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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쿠샤(Dilkusha)'를 둘러보고 난 후, 권율 장군의 옛 집터 위에 심겨져 있는 400년 된 은행나무를 감상한 다음, 길을 돌아서 가려는데 동행한 최백순 선배가 돌아가지 않고 안쪽으로 바로 가는 골목이 있다고 하여 직진을 한다.
            
무척 반가웠다
▲ 나무 전봇대 무척 반가웠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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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다니던 길과는 약간 다른 색다른 느낌의 짧은 골목이었다. 연립주택 사이로 작은 골목이 나 있었는데, 난 이곳에서 너무나 신기한 것을 발견했다. 바로 나무 전봇대였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본 기억이 나는 나무 전봇대는 중간에 오르내림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는 철심도 있었고, 수많은 전선이 연결되어 느낌이 독특했다.

서울의 뒷골목에서 발견한 추억의 전봇대, 옛 친구를 만난 듯이 반가웠다. 이래서 골목길 탐험을 남다른 묘미가 있는가 보다. 골목을 나오니 바로 서울성곽이다. 나름대로 확실한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이 보기에 좋다.
              
자주 가는 곳
▲ 할머니슈퍼 자주 가는 곳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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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길에 오르니 우측에 양의문교회가 있고 좌측에는 할머니슈퍼가 보인다. 서울성곽 순례나 인왕산 등산을 하는 경우 간혹 이곳에서 음료수를 사거나 막걸리를 사는 경우가 있어 정이 가는 곳이다. 할머님에게 인사를 하고 음료수를 사들고 나왔다.
                
논문을 찾아 보는 곳
▲ 한국사회과학자료원 논문을 찾아 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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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진을 하면 인왕산을 오르는 길이지만, 우리 일행은 졸업 논문을 쓰는 학생들이 자료를 찾기 위해 자주 방문하는 한국사회과학자료원, 외진 곳에 있어 예산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종로체육문화센터, 수도교회, 지금은 규모가 너무나 축소되어 초라한 사직단을 가로질러 배화여대 앞까지 간다.

이 지역은 종로의 뒷골목은 아니어도 이 길은 나름 정취가 있는 곳이다. 좁은 도로를 따라 작고 예쁜 집도 많고, 인왕산 방향에는 군부대도 있다.

배화여대 인근에는 작은 사직아파트가 있다. 6층 정도 되어 보이는 아파트가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이 실감될 정도로 공원과 산을 끼고 있는 것이 보기에 좋다. 이런 곳에 가족과 같이 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가게
▲ 커피한잔 작은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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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옆 작은 도로 변에는 '커피 한잔'이라고 하는 수제커피를 만드는 곳이 있다. 일요일은 쉰다는 푯말이 있어 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유리창을 통하여 보니 수많은 책과 LP음반이 언젠가 한번쯤은 이곳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가게다.

테이블은 5~6개쯤 있을 것 같고, 지붕에는 계란판을 이용한 조형물이 재미있게 장식되어 있었다. 나중에 꼭 시간을 내어 한번 와야겠다. 차도 한잔 하면서 음악도 듣고 친구랑 이야기도 나누고 싶다. 오랫동안.
                
옛 기숙사 건물
▲ 배화여대 옛 기숙사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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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배화여자대학'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처음으로 들어가 보니 오래된 건물이 몇 개 보인다. 학교 중앙에 원래 선교사들의 기숙사로 쓰였던 것 같은 서양식 건물과 현재는 유치원으로 일부 쓰이고 있는 건물도 보인다.

오래되었지만, 현재도 쓰이고 있는지 창문을 통해 들여다보니 이런저런 집기들이 보인다. 휴일이었지만, 유치원 앞의 놀이터에는 부모들과 같이 온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이 참 좋다. 아이들과 함께 놀고 있는 부모님들과 눈인사를 하고서 좀 더 인근을 둘러본다.

학교 담장 아래에 오래된 한옥의 지붕이 보인다. 사람이 살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웃한 한옥과 함께 정취가 남다르다. 학교의 큰 나무와 이웃한 기와지붕은 좋은 사진감이 되어 한 장 찍어 둔다.
                    
배화여대 인근이 한옥 지붕
▲ 한옥 지붕 배화여대 인근이 한옥 지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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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과 경복궁 사이에 위치하여 조선시대 서민들이 주로 살던 '서촌'은 1920년에 지어진 한옥이 많은 곳이다. 최근 서울시의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는 청운동, 효자동, 통의동 일대의 한옥지구를 한옥지정, 권장구역으로 지정했다.
               
한옥
▲ 서촌이 서민한옥 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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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는 생활형 한옥이 대부분인 관계로 보존 가치가 높지 않다는 의견도 있기는 하지만, 한옥보존의 의지는 높이 살 만한 일이라 기쁜 일이다.
                   
빵
▲ 빵집 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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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화여대를 둘러 본 다음, 손호연 시인의 집, 환경운동연합, 갤러리 아이 안, 통인시장, 효자베이커리, 옥인 떡 방앗간, 수제 비누를 만드는 Ri's, 미술학원, 작은 한옥 등 거리 풍경을 둘러보고 사진도 찍고 빵도 하나씩 사서 먹으면서 걷는다.
                 
수제비누를 만드는 곳
▲ 비누가게 수제비누를 만드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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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서촌은 종로의 서민거리 다운 정취가 있는 곳이다. 중간 중간에 아담함 한옥이 있고, 작은 가게와 식당, 빵집, 시장 등의 풍경이 좋다. 즐거운 눈요기와 맛있는 빵으로 행복감에 젖는다.
            
떡과 만두 등을 판다. 아저씨가 참 멋지다
▲ 옥인 방앗간 떡과 만두 등을 판다. 아저씨가 참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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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그리고 방앗간 아저씨의 멋진 두건과 복장이 너무 폼이나 사진을 한 장 찍겠다고 부탁을 하고 멋지게 한 컷 찍어 온다. 이곳에도 나중에 한 번 더 오자고 다짐을 한다.

이어 송석원(松石園)터다. 인왕산 계곡 깊은 곳에 자리 잡아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 이곳에 정조 때 평민 시인 천수경이 시사(詩社, 시동인(詩同人))를 지어 송석원이라고 한 것에서 유래하는데, 당초 중인과 평민들의 문학적 사교장이었던 송석원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세도가들의 놀이터로 바뀌게 된다.
                  
이후 1914년 순종의 부인인 순정황후 윤씨의 백부인 윤덕영이 프랑스식 별장을 지어 송석원이라고 이름을 짓기도 했다. 윤덕영은 친일로 부귀영화를 누린 사악한 인물로 그의 별장에는 전통미를 갖춘 한옥 이외에도, 한양의 아방궁이라 불리던 양식건물 벽수산장이 있었다. 
       
터
▲ 송석원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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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윤덕영은 프랑스에 공사로 갔던 민영찬이 구매해온 서양식 건물 설계도를 이용하여, 나라를 팔아먹은 다음, 일본 왕에게 받은 하사금으로 3년간의 대공사 끝에 송석원을 완성했다. 인왕산 아래 옥인동 명당터에 세워진 이 서양식 건물은 해방 후 화재로 소실되었다.

송석원 터 인근에는 자수궁(慈壽宮)터가 있다. 자수궁은 1616년 광해군이 풍수지리설에 의하여 인왕산 밑 옥인동 일대에 왕기(王氣)가 서려 있다는 설이 제기되자, 자신의 장래에 위협을 느끼고 왕기를 누르기 위하여 그 자리에 궁궐을 지었다.

그러나 결국 광해군은 쫓겨났고, 자수궁은 1623년 조카인 인조가 즉위하자 바로 헐렸다. 이후 자수궁 자리에는 자수원(慈壽院)으로 개명된 이원(尼院)을 두었다. 자수원에는 후사가 없는 왕의 후궁들이 왕이 죽은 다음, 승려가 되어 평생을 보내던 곳으로 한때 5000여 명의 여승을 수용하는 국내 최대의 승방이 되기도 했지만, 폐단이 심하다 하여 1661년(현종 2) 폐지되었다.
               
여승방
▲ 자수궁터 여승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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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자수원 터에는 군인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왕기가 서려있던 곳이라 인조가 왕이 되기는 했지만, 이후에는 궁궐을 나온 후궁들이 여승으로 살던 곳으로 변했다가는 건장한 군인가족들이 살게 되어 그 기운을 누르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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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서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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榴林 김수종입니다. 사람 이야기를 주로 쓰고 있으며, 간혹 독후감(서평), 여행기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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