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국민일보>가 <요미우리 "MB '기다려 달라' 독도 발언은 사실">이라는 단독 보도를 한 후 인터넷에는 해당 기사에 댓글이 14만개가 달릴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하지만 방송 3사와 주요 신문은 부산 여중생 사건 피의자 '김아무개'에 대해 집중 보도했을 뿐 이 대통령 독도발언은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이명박 대통령 발언 논란은 더 뜨거워졌다. 결국 청와대는 지난 16일과 17일 <요미우리> 보도는 '사실무근'이라면서 <요미우리>에 법적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국익'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발언에 대한 논란을 보도하지 않았던 방송사들은 그제야 청와대 해명을 보도하고 나섰다.
이러한 가운데 KBS 고대영 해설위원실장은 22일 <뉴스광장> '뉴스해설'에서 이 대통령 독도발언 관련 논쟁이 "부질없고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국민감정에 편승해 선거에서 이득이나 보려는 의도가 있다면 경계해야 할 일"이라 발언해 누리꾼들로부터 '청와대 대변인 같은 모습'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고 위원실장은 "(2008년 7월 15일) 당시 요미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사회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를 표기하겠다는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총리에게 '지금은 곤란하니 기다려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지만 "한국 정부는 사실무근이고 터무니없는 얘기라며 반박하고, 일본 정부도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고 말했다. 또한 "요미우리 신문은 외교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기사를 삭제했고 논란은 일단락됐다"고 설명했다.
고 위원실장은 "한 해가 지난 지난해 8월 이른바 국민소송단이 요미우리 신문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며 "지난 17일 첫 재판에 앞서 요미우리는 기사 내용이 사실과 다르지 않다는 취지의 준비서면을 제출했고 이것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논란을 재점화시켰다"면서 현 상황을 정리했다.
그는 "(소송단은) 요미우리가 허위가 아니라고 주장했으니 발언의 진위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라며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가세해 청와대를 향한 공세를 펴고 있는데, 여권은 소송을 주도한 인물들이 현 정부를 반대하는 인사들이어서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흐름은 보수 신문의 논조와 유사하다. <동아일보>가 지난 19일에 보도한 <'2008년 7월 MB 독도발언' 요미우리신문 보도 왜 다시 시끄럽나>기사에서 "요미우리를 상대로 한 소송을 주도한 '국민소송단'의 대표자들은 정치 성향상 현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라며 "한나라당에선 이들의 전력을 들어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보도한 것과 유사한 맥락인 것이다.
고 위원실장은 "논란의 핵심은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용인하는 듯 한 발언을 했느냐는 것"이라며 "요미우리와 비슷한 내용을 보도한 아사히 신문은 이 대통령이 국내의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면서 물러서지 않았다고 전했다. 요미우리가 확대 해석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라며 청와대 입장을 두둔했다.
하지만 고 위원실장의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 고 위원실장은 <아시히 신문> 보도의 일부만 인용하고 다른 내용을 빼버렸다. <동아일보>는 지난 19일 <'2008년 7월 MB 독도발언' 요미우리신문 보도 왜 다시 시끄럽나>에서 다음과 같이 <아사히 신문> 보도 내용을 다루었다.
아사히신문은 문제의 요미우리 보도와 같은 날짜인 7월 15일자 2면 '時時刻刻(시시각각)'이라는 분석 기사에서 중학교 사회과 신학습지도요령 해설서의 독도 기술 문제에 대한 후쿠다 야스오 총리의 고민을 전하면서 "총리의 딜레마가 깊어진 것은 9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대화였다. 이 대통령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독도 문제를 기술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총리는 '일본 입장을 해설서에 쓰지 않으면 안 된다'고 대답했으나 이 대통령도 '지금은 시기가 나쁘다'라며 물러서지 않았다고 한다"고 썼다.(동아일보 <'2008년 7월 MB 독도발언' 요미우리신문 보도 왜 다시 시끄럽나>-2010.03.19)
<아사히 신문> 역시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은 시기가 나쁘다"고 발언한 것을 보도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은 곤란하니 기다려 달라"와 "지금은 시기가 나쁘다"가 글자는 다르지만 뜻은 비슷하다는 사실을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고 위원실장은 "외교 관례를 감안하더라도 요미우리 보도가 사실에 근접했다고 보기 어렵다. 정치적 사망에 이를 수 있는 독도 문제를 놓고 대통령이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했다고 추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니 기다려 달라'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단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과 같이 글을 맺었다.
상식으로 판단하면 쉽게 결론이 도출될 사안입니다. 이런 일을 놓고 논쟁하는 것 자체가 부질없고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더욱이 국민감정에 편승해 선거에서 이득이나 보려는 의도가 있다면 경계해야 할 일입니다. 독도 문제만큼은 국익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KBS <뉴스해설>-'불필요한 독도논란',2010.03.22)
이 같은 해설 내용은 지난 17일 김은혜 청와대 대변인이 "자신의 나라 땅과 재산을 마치 문제가 있는 물권처럼 국제사회의 분쟁거리로 만들고 대한민국 정부에 흠집을 낼 수 있다면 국익도 내팽개칠 수 있다는 발상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브리핑한 것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 공영방송인 KBS 뉴스해설이 아니라 청와대 브리핑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한 마디로 독도발언의 진상을 밝히라 요구하는 이들은 상식이 없는 사람이며, 국익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사람으로 선거에서 이득이나 보려는 사람들이 되어버린 것이다.
고 위원실장의 이와 같은 뉴스해설에 대해 누리꾼들은 비판의 댓글을 올리고 있다. 누리꾼 'lunaseawow'는 "당신들이 그러고도 공영방송사 맞냐? 왜? 대한민국 영토는 우리 것이 아니고 미국 거라고 하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없고 한 개인한테만 있다고 하지?"라고 비판했다.
'game0126'은 "국익에 도움되는 일이 어떤 건지를 깊이 생각해보라.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청와대 논조하고 똑같다. 청와대에서 파견 나왔나. 그렇게 일방적으로 정부 옹호하실꺼면 해설 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andy51'도 "국익이라는 말로 평범한 시민들의 생각을 유인하려 하는 거 같다"며 "(이 해설이) 해설위원실장님의 주관이 들어 간 것이라면 특별히 할 말은 없다. 해설위원실장님의 자질이 부족하니 그만 두시라고 권고한다는 말 밖에는" 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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