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남도에 봄꽃 소식을 앞장서 전해주는 매화가 올해도 맨 먼저 꽃망울을 터뜨려 향기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그 소식에 눈과 귀가 번쩍 뜨인다. 신경이 자연스레 섬진강변으로 쏠린다. 섬진강변은 우리나라에서 봄이 가장 먼저 찾아와 봄이 가장 길게, 그리고 아름답게 펼쳐지는 곳이기에.

 

섬진강변 매화는 해마다 초봄이면 블랙홀처럼 여행객들을 불러 모은다.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과 어우러진 매화 풍경이 여행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이 마을의 매화가 만발하면 산도, 강도, 마을도 온통 하얗게 변한다. 그 풍광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마음까지도 하얗게 물든다. 생각만으로도 가슴 뛰는 풍경이다.

 

고운 빛깔을 뽐내며 피어난 매화를 만나려니 마음이 바쁘다. 봄꽃은 피기 시작하는가 하면 어느새 만개이기 일쑤다. 만개인가 하면 또 훌쩍 저버리기 십상인 탓이다. 때마침 남도 봄꽃축제의 출발을 알리는 광양 매화문화축제도 시작됐다. 섬진강변으로 향할 채비를 서두른다.

 

날씨가 정말 좋다. 구름은 조금 끼었으나 화창하다. 며칠 전 들이닥쳤던 꽃샘추위의 흔적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들판도 어느새 녹색의 싹들을 틔우고 있다. 길섶의 이름 모를 꽃들도 하나씩 꽃망울을 터뜨려 눈길을 유혹한다.

 

섬진강변에 이르자 여기저기 매화가 보인다. 노란 산수유꽃도 눈에 띈다. 마음이 설렌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강바람에도 봄의 따스한 기운이 스며있다. 섬진강 물길도 잔잔하다. 그 물길과 어우러진 매화가 마음결까지 보드랍게 해준다.

 

매화가 만발해 산과 들이 온통 하얗게 변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현재 매화의 개화 상태는 대략 10∼20% 정도로 보여진다. 이런 추세라면 다음 주 중반(18∼20일) 쯤엔 50%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

 

매화는 어느 순간 한꺼번에 피었다가 지는 꽃이 아니다. 한쪽에서 피고 다른 한쪽에선 떨어지고, 이렇게 피고지고를 반복하는 꽃이다. 하여, 매화 개화율이 50%에 이르면 거의 만개라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

 

청매실농원에도 사람들이 많이 찾아들었다. 주차장도 자동차로 꽉 찼다. 아직 꽃과 어우러지지는 않았지만 농원 뜨락에서 내려다보는 섬진강 풍경은 여전히 장관이다. 매실장아찌와 매실액이 익어 가는 수많은 장독도 운치를 더해 준다. 섬진강 물은 여전히 유유히 흐르고 있다.

 

농원 산길에는 매화가 군데군데 피었다. 이 길을 따라 산책하는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가뿐해 보인다. 매향을 만난 발걸음이 행복에 겨운 모양이다. 부모 손을 잡고 걷는 아이들의 몸놀림도 가볍다. 일행끼리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매화 피어난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봄의 낭만이 가득 전해진다.

 

광양 매화문화축제도 시작됐다. 13일 이곳 매화마을 일원에서 시작된 축제는 오는 21일까지 9일 동안 펼쳐진다. 지난 1997년 주민들의 동네축제로 시작된 축제가 올해 14회째를 맞았다. 올해는 매천 황현 선생 순국 100주년에 맞춰 역사와 전통문화가 살아 숨쉬는 축제로 준비되고 있다.

 

'매화향기 그윽한 봄날, 섬진강 꽃길 따라 광양으로 오세요'를 슬로건으로, '매화, 삶과 문화로 다시 피어나다'를 주제로 한 이번 축제는 경연, 공연, 전시, 체험행사 등 모두 70여 개의 프로그램으로 상춘객들을 맞는다.

 

청매실 농원을 일군 율산 김오천 옹 추모제를 비롯 광양매실 향토음식 경연대회, 매화꽃길 음악회, 매화동산 시 낭송회, 매화풍물단 및 남사당패 공연, 광양버꾸놀이 공연, 평양예술단 공연, 전국판소리 경연대회 등이 마련된다. 황현 선생을 주제로 한 창작 무용극도 선보인다.

 

매실음식 만들기, 매화마을 유람하기, 매실씨를 이용한 새총 쏘기, 구구소한도 그리기, 매실천연비누 만들기, 수양공주 매화장, 매화마을 영화상영 등 매화와 관람객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도 다채롭게 준비되고 있다.

 

광양시 관계자는 "지난해 매화문화축제 때 관광객 80여만 명이 다녀갔는데, 올해는 축제 기간 100만 여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축제 때마다 원성을 샀던 주차문제 해결과 교통대책에 심혈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섬진강 둔치를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인근 제방과 함께 별도의 주차공간을 확보한 것도 이런 연유다. 광주 방면에서 광양으로 오는 임시버스도 축제기간 날마다 5회씩, 광양읍에서 행사장으로 오는 시내버스도 날마다 8회씩 운행토록 한 것도 축제 교통대책 가운데 하나다.

 

이제 남도에서 시작된 봄꽃들의 행렬이 화려하게 뽐낼 일만 남았다. 광양 매화와 지리산 자락 산수유꽃이 열어젖힌 남도의 봄꽃 행렬은 개나리, 진달래, 벚꽃, 튤립, 목련으로 이어질 것이다. 축제도 봄꽃 따라 봄 내내 펼쳐질 것이다.

 


태그:#매화, #광양매화문화축제, #청매실농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