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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K에게

"이대로 가면 넌 정말 말도 안 되는 인생을 살게 될 거다. 별 볼일 없는 시시한 인생. 열심히 공부해서 천하대 가라. 꿈이 실현되게 해주겠다." ― KBS 드라마 <공부의 신> 중에서

문득 <공부의 신>의 저 대사가 떠오른 것은 엊그제 네가 한 말 때문만은 아닐 거야. 요즈음 학교 캠퍼스에서 만나는 후배들의 축 처진 어깨를 볼 때면, 나 역시 종종 저 대사가 옳다는 생각이 들곤 하거든. 엊그제 너도 같은 말을 했지. "이제라도 공부해서 '○○대'에 가야겠다"고 말이야. 하지만 곰곰 생각해볼까? 과연 '천하대'에 다니는 사람들은 그 '꿈'을 모두 이뤘을까? 또 모두 행복할까?

나와 대화를 끝내고 돌아서는 너의 뒷모습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해봤어. 지금 너에게 필요한 것은 결코 '천하대 입학증서'가 아니라는 생각 말이야. 어쩌면 지금 너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왜 미래에 도전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도전해야 하는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일지도 몰라.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것은 '불만족스러운 오늘'이 아니라, '불투명한 내일'이니까. 서재를 바라보다가, 네가 꼭 읽어봤으면 하는 책 두 권을 꼽아봤어.

열등감과 좌절감을 버려라!―조명석의 <미국 명문대학원을 점령하다>

<미국 명문대학원을 점령하다> 표지 이 책에는 그 ‘불가능할 것 같은 도전’에서 성공을 거둔 기록들이 담겨있다.
<미국 명문대학원을 점령하다> 표지이 책에는 그 ‘불가능할 것 같은 도전’에서 성공을 거둔 기록들이 담겨있다. ⓒ 김영사

과연 우리에게 '천하대'는 뭘까? 나는 지금 대학의 위상에 대해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야. 우리처럼 '천하대'에 못간 이들에게 그것은 어쩌면 하나의 대학명이라기보다는 '열등감'과 '좌절감'을 야기하는 상징적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어. 늘 차이는 비교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 말이야. 너 역시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면, "이제라도 공부해서 천하대에 가야겠다"라는 말을 꺼내놓지는 않았겠지.

그래서 너에게 우선 추천하는 책은 조명석 교수가 쓴 <강릉대 아이들, 미국 명문대학원을 점령하다>라는 책이야. 이 책을 너에게 권하는 이유는 딱 하나야. 방금 내가 말한 열등감과 좌절감을 어떻게 버릴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여기 있기 때문이지. 잠깐 이 책의 서문을 함께 읽어보자.

"일류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사람들은 패배감이나 열등감에 다시 대학입시에 매달리기도 하는데, 재수나 반수 또는 편입을 시도한다. 대학입시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생각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방대학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학벌의 굴레 속에서 열등감이나 좌절감에 빠진 대학생들이 많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6~7쪽)

이 책은, 위의 서문에 드러나는 그대로, 지방대학에 부임한 한 교수가 패배감에 사로잡힌 학생들을 미국 명문대학원에 진학시킨 경험담을 기록한 책이야. 이류도 삼류도 아닌, 지방대 학생들이 미국의 유명 대학원에 진학하겠다고 말하면 혹자들은 불가능하다고 말할지도 몰라. 아니 어쩌면 오늘날 우리 대학의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진학한 대학의 '간판'에 좌절하며 그러한 꿈조차 꾸지 않는지도 모르지.

진정한 비극은 '천하대'에 진학하지 못했다는 사실 그 자체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천하대'에 진학하지 못했다는 패배감에 사로잡혀 도전조차 하지 않는 데에서 시작되는 것일 수도 있어. 물론 명문대를 들어가지 못한 사람이 명문 대학원, 그것도 해외의 명문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 이 책의 저자도 그런 점에 대해 밝혀두고 있어. 이른바 '학벌 뒤집기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아무도 저자의 프로젝트가 성공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고 말이야. 하지만 이 책에는 그 '불가능할 것 같은 도전'에서 성공을 거둔 기록들이 담겨있어.

물론 이 책을 읽고 지금 당장 해외의 대학원에 진학할 꿈을 품으라는 뜻에서 추천하는 것은 절대 아니야. 또 저자의 프로젝트가 과연 올바른 길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문제가 많아. 예를 들어, 학벌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의 모순 그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지.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여기에 등장하는 강릉대생들의 성공담에 푹 빠져보길 바라. 지금 너의 모습을 잠깐 잊고 명문 대학원에 진학한 주인공들에게 너의 모습을 투사해보란 말이지. 그렇다면 어제의 우리들이 가지고 있던 열등감과 좌절감을 버릴 수 있는 길들이 조금씩 보일거야. "네 안의 잠든 열정을 깨워라"(54쪽)라는 저자의 말은 꼭 기억해두었으면 해.

긴 안목을 가지고 준비하라!―와시다 고야타의 <대학교수 되는 법>

<대학교수 되는 법> 표지 일종의 취업가이드이기도 하겠지만, 이 책은 '열정'과 '끈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대학교수 되는 법> 표지일종의 취업가이드이기도 하겠지만, 이 책은 '열정'과 '끈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 생각의나무
대학교수 되는 법? 내가 지금 제시한 책의 제목만 보고 K 너는 뜻밖의 책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예를 들어, '내가 언제 대학교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나'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 그래,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대학교수가 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책일지도 몰라. 사실 이 책은 일본의 한 취업정보지에 연재된 글들을 묶은 책이기도 하지. 하지만 이 책을 대학교수가 되기 위한 취업가이드라고 생각하지 말고 대학교수가 되기 위해 쏟은 열정들을 유심히 살펴봤으면 좋겠어. 아래 인용하는 부분은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자기반성을 하게 만든 구절이야. 함께 읽어보자.

배움의 습관을 몸에 지닌다는 것은 집중력을 습관화하는 것과 비슷하다. 텔레비전 시청에는 그다지 집중력을 요하지 않지만, 책을 읽으려면 지적인 집중력이 요구된다. 학문에 숙달한다는 것은 곧 집중력을 기르는 것으로, 이는 어떠한 일을 수행할 경우에도 필요한 능력이다. 특히 우리는 고도의 지식기술사회에 살고 있는데, 어떤 지식이나 기술에도 대응할 수 있는 지적 능력이란 학문의 힘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지 그 외 다른 방도는 없다. (63~64쪽)

저자는 책의 곳곳에서 이런저런 충고들을 나열하고 있어. 예를 들어, '미지의 것에 대한 탐구를 두려워 말라', '보편적인 세계에 한쪽 발을 들여놓자'라는 식의 충고들이지. 어쩌면 이 책은 취업정보지에나 딱 어울릴만한 글들로 엮인 책인지도 몰라. 하지만 대학생이든 대학원생들이든 '학생'이라면 위에 인용해놓은 저 구절만큼은 꼭 한 번 읽어두고 기억해두었으면 좋겠어.

우리 사회를 흔히 '학벌중심사회'라고 일컫지. 그 폐단은 결코 한 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나는 '암기' 중심의 공부가 가장 큰 폐단이라고 생각해. 당장 하루 이틀 앞에 닥친 시험을 위해 밤새도록 외우고 또 외우지만, 막상 시험이 끝나면 머리가 텅 빈 듯한 느낌을 받곤 하지. 그야말로 공부가 '습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지. 그런 점에서 이 책에 제시된 '교수가 되는 법'을 K 네가 공부하는 데에도 적용해봤으면 좋겠어.

이 책의 미덕은 교수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데 있지 않아. 내가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무엇을 준비하든 긴 안목을 가지고 준비하라는 뜻에서야. 저자는 대학교수가 되는 데 통상 10년 이상에 걸친 배움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지. 아마 교수가 아니라 무엇이든 꿈을 품고 10년을 준비한다면 그 꿈은 현실이 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K 네게 추천하는 책이 공교롭게도 둘 다 '교수'들이 쓴 책들이군. 아마 내가 이 책을 추천하는 까닭에는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들 외에도 한 가지가 더 있을 거야. 바로 '교수'의 안목으로 '학생'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지. 어떤 시험 문제가 제시되어 있을 때 그 해법을 찾아가는 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출제 의도를 간파하는 것 역시 좋은 방법인 것처럼 말이지.

그와 유사한 시각에서 이 책들을 추천하고 싶어. 열등감과 좌절감에 사로잡힌 학생들을 바라보거나, 하룻밤 밤새워 달달 외운 답안지를 작성하는 학생들을 바라볼 때, 강단의 교수님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내가 추천하는 책이 네가 공부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조금이나마 공부하는 태도나 습관을 고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구나. 마지막으로 한 마디, 네가 공부하는 앞날에 부디 행운이 함께 하길 빈다.


강릉대 아이들, 미국 명문대학원을 점령하다

조명석 지음, 김영사(2007)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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