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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관 검사 :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 전 총리의 아들에게 학비를 송금해 준 적이 있습니까?"

강아무개 수행과장 : "귀국했다가 다시 출국할 때 비행기 표를 예약해 준 적은 있지만 학비를 송금해준 적은 없습니다."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명숙 전 총리의 7차 공판에서는 한 전 총리 가족과 아들의 해외 체류 비용 및 유학 자금 출처를 둘러싼 공방이 벌어졌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남편과 수십차례 해외로 출국했고 아들이 미국에서 유학하고 있음에도 달러 환전 기록이 없다는 점을 들어 곽영욱 전 사장이 건넸다는 5만 달러가 관련 비용으로 쓰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집중 제기했다. 검찰은 이날 한 전 총리의 1999년부터 2009년까지의 출입국 현황을 공개했다. 

 

검찰은 증인으로 나온 강아무개 전 총리 수행과장에게 "한 전 총리 아들이 2006년 8월부터 미국 보스턴에 있는 교육기관에서 대중음악을 공부하고 있는데 1년 학비로만 4~5만달러, 체류 비용까지 하면 연 10만 달러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어떻게 자금을 조달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검찰은 지난 8일 첫 공판에서도 "한 전 총리 등이 수십차례 해외로 출국했는데 달러를 환전한 기록이 전혀 없다"며 "곽 전 사장에게서 받은 5만 달러를 여행 경비와 아들 유학 비용으로 쓴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검찰, 한 전 총리 아들 유학비용 출처 추궁

 

검찰의 질문에 강씨는 "한 전 총리가 달러 환전이나 송금을 지시한 적이 없다"며 "비용 조달 부분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했다. 함께 증인으로 나온 조아무개 당시 총리 의전비서관도 "한 전 총리에게 달러를 환전해 주거나 다른 직원이 달러를 환전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 측은 한 전 총리가 해외순방 등 공무수행을 목적으로 출국할 때는 출장비에 해당하는 '일비'를 220 달러(미국 등 1급지인 경우) 정도 받았고 포럼이나 초청 강연 등을 위해 출국하는 경우는 경비 일체를 주최 측이 부담했다는 점을 들어 별도의 달러 환전이 필요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행과장 강씨는 "출국 기록 중 한 전 총리의 경우 순수여행 목적이었던 방문은 금강산 여행 뿐"이었다며 "해외 순방의 경우 일정이 빠듯하게 진행되서 개인적인 쇼핑 등을 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의전비서관 조씨도 "해외 순방의 경우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일정을 소화할 틈이 없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재판부로부터 질문 방식의 잘못을 지적 당하기도 했다.

 

증인 신문에 나선 이태관 검사가 "한 전 총리가 재직하는 동안 공무수행 목적으로한 해외출국일이 100일이고 출장비 200달러를 받아 쓰지 않고 모았다 해도 2만달러에 불과하다"며 "아들 1년 유학비용 10만 달러에 턱없이 모자라는 것 같은데"라며 의견을 묻자 김형두 재판장이 문제를 제기했다.

 

김 재판장은 "유학비용을 정확히 비용을 계산하고 받은 출장비 또한 정확히 계산해서 사실을 물어야지 왜 자꾸 증인의 의견을 묻느냐"며 "'00인 것 같은데'라고 하지 말고 사실을 물으라"고 지적했다.

 

이날 변호인 측은 한 전 총리 가족의 해외체류 비용에 대해서는 적극 방어에 나섰지만 아들 유학 비용에 대해서는 검찰이 입증 자료를 제시하지 않자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검찰 "한 전 총리 골프 쳤다"- 변호인 측 증인 "골프채도 본 적 없다"

 

이날 공판에서는 한 전 총리가 골프를 쳤는지 여부에 대한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검찰은 과거 한 전 총리의 기자간담회 기사 등을 제시하며 한 전 총리가 과거에 골프를 친 적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찰은 한 전 총리가 총리 지명을 받은 후 기자들과 만나 일문일답을 한 내용을 담은 2006년 3월 24일자 <동아일보> 기사를 들고 나왔다. 이날 간담회에서 한 전 총리는 "전임 총리(이해찬)가 골프 때문에 물러났는데 골프는 칠 줄 아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골프에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저도 쳐 본 적은 있지만 너무 못쳐서 더는 못칠 것 같다"고 답했다.

 

강 전 수행과장은 "총리가 골프를 치는 것을 보거나 골프장을 예약해 준 적이 없고, 총리 공관 사저 등에서 골프채를 본 적도 없다"며 "만약 (골프장에) 갔다면 제부나 가족들과 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 한 전 총리가 여름휴가를 다녀온 후 '제부와 골프를 한번 쳤다'고 말한 것을 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전 의전비서관도 "내가 모시는 동안(2006년 4월~2008년 5월)에 골프를 치거나 주위로부터 한 전 총리가 골프를 쳤다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김형두 재판장은 변호인단이 제출한 지난 1월 27일자 <중앙일보>기사를 보여주면서 "이 기사를 보면 총리가 2000년 초에 골프를 배웠지만 다른 정치인들과 2004년 노골프를 선언한 후 골프를 치지 않는다는 내용이 있다"며 증인들의 기억을 재차 묻기도 했다.

 

"총리가 오찬장에서 먼저 나오는 게 의전 상 관례"

 

한편 이날 공판에서도 총리공관 오찬이 끝난 후 의전 관례 상 총리가 가장 먼저 문을 열고 나와서 손님을 현관까지 안내하고 배웅한다는 증언이 나왔다.

 

강 전 수행과장은 "오찬이 끝나고 항상 총리가 먼저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며 "문이 열렸는데도 총리가 나오지 않으면 문쪽으로 모인 경호팀장과 수행비서 등이 오찬장 안을 주시하게 된다"고 말했다.

 

강씨는 또 "오찬 등 총리가 행사에 참여할 경우 외투나 핸드백 등은 모두 내가 보관한다"고 덧붙였다.

 

조 전 의전비서관도 "총리가 먼저 나오면서 현관으로 안내하고 거기서 손님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배웅하는 것이 의전상 관례"라며 "2006년 12월 20일 오찬 상황이 기억나지는 않지만 한 전 총리 재직 시설 의전 관례를 벗어난 일이 있었던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18일) 증인으로 나온 윤 아무개 전 총리공관 경호원의 증언 취지와 같은 것이다.

 

강씨와 조씨는 또 "오찬이 끝나면 총리는 다른 일정이나 정부청사 집무실로 복귀를 위해 의전 상 손님들 보다 먼저 공관을 떠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판을 끝으로 당시 총리공관 경호원과 수행과장, 의전비서관 등에 대한 증인 신문을 마친 재판부는 오는 22일 총리 공관 현장 검증에 나선다.

 

현재 총리공관 내부는 리모델링을 통해 한 전 총리 재직 당시 모습과는 차이가 난다. 이에 따라 현장 검증에는 이미 법정에 나와 증언을 한 윤아무개 경호원과 강 전 수행과장, 조 전 의전비서관 등이 변호인측 증인으로 다시 나오고 검찰은 당시 경호팀장과 팀원 한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한명숙#곽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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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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