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부산 나들이를 할 때면 서점에 들렀다가 서면 시장 내에 있는 만두집에서 칼국수와 만두를 먹고 오기도 하는데, 근래 들어선 사직야구장 앞 먹자골목에서 낙지볶음을 몇 번 먹었다. 이곳 먹자골목 앞에는 사직운동장이 있어 음식점들이 골목마다 즐비하고 부담없는 가격에 음식 맛도 괜찮았다.
가끔 남편은 '해물탕을 아주 맛있게 하는 집이 있는데, 다음엔 거기 한 번 가봅시다' 하고 말했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그 돈이면 책을 최소 두 권은 사겠다 싶어서) 미루고 있었다. 마침 동생이 며칠 집에 와 있어서 함께 외출했다가 사직운동장 앞 맞은편에 있는 안양해물탕집에서 해물탕을 먹었다. 다음에~하다가 결국 그날이 '오늘'이 된 것이었다.
안양해물탕은 2층으로 된 음식점으로 오래전부터 널리 알려져 유명한 해물탕 집이라 했다. 식당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해물탕 집을 찾는지 1층, 2층 모두 만원이었고 카운터 앞 의자에서 또는 서서 사람들이 대기하고 서 있었다. 1,2층 다 그랬다. 다시 밖으로 나갈까 망설이다보니 5분이 넘었고 우리 차례가 왔다.
2층에서 먹고 싶었는데 다행히 2층에 자리가 났다. 주변에서 음식을 먹던 사람들이 일어나 빈자리가 생기면 곧 또 다른 사람들로 채워졌다. 손님은 계속 빈자리 없이 채워지고 있었다. 해물탕은 아주 맛있었다. 밑반찬은 배추김치와 시원한 국물이 있는 동치미김치가 전부였고 깔끔했다. 주 재료가 해물탕인 만큼 먹다보니 다른 반찬이 정말 필요가 없었다.
해물탕을 다 먹고 난 뒤에는 밥을 볶아주었는데 아주 고소하고 맛있었다. 식후엔 시원한 식혜가 나왔다. 해물탕 재료를 들여다본 나는 이 정도의 재료라면 직접 사서 해 먹으면 양도 많고 푸짐하겠다 싶었고 나는 집에서 해물탕을 한 번 끓여먹어야겠다고 생각했고, 남편은 좋다고 동의했다. 집에서 해물탕을 해 먹지 않은 지도 오래오래 된 것 같다.
특히 이곳 양산은 바다를 끼고 있지 않아서 펄펄 뛰는 해조류를 구하기란 힘든 것 같아서 엄두를 낼 생각도 못했던 것 같다. 아쉬우나마 양산 재래시장에서 재료를 구입해서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한 번 시도해 보았다. 부산 자갈치 시장이나 통영 청정해역에서 올라오는 수산물은 펄펄 뛰는 생선과 어패류들로 풍성할 터인데~하는 아쉬움을 가지고 시장으로 향했다.
양산 재래시장에서 소라, 조개, 새우, 냉동꽃게, 미더덕 등 몇 가지를 사서 집에서 해물탕을 만들었다. 몸으로, 손으로 익힌 것은 쉽게 잊어버리지 않는가 보다. 손이 절로 기억하나보다. 오랜만에 하는 것 치곤 성공적인 해물탕이 되었다. 잔뜩 기대하고 있던 남편은 군침을 삼키고 앉아 있었다. 오래 전에 했던 것을 기억을 더듬으며 설렁설렁 만들었는데도 아주 맛있게 끓여서 남편은 연신 엄지손가락을 앞세우며 최고의 맛이라고 강조했다.
넓은 국수 그릇에 담아내서 식탁 위에 올렸는데 김치든 뭐든 밑반찬에는 손이 하나도 가지 않을 정도로 다른 반찬이 필요 없었다. 해물탕 집에서는 사진 찍느라 제대로 먹지도 않던 내가, 내가 만든 해물탕은 꽃게의 야윈 다리까지 젓가락으로 샅샅이 파서 먹는 것을 보던 남편은 "당신, 해물탕은 절대 양보 없네! 식당에선 왜 그렇게 못 먹었어? 동생이 다 먹도록?!" 하고 말했다.
다른 때는 남편 숟가락 위에 반찬도 올려주고 생선살도 발라서 밥 위에 올려주곤 했는데, 해물탕 그릇에 눈이 튀어나올 정도의 열심히 먹는 내 모습이 우습고 의아스럽기도 했나보다. 그랬다. 그 날은 동생이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얼마나 맛있게 집중해서 먹는지 내가 차마 소매 걷어붙이고 열심히 먹을 수 없었다. 먹는 모습을 보며 자꾸만 웃었던 기억이 났다. 지금 내가 그런 모습인가보다.
내가 만든 해물탕을 우린 식탁에 마주앉아 아주 맛있게 두 그릇 뚝딱 해치웠다. 내가 만든 해물탕이지만 나도 반한 맛, 정말 오랜만에 해물탕을 끓여먹었다. 식당에서 사 먹는 해물탕 가격정도면, 직접 만들어서 먹으면 적어도 두 배 이상 더 많은 풍성한 재료에 실컷 먹을 수 있으니 좋지 아니한가. 내가 해 준 해물탕 맛에 반한 남편은 한동안 해물탕 해물탕 노래를 부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