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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때 밭일을 하다 라면을 끓여 점심을 먹었다.
 점심때 밭일을 하다 라면을 끓여 점심을 먹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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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잔뜩 찌푸린 지난 일요일(7일). 남들은 주말이라고 봄나들이 간다 하지만, 나이드신 부모님은 훌쩍 커버린 고추모를 모판에서 떼어내 비료와 상토를 섞은 흙을 담은 포트에 이식하는 일을 시작하셨습니다.

그런데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벌이는 고추모 농사도 올해가 정말 마지막이라 합니다. 인천아시안게임 선수촌 건설 때문에 저희 논밭이 강제수용되기 때문입니다. 인천시는 그간 선수촌 부지의 땅주인들에게 아무런 설명-공지도 하지 않다가, 토지수용에 대응해 주민대책위가 꾸려지자 그제야 주민설명회를 벌였는데 올 12월부터 토지보상에 들어간다 합니다.

그래서 올해 농사가 우리집의 마지막 농사가 될 것입니다. 이젠 고추도 쌀도 돈 주고 사먹게 생긴 것입니다. 허리가 아파 병원에 다니시는 어머니는 '토지보상이 얼마가 되든 지긋지긋한 농삿일을 이젠 그만하게 되었다'며 괜한(?) 소리를 하시긴 하지만, 33년 넘게 땅을 일궈온 농사꾼의 마음은 이래저래 심란하기만 합니다.

그런 농사꾼 노부부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린 고추모종을 정성스레 옮겨 심었습니다. 밥벌이도 돈벌이도 하지 않는 철부지 아들도 손을 보탰습니다. 점심때가 되어서는 집에 돌아가지 않고 비닐하우스 한편에서 어머니가 끓인 라면과 찬합에 싸온 찬밥을 말아 둘러앉아 먹었습니다. 영상의 기온인데도 날이 흐려 춥다고 어머니가 라면을 끓인 것입니다.

찬이 없어도 꿀맛이었는데, 괜실히 가슴 한 구석이 먹먹해지더군요. 이렇게 밭에서 일하다 점심 도시락 까먹는 작은 행복마저 올해가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어제오늘 밭에서 점심을 먹었다.
 어제오늘 밭에서 점심을 먹었다.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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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라면밥, #점심, #밥, #노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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