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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일 오후 5시, 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국악관현악단> '기량향상을 위한 평가' 거부에 따른 공연취소 공지 및 간담회가 국립극장 관리동 2층 회의실에서 있었습니다. 이날 오후 4시 34분에 국립극장측으로부터 갑작스레 이와같은 내용의 문자를 받고서 부리나케 달려갔습니다.

 

5시 20분경 도착한 국립극장 관리동 2층 회의실에서는 임연철 국립극장장이 스무명 내외의 기자들 앞에서 이 사태에 대한 국립극장측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었습니다. 내용 자체는 매우 단순했습니다.

 

국립극장측에서는 앞서 '국립극장 2010년 사업계획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것 (관련기사:올해 국립극장, 이렇게 달라진다)처럼 오디션을 통해 국립극장 전속단체 단원들의 기량향상을 도모하겠다는 것인데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이 실현되지 않은 우려에 의해 3월 4일과 5일에 예정되었던 오디션을 거부하였고 이에 따라 국립극장측은 3월 19일과 20일 공연예정이던 <뛰다 튀다 타다> 공연을 취소하였으며 18일과 19일 재 오디션을 실시하기로 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왜 오디션을 거부하였을까?

 

이 자리에서 임연철 국립극장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국립극단의 법인화는 정부정책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서울가무단, KBS교향악단, 국립발레단, 합창단, 오페라단 등이 모두 국립극장에서 독립해 나갔으며 국립극단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진행된 것이며 현재 국립국악관현악단의 경우 팬층이 1~2% 정도로 뮤지컬 30%, 영화 50% 등에 비해 지나치게 얇아 자칫 독립시켰다가는 이 쟝르 자체가 잘못되는게 아니냐 하는 우려에 따라 계속 전속단체로 머무는 것이라며 언젠가 국립창극단, 국악관현악단, 무용단도 독립시킬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19, 20일 예정이던 <뛰타 튀다 타다>공연을 취소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정오의 음악회는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나 이미 오디션을 거부한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이 평정심을 잃은 상태에서 <뛰다 튀다 타다>와 같이 복합적인 능력을 요구하는 공연을 관객들 앞에서 정상적으로 보여줄 수 없을 것 같아 황병기 예술감독 등과 상의해 결정한 일이라고 합니다.

 

만일 오디션을 안 할 경우에는 무엇이 문제가 되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는 과거와 같이 국립관현악단이 독보적일 경우에야 어쩔 수 없었겠지만 현재에는 민간에도 유사한 형태의 단체들이 여기 저기 생겨났으며 특히 민간단체를 맡은 대학교수 등에서 문제 제기가 있어왔고 실력차이는 별로 없는 국립국악관현악단이 급여차이는 이보다 훨씬 많이 나는 것이 불합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들려오고 있다는 답변을 하였습니다.

 

따라서 이와같은 정당한 문제제기에 대해 국립극장측은 마냥 간과하거나 회피하고 있을수 없는 입장이었으며 국립극장 전속단체인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의 경우에도 오디션이란 계기를 통해 마땅히 기량향상의 기회를 주어야 하는 것이며 이에 따라 실력이 모자라는 단원이 있을 경우 인간문화재 등에게 별도의 교육을 받게 해서라도 스스로 기량을 높이도록 하여야 하며 만일 (단원의) 연령층이 높아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따로 교육계로의 알선을 해 줄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임연철 국립극장장은 이에 덧붙여 애초 전속단체 단원들과 국립국장 간의 노사 단체 협약에 있어 불합리한 부분이 상당부분 있어 (이 때문에) 지금 당장 퇴출은 시키기 어렵더라도 최소한 (단원들의) 기량향상이라도 도모할수 있도록 하여야 하는것 아니냐며 단지 억측에 의해 오디션을 거부하는 것은 국립극장측이 주는 선의를 짓밟는 것이 아니냐며 만일 정말로 18, 19일에 실시될 재 오디션조차 거부한다면 거부하는 단원들에 대해서는 국립극장측에서 적절한 행정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원래 예정된 기자간담회는 여기까지였으며 절반 정도의 기자들이 자리를 떠났지만 대체 왜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은 막연한 억측만으로 오디션을 거부하였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결코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국립극장 측의 입장만으로 기사를 작성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저를 비롯해 YTN, KBS, 유니온프레스 등 나머지 기자들은 과연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입장은 어떤 것인지 들어보기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이재원 지회장을 불러 입장을 들어보았습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오디션을 거부한 적이 없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대금주자이기도 한 이재원 지회장(일종의 노조위원장과 같은 역할임)은 이 자리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이 결코 오디션을 거부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미 기존에도 작품별 상시평가제도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예전에도 유인촌 장관이 메뉴얼을 갖춘 합리적인 오디션이 있어야 하지 않느냐라고 했을 때 이에 충분히 공감을 표한적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현재의 오디션 강행은 이러한 사전절차 없이, 메뉴얼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강행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디션 자체를 가지고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시간을 갖고서 사전에 합리적인 메뉴얼을 마련하여 이에 따라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덧붙여 기존의 상시평가에 플러스알파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즉,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 측에서는 결코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하자는 것임에도 국립극장 측에서는 일방적으로 강행하려든다는 것인데,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는 지금 현재도 (국립극장 측과) 여전히 이에 대해 교섭중인 상태라고 합니다. 이들은 현재 국립극단 법인화에 대한 우려보다는 당장에 기존의 단체 협약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더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즉, 단협 합의사항에 나와있지도 않은 오디션을 강행함으로 인해 기존의 단협 합의를 무산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오디션 결과가 단지 단원들의 기량향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단원들의 연봉이 차등으로 적용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정단원이 준단원으로 강등될 수 있는 상황은 기존 단협 합의사항과 배치되는 것이며 단협 합의사항 자체를 고치지 않고서 강행될 수는 없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국립창극단의 경우는 어떻게 된것인지, 창극단 단원들은 오디션을 봤다던데 이것은 또 어떻게 다른가하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립창극단은 오디션 강행에 대해 지회장이 대표로 오디션을 거부하였으며 다른 단원들은 어쩔 수없이 오디션을 치를 수 밖에 없었다며 국립창극단의 경우도 궁극적으로 창극단 단원들이 원해서 치러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국립극장 측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뛰다 튀다 타다> 공연을 단원들의 오디션거부 때문에 취소한 것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원래 이 공연은 대부분의 관현악단 단원들이 반주를 하는 가운데 단원 한명만 6개월여의 훈련과정을 거쳐 연주가 아닌 연기를 하는 것으로 그 단원은 그 동안에 이 공연을 위해 정말 열심히 준비를 하였고 이제 그냥 공연만 올리면 되는 상황에서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들의 '오디션거부'를 빌미로 공연 자체를 취소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과연 오디션거부와 공연취소가 문제일까? 핵심은 단협 합의사항에 대한 이해 차이!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된 것일까요? 양측의 말은 모두 일리가 있어보였지만 결론은 서로 다른 것이니 둘 중 누군가 하나는 틀렸거나 그것이 아니라면 양측의 주장 모두는 맞으나 실질적인 문제가 그것이 아닌 다른 데 있을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이 됩니다.

 

기자의 경우 양측 모두가 언급한 '단협 합의사항'이 가장 핵심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사실상 그것이 맞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임연철 국립극장장의 경우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단협 합의사항중 상당부분이 불합리하다며 문제제기를 하였으며 이재원 국립국악관현악단 지회장 역시 오디션 강행은 단협 합의사항을 무화시키겠다는 주장을 한것으로 볼 때 정작 문제는 '오디션'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단협 합의에 대해 서로간의 심각한 입장차이가 있다는 것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라는 겁니다.

 

기자간담회가 끝난후 다른 매체들에 올라온 내용에는 이와같은 내용을 결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단지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오디션을 거부하였고 이에 따라 국립극장이 공연을 취소했다는 내용만 단순히 전달하는 차원에 머물러 있더군요. 만일 이렇게 단순하게만 본다면 왠지 철밥통 냄새가 날 수 밖에 없는 소위 '국립' 전속단체들이 단지 자신들의 밥그릇만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의 실력향상 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억측만으로 오디션을 거부하는 황당한 상황으로밖에 읽히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며 국립국악관현악단만의 문제도 아닌, 국립극장 4개 전속단체들에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것이며 현재 국립극단이 재단법인으로 독립할 예정이라는 이유만으로 2월, 3월 예정되었던 모든 공연들을 취소하고서 공중에 붕 떠 있는 상황과도 별개가 아닌 함께 보아야 할 내용들이라는 것입니다. 현재 국립극단은 단지 법인화 예정만 되어 있는 상태에서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다른 곳의 극장장으로 가버렸고 단원들은 아무 일이 없이 단지 출퇴근만 하고 있다 합니다.

 

차라리 법인화 이전에라도 이미 예정된 공연만이라도 치르게 했더라면 아까운 국민들의 혈세를 자신들이 아무 일도 없이 출퇴근만 하는데 쓰지 않아도 될것이고 자신들도 그것을 원치 않는다고 합니다. 국립극장은 문광부가 결정할 일이라며 아예 손 놓아버렸고 문광부는 문광부대로 자신들을 방치하고 있다는군요. 그것도 벌써 두달째 말이죠. 이것이 과연 경제를 최우선시하는 이명박 정부의 효율이며 실용인지 참으로 궁금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국립극장과 국립국악관현악단 측은 현재 계속 협의중이라고는 하는데 과연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참으로 궁금합니다. 겉으로 나타난 '오디션 거부'와 '공연취소'가 문제가 아닌 단협 합의사항이 실질적인 쟁점으로 보여지는데 이에 대해 양측이 어떻게 견해 차를 좁혀나갈지 앞으로가 더 주목됩니다. 개인적으로는 결국 이번 사태도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 밀어붙이기식 행정이 낳은 파행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요, 국립극장을 출입하고 있는 기자의 입장에서 참으로 안타깝기만 합니다.

 

향후에 이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재단법인화 예정인 것만으로 국민들의 혈세로 주는 월급만 받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백수신세가 되어버린 국립극단 단원들이 과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으며 이들의 하루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좀 더 취재해 알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태그:#국립극장, #국립국악관현악단, #임연철 국립극장장, #국립창극단, #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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