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X들 정말 문제 많다"는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의 발언이 또 다른 후폭풍을 불러오고 있다. 지난 1일자 <경북일보>에 따르면 이 수석은 지난달 28일 기자들 앞에서 대구·경북을 싸잡아 욕하면서 "첨단의료복합단지 같은 경우도 이 대통령이 챙겨주지 않았으면 선정되지 못했다"는 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언론이 'TK X들' 표현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면서 이 수석 발언의 뒷부분은 잠시 묻혔다. 하지만 3일 이 수석의 말이 결국은 "청와대의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 개입을 인정한 것"이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 수석의 말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그는 첨단의료복합단지를 놓고 제기된 의혹을 스스로 실토해버린 셈이 된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에서 떨어진 각 지자체의 반발이 일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대구 신서지구와 충북 오송지구를 첨단의료복합단지로 최종 선정하면서 "60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단이 공정하게 심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청와대의 개입이나 정치적 고려가 전혀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2038년까지 총사업비 5조6000억 원이 투입되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에 사활을 걸고 뛰어든 원주, 광주 등 탈락한 8개 도시는 끊임없이 의혹을 제기해 왔다. 정부는 각 지자체의 의혹제기를 강하게 부인했지만, 이번 이 수석의 발언으로 끓는 불에 기름을 붓게 됐다.
야당은 당장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최영희 민주당 의원은 "이 수석의 발언으로 첨단의료복합단지 입지 선정에 대통령의 정치적 결정이 있었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어떤 정치적 개입이 있었는지 낱낱이 밝히고 대국민 사과와 함께 책임자는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첨단의료복합단지는 10조 원 가까운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으로 전국의 지자체가 수년간 사활을 걸고 지원했던 사업"이라며 "객관적 평가를 무시하고 대통령의 정치적 결정이 있었다는 사실은 향후 정부 정책 전반에 불신을 초래할 수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강원·광주·충북 등 민주당 시도당도 일제히 이 수석을 비난하고 나섰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말도 안 되는 첨단의료복합단지 최종 결정 뒤에 누가 있었는지 이제 알게 됐다"면서 "이 수석 발언이 사실이면 이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원상회복해야 하고, 사실이 아니면 즉각 이 수석을 경질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의 다른 의원들 역시 개인 성명을 통해 "정부의 새빨간 거짓말"(이시종), "정치적 선물"(변재일) 등 비난을 퍼붓고 있다. 이용섭 의원은 '첨단의료복합단지 재선정'까지 요구하고 있다.
여당 의원도 "국가 정책 공정한 평가? 누가 받아들이겠나" 비판
여당 내에서도 이 수석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TK X들' 발언 뒤 이 수석의 사퇴를 요구한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오전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TK) 비하발언은 '말실수 했다'면 용서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며 "하지만 '첨단의학복합단지가 대통령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이루어질 일인가'라고 한 발언은 더욱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 의원은 "(이 수석 말대로라면) 앞으로 국가에서 여러 정책과 사업이 이뤄질텐데, 공정한 평가(가 이뤄진다는 말을) 누가 받아들이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수석의 발언으로 첨단의료복합단지 선정 의혹은 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만약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에 또 하나의 악재가 될 가능성도 크다.
한편 이날 이 수석은 'TK X들' 발언을 보도한 <경북일보>와 기자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중재위 제소와 별개로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하고, 5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낼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