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 대전조차장역장이 산재로 오른손 손목 장애를 입은 직원을 일을 할 수 없는 곳으로 인사 발령해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전조차장역(대전시 대덕구 읍내동 426번지)에서 수송내근 업무를 하던 신현호씨는 갑작스런 인사발령에 따라 지난 13일부터 회덕역으로 출근하고 있다. 하지만 회덕역에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전혀 없다.
오른손 손목 장애 직원, 갑자기 발령받은 이유?신씨는 지난 2002년 4월, 대전조차장역 구내 검수고 부근에서 차량 분리 및 연결업무 도중 발생한 사고로 오른손 손목 아래를 절단 당했다. 회덕역은 관리자와 운전원, 역무원 2명(수송 담당 역무원, 화물 담당 역무원) 등 4명이 각 조별로 근무(3조 2교대)하고 있다. 운전원은 운전취급을 담당하고, 역무원은 현장에서 차량의 분리 및 연결 작업을 담당하는데 오른손 손목 아래가 절단당한 신씨로서는 업무 자체가 불가능해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 이 때문에 대전조차장역에서는 한 손으로 가능한 업무 등을 고려해 조차장역 수송 내근 업무를 담당해 왔다.
신씨는 "회덕역으로 발령이 난 이후 아무런 하는 일이 없다"며 "오늘도 주어진 업무가 전혀 없어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것 외에 하는 일이 없었다"고 19일 말했다.
신씨는 대전조차장역에서 잘 근무해 오던 자신을 갑자기 회덕역으로 인사발령한 이유로 지난 9일 있었던 대전조차장역 서아무개 역장과의 면담을 꼽고 있다. 대전조차장역 내근 수송원은 신씨를 포함, 2명으로 그동안 지정휴일과 연가, 특휴 등으로 1명이 쉴 경우 다른 조에서 대체근무자를 출근시켜 2인 근무체제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지난 2월 부임한 서 역장이 지정휴일 및 연가, 특휴 등으로 인력 공백이 생기더라도 대체근무자를 지정하지 않고 1인 근무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히자 면담을 요청했다.
신씨는 이날 역장과의 면담을 통해 "1인 근무시 열차의 상태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화물사고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같이 근무하는 내근 수송원이 업무를 담당한 지 1개월여 밖에 되지 않아 아직 업무에 익숙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결근시 대체근무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서 역장은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신씨에 따르면 서 역장은 다른 직원과 같이 있는 자리에서 신씨에게 "왜 이리 건방지냐. 내가 또라이인데, 또라이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는 것. 역장은 면담 다음날인 10일 오전 신씨를 대전조차장역에서 회덕역으로 인사발령했다.
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 "부당인사이자 가혹한 인권침해"전국철도노조 대전지방본부는 산재·장애 노동자를 담당할 업무가 전혀 없는 역으로 발령한 것은 부당인사이자 해고보다도 가혹한 인권침해라며 인사발령 철회와 원직복귀를 요구했다. 철도 단체협약 및 철도공사의 인사 관계 규정에도 '업무상 질병으로 노동능력을 현저히 상실한 직원에 대하여 배치전환 등 인사상 불이익 처우를 하지 않게'돼 있다.
하지만 지난 17일 오후 열린 긴급노사협의회에서 사측이 '인사발령 철회와 원소속인 대전조차장역으로 원상복귀는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다른 곳으로 발령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협상이 결렬됐다.
철도노조 대전역지부 및 대전지방본부 관계자는 "장애 노동자를 일 할 수 없는 역으로 발령한 것은 단협과 관련 사규를 위반한 부당하고 비이성적인 인사"라며 "부당인사 철회는 물론 해당 역장을 문책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씨는 "면담 당시에도 역장님께 예의를 갖춰 건의 드렸는데 왜 '건방지다'고 생각했는지 잘 모르겠다"며 "병가 등 인력공백이 생겨도 대체인력을 쓰지 않는 방식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직원들은 누구든 아무 곳이나 보낼 수 있다는 본보기로 삼으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신씨는 부당인사로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철도공사 홍보실 관계자는 "회덕역은 대전조차장역에 비해 업무량이 훨씬 적지만 서류 정리 등 신씨가 할 수 있는 일은 많다"며 "역장이 직원의 업무능력 등을 파악해 필요한 곳으로 인사발령한 일로 부당인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신씨에게 업무를 주지 않는 것은 업무파악을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기 위한 것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라이' 발언 논란에 대해서도 "면담을 하러온 직원에게 그런 말을 하는 역장이 있겠느냐"며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씨를 회덕역으로 인사발령한 대전조차장역장은 "관련한 모든 문의는 공사 홍보실로 해 달라"며 답변을 꺼렸다.
한편 노조 측은 18일 저녁 총회를 열고 사측이 부당 인사를 철회할 때까지 선전전 및 집회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