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얼마전 까지도옥탑방 창을 열면, 노인이 보였다.노인은 낡은 수레 곁에 앉아 진종일 폐지 캔통 맥주병 요쿠르트 페트병... 따위를 일일이 먼지를 닦아부대자루에 넣어배가 불룩해지면 각각 이름을 써서 종류별로 탑을 쌓았다.더러 노인은 너무 오래 같은 자세의반복된 기계동작으로 견통이 있는 것인지어떤 날은 큰 쇠망치로 양어깨을 오래 오래 번갈아 탁탁 내려치곤 해서이편에서 바라보는 내가 불편해져서 그만 창문을 닫게 만들었다.시커먼 석면가루를 잔뜩 뒤집어 쓴듯한 키가 작고 거뭇거뭇 병든 관음죽 한그루를 심은 빨간색 고무 물통이랑시들시들한 팬지꽃 심은깡통 화분 따위들이엉성한 함석으로 만든가건물 문앞 찢어진 비닐 소파 위에나란히 놓여 있는 날은 추적추적 오후 쯤이면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2.더러 노인이 보이지 않는 날도 있었다. 그런 날은 노인의 공터와의 내 옥탑방의 수직거리가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보곤 했다.그러다가 계단을 후닥닥 내려가 문닫은지 오래된 방앗간뒷골목의 쓰레기통을 방불케 하는재개발 상가 뒷골목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용달차를 일주일에 한번 꼴로 끌고 나타나는 젊은 사내와 노인이 쌓아 놓은배가 불룩한 부대자루를 저울대에 올려 놓고 번번히 저울이 고장 났다고싸우는 소리 같이 내 옥탑방까지 크게 들려오기도 했다.환한 대낮에도 늙은 개들이 흘레를 붙다가 떠나기도 하는 재개발기다리는 아파트 상가 뒷 골목의 공터…노인은 오후 네 다섯시만 되면 시커먼 그으름 올라오는석유 풍로에 빈 공터의 허기가 넘치도록 라면을 큰 양푼이에 끓여비루 먹은 강아지와 함께늦은 점심을 먹기도 했다.
창문만 열면 늘 문짝이 달아난 냉장고 화면이 망가진 흑백 텔레비젼날개가 다 부서진 선풍기, 손잡이떨어진 전기밥솥, 비누 세제 묻은 세탁기오래된 옛날 석유난로 등 속에 빈 수레를 풍경처럼 세워두고 진종일 재활용 물건으로탑을 쌓던 노인의 공터… 겨우내내 무관심으로 닫혀있던창문 열어보니노인의 손바닥만한공터 어디가고, 화려한 고층 오색 네온 불빛 무안하게 옥탑방을 내려다 보고 있다.거꾸로 밤하늘에 매달린*헤라클레스 별자리가 마치노인이 버려두고 간 빈수레처럼 허공에서 반짝반짝 거린다. 덧붙이는 글 | 하늘을 거꾸로 걷는 자세의 별자리 이름. 자세히 올려다보면 빈수레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