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리처드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2007.김영사 펴냄)은 604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책이다. 그럼에도 책을 읽으면서, '신은 만들어진 것이다'라고 반복하는 도킨스의 세뇌교육(?)이 지루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적절한 사례 제시와 다양한 학자들의 인용문 덕분이다. 저자는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처럼 긴장을 잃지 않고, 현재 진행되는 무신론 논쟁을 생생하게 잘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주로 자신이 몸 담았던 영국 성공회-가톨릭을 공격하는데, 미국의 복음주의도 공격 대상이다. 도킨스가 열렬하게 물어뜯는 '신'은 주로 기독교의 신에 한정된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유신론이 이 세계를 망쳐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난 세기에 다양한 이데올로기와 민족주의가 수많은 분쟁을 일으켰고, 오늘날은 신자유주의라는 무한경쟁 이데올로기가 세상을 망치고 있다는 점은 간과한 것 같다. 저자의 눈에는 세상을 망치는 주범으로 기독교 외에 이념, 제국주의, 민족주의 등은 보이지 않는 듯하다. 하기야 책의 이름처럼 여기서는 모든 세상의 지독한 분쟁의 씨앗은 종교의 사기에 있다고 논점을 한정할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저자는 '근본주의' 종교, 즉 곧이 곧대로이고 배타적인 '문자주의' 종교를 특히 경계하지만, 관용적인 종교에도 화살을 돌린다. 관용적이라도 사기이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 말미에서 밝힌 것처럼 종교가 인간 영혼의 위로, 평안, 영적 각성을 줌으로써 사람들의 삶에 활력을 준다는 사실은 저자도 인정한다.

 

물론 저자는 종교의 긍정적 측면이 있다 해서 그것이 '신이 있다'는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의 다양한 논리와 이론에도 불구하고, 신이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잘 설명했을지는 몰라도, '신이 없다'고 저자가 증명해 낸 것 같지는 않다. '신이 있다'고 증명하는 것이 어리석듯이, '신이 없다'고 논리전개 하는 것도 우스꽝스럽다.

 

저자는 무신론자들이 연대하여 유신론자들을 무찌르고, 종교 없는 '새 세상'이라도 이룰 수 있는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유신론자가 선하지 않다면 무신론자도 그러하다. 무신론자라고 해서 유신론자 보다 더 선하고, 합리적인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온 세상이 무신론자 천지로 개벽된다 하더라도 세상의 분쟁이 모조리 해결될 순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종교의 대단한 역효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종교는 부흥하고 있다. 종교는 다음 세대에도 지속될 것이다. 현재 유럽은 기독교가 쇠퇴하는 자리를 새로운 동양적 종교가 대체하고 있고, 미국의 기독교 열기는 아직도 뜨겁다. 그리고 아시아와 중남미와 아프리카의 신흥국가에서는 복음주의 기독교가 불이 일듯 일어나고 있다. 기독교에서 눈을 돌려 이슬람이나 불교를 보아도 아직 쇠퇴의 기미는 없다. 오히려 교세가 확장되고 사람들의 신앙이 깊어 지는 듯도 하다.

 

왜 엄청난 과학시대에도 비현실적인 신화를 간직한 종교에 사람들이 모이는 지를 좀 더 깊고 냉철하게 고민하는 것이 앞으로  도킨스의 과제일 것이다. 최소한 '모든 종교는 사기다'는 식의 폭 좁은 생각은 바꾸기를 바란다.


만들어진 신 - 신은 과연 인간을 창조했는가?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한음 옮김, 김영사(2007)


태그:#만들어진 신, #리처드 도킨스, #기독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