 3년간 담배와 종량제봉투 판매 보류, 영업시간은 오전10시~오후10시(동절기에는 오후10시 30분), 2만원이상 배달가능 등으로 중소상인들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실효성도 없는 조정 내용이 통보됨.
- 2월 20일 서울시에서도 위와 같은 내용으로 사업조정심의 내용을 신청인, 피신청인에게 통보해옴.
- 2월 27일부터 롯데슈퍼측 물건반입을 시도했으나 중소상인들의 저항으로 못들어 옴
- 3월 1일 새벽 5시 30분쯤 롯데슈퍼측 직원과 용역 등 300여명을 동원해 중소상인들 밀어내고, 물건반입을 하고 정식으로 개점 준비를 하고 있음.
- 3월 1일부터 3월 2일 현재까지 송파지역 중소상인, 시민단체, 야당 인사 등 100여명 대치하며 격렬하게 항의 전개.
- 3월 3일 현재 3일째 농성 중. 중소상인, 시민단체, 야당으로 반발 확산 중.
- 3월 4일 롯데그룹 본사 앞에서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규탄 기자회견 예정.

덧붙이는 글 | 중소상인들의 절규에 시민 여러분들께서 함께 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가락동 롯데마트 개점 저지 투쟁은 앞으로도 쭉 계속 될 것입니다. 오금역 6벌출구에서 100미터 쯤 직진하시면 중소상인들의 농성 현장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롯데마트, #SSM, #중소상인, #대기업슈퍼,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이 시대를 힘겹게 살아가는 서민들과 함께 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 시민입니다. 현재 참여연대(www.peoplepower21.org) 실무자로 '민생희망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또 대학생들과 다양한 강좌 프로그램도 종종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력은 부족하지만 '희망의 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