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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우근민씨가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근민씨는 기지회견 내내 눈물 때문에 말을 잇지 못했다.
 19일 우근민씨가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우근민씨는 기지회견 내내 눈물 때문에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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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논란으로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던 우근민 전 제주지사가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우 전 지사는 민주당 지도부를 향해 "신의를 저버렸다"고 비난하면서도 당원들을 향해서는 "당에 남아서 민주당을 바꿔달라"고 부탁했다.

지난 16일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로부터 공직 부적격 결정을 받은 우근민 전 지사는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공심위의 결정을 인정할 수 없다며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8일에는 '공천 부적격 결정'에 항의하고 재심을 청구하기 위해 지지자들과 함께 민주당 중앙당사를 방문했다.   

우 전 지사는 중앙당사에서 정세균 대표와 이미경 사무총장을 만나기를 기대했지만, 면담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 대표는 자리에 없었고, 이미경 사무총장은 "지금은 만날 때가 아니"라며 면담을 회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전 지사는 중앙당 지도부의 태도를 보고 더 이상 재심청구에 의미가 없다고 판단해서 재심청구를 포기했다고 한다.

우근민 "재심청구 포기... 무소속 출마하겠다"

우근민 전 제주지사가 지지자들과 더불어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우근민 전 제주지사가 지지자들과 더불어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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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전 지사는 19일 오전 11시 민주당 제주도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화견이 열리는 동안 당사에는 각 언론사 기자들과 민주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우 전 지사는 "어제(18일) 민주당 중앙당을 방문하고 제주로 돌아오면서 제주공항에 내리려 하는데, 창밖에 보이는 시퍼런 제주바다가 서럽게 우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공항에 내려 "마중 나오신 많은 분들을 뵙는 순간 북 받쳐 오르는 서러운 감정을 어쩔 수 없었다"며 자신의 심정을 드러냈다.

우 전 지사는 4·3 당시 고향에서 죄 없이 죽어간 시신들, 아들의 학비를 내지 못해 한숨만 내쉬던 어머니의 얼굴, 월남전 당시 전장에서 아내와 사랑을 꽃피우던 시절의 추억, (91년)제주개발특별법이 제정될 당시 반대하던 분들과 대화를 나누던 일들을 차례로 회상하며 "밤새 많은 생각을 했다"고 고백했다.

우 전지사는 "중앙당 지도부는 당선이 유력하다고 판단하여 자신에게 복당을 요청"했고, 자신은 "4·3특별법 제정, 평화의 섬 추진, 제주특별자치도 설계 등의 굵직한 일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주신 김대중 대통령님과 노무현 대통령님의 도움에 신의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크게 작용"해서 복당 요청에 응했다고 밝혔다.

우 전 지사는 중앙당 지도부를 향해 "마녀사냥식 여론몰이가 휘몰아치자 얼굴 색깔을 바꾸고 심지어는 거짓말까지 하며… 정치적으로 나를 죽이려 했다"고 비난했다. 그리고 "이런 지도부를 믿고는 이번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가 없다고 판단했고, 저들에게 공천장을 받는 것이 무의미해졌기에 무소속으로 도전하여 반드시 승리를 이끌어내겠다"며 결의를 밝혔다.

하지만 우 전 지사는 "난 민주당을 지금도 사랑하고 민주당이 내부 정화를 거쳐서 다시 새로워질 것을 확신하기에 제주도 당원들은 당을 키면서 새로운 지도체제를 만들어내고, 김대중 대통령님과 노무현 대통령님이 추구했던 그 가치와 철학이 실현되는 정당으로 바꾸어 주실 것을 호소한다"며 민주당에 대한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당원들은 남아서 민주당 지켜달라"

기자회견이 끝나자 우 전 지사가 부인 박승련씨와 함께 포옹으로 부부애를 과시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우 전 지사가 부인 박승련씨와 함께 포옹으로 부부애를 과시했다.
ⓒ 장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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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전 지사의 부인인 박승련씨는 그간 자신의 남편이 그동안 여성단체와 언론의 비난을 받는 것이 못내 안쓰러웠는지 기자회견 말미에 "우리 남편은 제주지사의 예비후보일 뿐만 아니라 두 아이의 아버지이며 두 며느리의 시아버지이고 어린 아이의 할아버지이기도 하다. 우리 가정을 지킬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하여 지지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우 전 지사와 부인 박승련씨는 쏟아지는 눈물 때문에 말을 잇지 못하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그리고 그 때마다 지지자들은 "우근민, 우근민"을 연호하며 탈당하는 우 전 지사를 응원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두 부부는 포옹으로 부부애를 과시했고, 우 전지사는 큰 절로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기자회견이 끝나 자리를 뜨는 동안에도 마치 전장에 나가는 장수를 응원하듯 많은 지지자들이 그를 호위했다.

한편, 18일 오후 현명관 삼성물산 고문이 한나라당 후보로 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제주지사 선거 구도는 한치 앞을 모르는 오리무중에 빠졌다. 민주당은 정치적 진공 상태를 맞게 됐고, 한나라당은 거물이 입당하면서 한껏 고무된 상태다.

민주당 소속 예비후보들은 우 전 지사의 탈당이 자신들의 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거라며 우려하고 있다. 한 제주도지사 민주당 예비후보는 "요즘은 선거운동은 고사하고 우 전지사의 지지자들의 성난 마음을 돌리는 데도 힘이 부칠 지경"이라고 고백했다. 재선을 노리는 한 민주당 지역구 도의원도 "우 전 지사 문제가 불거지고 도당위원장이 사퇴하면서 도당이 혼란에 휩싸이는 상황이라 선거를 정상적으로 치러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태그:#우근민,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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