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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바다가 운다

수많은 주민들의 경악과 황망함 속에서

123만 명 자원봉사자들의 땀방울이 여울졌던

태안 바다가 다시 운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건져 올리고

기적을 일구었던 태안 바다가

음울한 그림자 속에서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올 적마다

다시금 신음을 토한다

검은 재앙을 말끔히

속속들이 걷어내어

다시 푸르러진 바다

은빛 모래톱

보송보송한 갯바닥

무수한 갖가지 갯것들의 구멍구멍에서

다시금 눈물이 솟구쳐 오른다

검은 재앙에 치어

이미 세 명의 목숨이 희생 제물이 되었건만

걷히지 않는 음울한 그림자는 너무도 막막하여

또 한 명이 귀한 생명을 내놓았다

대한민국 제일의 재벌 삼성과 현대가

법정에서 서로 싸운다

짜고 치는 고스톱 같다

정부는 짜고 치는 고스톱의 구경꾼이다

법원은 고스톱 판을 열어주는 개평꾼이다

전(全)피해민 손해배상대책위원장 성정대씨

그는 절망을 이겨낼 수 없었다

검은 재앙으로 어장을 잃은 슬픔보다

바삐 뒷간 갈 때와는 너무도 다른

뒷간에서 나온 재벌들의 뻔뻔함과 오종종함에

절망을 추스를 수 없었다

"물심양면으로 도와 주신 분들의

은혜에 보답하지 못하고

죽음으로 대신하는 저를 용서하십시오"

그는 남은 사람들에게 눈물로 용서를 청한다

"기름피해로

처음 시작한 양식 사업의 주기가 깨지고

채무만 늘어가는 처지에서

해결 방안은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는 죽음을 택했다

그의 유서에서 피눈물이 흐른다

피눈물이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서 가슴으로 이어지고

파도가 되어 바다를 적신다

"더 이상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속하고도 원만한 배상이 이루어지기를 촉구합니다"

간절한 비원을 아는 듯

갈매기들의 날갯짓도 흐느적거리는데

저 재벌들의 아스라한 성곽이 길게 드리우는

음침한 그림자는

태안 바다 온 갯벌을 검은 재앙처럼 뒤덮고 있다.

 

 (2010년 3월 2일, 고 성정대 님의 영결식을 보고)

 

 


태그:#기름피해, #피해어민 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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