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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면 중학생이 되었다고, 동무들을 새로 만났다고 좋아할 열세 살 이아무개양이 가족과 많은 사람들의 바람을 뒤로하고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지난 2월 24일 부산시 사하구 덕포동 집에서 어머니와 전화 통화를 한 후 실종되었던 이아무개양을 찾기 위하여 경찰병력 연인원 2만명이 찾아나섰지만 눈 앞에서 피의자 김길태를 놓치고 말았고, 결국 이양은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여자 어린이 성폭행 사건. 어린이 폭행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와 경찰은 대책반을 세우고, 철저한 수사를 강조한다. 언론들도 들끓는다. 하지만 또 다시 우리 사회는 이아무개양을 지켜주지 못했다.

 

경찰이 눈 앞에서 김길태씨를 놓치고, 이아무개양도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자 이명박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든 역량을 동원해 최대한 빨리 범인을 잡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그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말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제까지 이런 흉악범죄가 계속돼야 하느냐"며 "무슨 말로 부모님을 위로할 것인가"라고 말했다. 대통령으로 당연히 해야 할 말이지만 이런 것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한 달쯤 지난 후 2008년 3월 경기도 일산 한 초등학교에서 납치미수 사건이 일어났다. 그런데 경찰의 초등수사가 미흡한 것이 드러나자 거센 비판이 일어났다. 거센 비판이 일자 이 대통령은 3월 31일 초등학생 납치미수 사건을 담당하는 일산경찰서를 직접 방문했다.

 

대통령이 사건 담당 경찰서를 직접 방문하는 일은 거의 없었던 일이었다. 그럼 이명박 대통령은 일산 경찰서를 방문해서 어떤 말을 했을까?

 

"일선 경찰은 아직도 생명의 귀중함을 소홀히 하고 있다"며 "경찰이 유괴사건에 철저히 하자고 하는 그 날 이런 일이 있었다"고 매섭게 경찰의 안이한 태도를 꾸짖었다.(오마이뉴스<'MB코드' 떠받들던 경찰, 대통령 호통에 얼떨떨>-2008.04.01)

 

"경찰이 아직도 생명의 귀중함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대통령 질책에 경찰이 얼떨떨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호통치고, 질책하자 경찰은 머리를 숙였지만 별로 나아진 것이 없었다. 일산납치미수 사건이 일어난지 약 아홉 달 후인 2008년 12월 경기도 안산 '조두순'을 막지 못했다.

 

여덟 살 아이를 잔혹하게 성폭행 조두순을 검찰은 1심에서 항소도 하지 않고, 법원은 12년을 선고하자 지난해 9월 온나라가 발칵뒤집혔다. 어린 여자 아이를 성폭행하고 잔혹하게 살해했는데도 12년형을 선고한 것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도 이명박 대통령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지난해 9월 30일 국무회의에서 "보도에 보면 나영이 성범죄 사건이 많이 올라와 있는데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이 일은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다. 이런 반인륜적 범죄자가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생각까지 든다"고 분노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이런 유형의 범죄는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한다. 보도를 보고 인터넷을 보고 말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낀다"며 "여성부와 법무부 등 관계부처가 협력해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대통령이 조두순 사건에서 참담함을 느겼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 대통령은 대책을 세우라고 질책을 하는데 경찰은 아직도 열심히 수사는 하는 것 같지만 김길태 사건이 터진 것이다. 그것도 연인원 2만명 이상을 투입하고서도 범인을 눈 앞에서 놓쳤다.

 

전교조 수사와 김상곤 경기교육감 사건처럼 시국사건은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여 수사한다. 시국사건 열정과 치밀함 10분의 1만큼이라도 성폭행같은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관심을 가진다면 김길태 사건을 막을 수도 있었다.

 

사건만 터지면 참담하다, 모든 역량을 동원해 범인을 잡으라고 질책하지 말고,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부터 세우는 일이 대통령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태그:#이명박, #경찰, #성폭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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