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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반입을 불허해 9개월간 인천항 물류창고에 보관돼 있던 고 윤이상의 흉상이 햇볕을 보게 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4일 "윤 선생 흉상의 반입을 허용하기로 3일 결정했다"고 밝혔다. 윤이상평화재단(이하 평화재단) 관계자도 "어제(3일) 통일부에서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경남 통영시는 생가터에 건립되는 '윤이상 기념관'에 설치하기 위해 여러 차례 윤이상 흉상을 제작했으나, 고인의 모습과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통영시는 통일부 승인 아래 평화재단을 통해 '평양 윤이상 음악연구소'에 전시돼 있는 고인의 흉상 복제품의 반입을 추진해왔다. 윤이상 본인도 생전에 자신과 가장 닮았다고 인정한 것이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북측이 제작·기증한 흉상이 지난해 6월 인천항으로 들어왔으나, 정부가 '갑자기' 방침을 바꿔 반입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그동안 인천항 물류창고에 보관돼 왔다.

 

반입 보류 기간이 길어지면서 평화재단과 통영시 쪽에서 "국정원이 흉상 반입을 방해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국정원 측은 흉상을 북한에서 반입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면서 통일부 측은 지난달 17일 정례브리핑에서 이 문제와 관련해 "관계기관과 협의 하에 반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국정원의 개입을 시사했다.

 

원세훈 원장, 개입 인정... '상처받은 용' 윤이상, 사후에도 분단으로 고통

 

 

결국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같은 달 23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해 "간부들에게 보고된 것이 아니고 현장 직원의 개인 판단으로 이뤄진 일이었다"면서 "담당 직원을 교체했다"고 해명했다. 국정원 직원의 개입 사실을 인정하면서, 관련자를 '인사조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종적으로 통일부의 반입 허용 결정이 내려짐에 따라, 윤이상 흉상은 오는 19일 문을 여는 '윤이상 기념관'에 설치될 수 있게 됐다.

 

평화재단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도 서울시장 시절에 재단의 대표발기인이었고, 원세훈 국정원장도 서울시 부시장이던 2006년 4월 금강산 윤이상음악회에 참석했었다"면서 "반입이 보류됐던 것은 (정부 고위층의 의사가 아니라) 실무자들의 판단이었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생전에도 남북분단 때문에 '상처받은 용'으로 살았던 음악가 윤이상이 사후에도 그 굴레로 인해 고통을 겪은 셈이다.


태그:#윤이상, #윤이상기념관, #국가정보원, #상처받은 용, #흉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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