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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피해지역 6개 시·군이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공동 연합대책위원회의 구성이 시급하다. 총연합회가 결성이 되면 국토부와 충남도 등에 존재를 각인시키고 조직적인 투쟁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지난 2일 기름피해의 심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고 성정대 열사의 '군민장'이 열린 태안군청 광장에 내걸린 수많은 현수막 중에 피해민들의 눈길을 끄는 단체명의의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충남 유류피해 총연합회'가 그것. 이미 성 열사의 희생이 있기 전 유류피해 충남 6개 시·군단체가 총연합회 결성을 논의한 바 있지만 공식화되지는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날 총연합회 명의의 현수막이 내걸림으로써 총연합회 결성은 급물살을 타고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성 열사가 운명을 달리하기 이틀 전인 지난달 24일 2007년 12월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사고를 겪었지만 2년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는 피해보상과 정부와 삼성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날 태안군 유류피해대책위연합회(이하 '태안군 연합회')에 보령시, 홍성군, 서산시, 서천군, 당진군 등 기름유출 피해를 입은 충남도 5개 시·군 피해대책위원회 대표들이 방문했다.

 

각 지역 피대위 연합회장과 사무국장 등으로 구성된 이들 대표단은 기름피해의 중심에 있으면서 가장 체계적인 연합회 활동을 벌이고 있는 태안군 연합회를 찾아 현안문제에 대한 심도깊은 토론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각 시군의 피대위 대표들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는 피해보상을 위한 노력, 충남도 유류피해 6개 시·군이 단합하고 한 목소리로 대정부투쟁 전개 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본격적인 논의를 가졌다.

 

삼성 출연기금 1000억원의 행방은...

 

특히, 이날 논의의 중심에는 기름피해사고 후인 2008년 2월 삼성이 피해주민들을 위해 출연한 1000억원의 기금이 쟁점이 되었다.

 

이번 방문을 주도한 보령시 피대위 이경환 사무국장은 "그동안 태안군 연합회를 여러 차례 방문해 현안문제에 대한 상호 의견을 교류했다"면서 "하지만 유류피해 지역에 삼성이 내놓은 출연기금에 대한 태안군과 보령시의 입장과 의견차가 너무나 커 논의의 필요성을 느껴 방문하게 되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에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태안군 연합회 최한진 사무국장은 삼성의 출연기금에 대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최 사무국장은 "삼성이 '태안발전기금' 명목으로 1000억원을 (2008년) 2월에 내놓았는데, (현 시점에서는) 이 기금을 걸러내야만 태안에서도 삼성에 대한 대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이 기금은 피해주민, 행정기관에서도 마음대로 집행할 수 있는 기금이 아니다"라며 "차라리 '서해 발전기금'으로 내놓았다면 고민이 덜 되었을 텐데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문제는 이 기금을 타 지역에서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과 올해 지방선거에서 출마자들이 기금을 언급하며 삼성에 대한 피해보상을 이끌어내겠다는 등 정치적 쟁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한 뒤 "피해주민들을 위해 사용하라고 나온 기금인 만큼 주민들이 허용하지 않는 사용처는 있을 수 없다"며 "만약 분배를 한다면 태안군이 가장 많은 부분을 가져와야 한다는 것은 공감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홍성군 피대위측은 "우리의 목적은 하나다. 삼성이 충청도로 내준 1000억원이지 타지역에 내놓은 기금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은 충남도 6개 시·군이 기금을 가져올 수 있도록 단합하자"고 의견을 개진했다.

 

당진군 피대위측도 "애초에 충남도지사가 수령했었다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충남 6개 시·군이 하나가 되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서천군 피대위측도 "충남 6개 시·군이 공동체를 구성하게 되면 기금을 받을 수 있는 설득력이 있기 때문에 우선 중요한 것은 공동대책위 구성"이라며 "그래서 정부, 삼성을 압박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총연합회 결성에 공감했다.

 

충남 유류피해 6개 시·군단체의 첫나들이였지만 이날 논의를 통해 각 단체들은 삼성의 1000억원 기금과 앞으로의 조직적인 투쟁을 전개하기 위해 '총연합회' 결성에 뜻을 같이하고 국토부와 충남도를 방문해 존재성을 알리기로 결의하는 등의 성과를 도출했다.

 

고 성정대 열사 희생 이후 유류피해 6개 시·군 총연합회 결성 급물살

 

하지만, 조직을 구성하는 데 있어 순탄치만은 않았다. 이들은 첫 논의가 이루어진 후 지난 2일 두 번째 모임을 열어 '총연합회' 결성과 세부 조직체계 등을 논의하려 했지만 고 성정대 열사의 죽음으로 무기한 연기된 것. 이로 인해 총연합회 결성이 지지부진해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성정대 열사의 희생은 오히려 '총연합회' 결성이 급물살을 타는 계기가 되었다. 성열사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충남도 피대위 임원들은 속속들이 태안군 연합회를 방문해 대정부, 대삼성·현대를 향한 조직적인 투쟁을 위해서 다시금 총연합회 결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고, 성위원장의 모든 장례 절차가 끝나는 대로 다시 결집해 가시화할 것을 결의했다.

 

더군다나 성열사의 '군민장' 자리에 논의에 머무르고 있던 '충남 유류피해 총연합회'의 이름으로 현수막까지 내걸려 '총연합회'를 어느 정도 공식화한 상태다.

 

태안군 유류피해대책위연합회 최한진 사무국장은 "이 현수막은 보령시 피대위연합회를 중심으로 뭉친 충남 시·군 5개 피대위에서 총연합회 명의로 내건 것이다"라며 "현재 성 전 위원장의 사망 이후 무기한 연기한 상태이나 조만간 첫 모임에서 논의된 총연합회 결성 문제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하지만, 첫 논의에서 언급했던 것과 같이 각 시군에서 공신력있는 추천서를 받아 총연합회 결성과 조직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한 뒤 "회의록에도 기록해 모든 단체의 서명을 받아 기록으로 남길 것"이라며 첫 걸음부터 추후 문제의 소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나갈 것임을 밝혔다.

 

3월 중 결성될 것으로 보이는 총연합회가 단지 삼성 출연기금을 받아내기 위한 동기를 얻기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이 아닌 기름 피해 3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도 검은 재앙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려운 생계에 시름하고 있는 충남 유류피해민들을 대변하고 조직적인 투쟁을 통해 피해지역의 현안문제를 위해 발 벗고 나설 수 있는 연합조직이 되길 기대하며 '총연합회'의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삼성 출연기금은) 삼성이 니들(피해민)끼리 싸우라고 분란을 일으키기 위해서 준 겨."


회의를 마치면서 각 지역 피대위 연합회 대표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맴돈다.

 

한편, 충남 유류피해 6개 시·군은 첫 논의에서 연합구성 건 이외에도 정례회의를 개최해서 현안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를 해 나갈 것을 결의했으며, 주 사무소와 총연합회 명칭, 조직구성 등에 대해서도 3월 중 정례회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합의했다.


태그:#태안기름유출, #충남 유류피해 총연합회, #삼성출연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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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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