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를 두고, 특정 지역에 대해서 정치적인 목적을 가지고 강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가 있는데, 전적으로 사실도 아니고, 있을 수도 없다."
백용호 국세청장의 말이다. 백 청장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열린 중소기업중앙회 초청 강연에서, 기업 세무조사를 둘러싼 세간의 오해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지난해부터 호남 등 특정 지역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적은 올해 국세청의 국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야당 의원들로부터 나왔다.
청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외부강연에 나선 백 청장은 이날 기업인들에게 최근 국세청에서 내놓은 세무조사 선정비율 등을 들어가며, 정치적 목적의 세무조사 의혹을 강하게 반박했다.
백 청장은 "제가 지시해서 작년 한 해 동안에 지역별 세무조사 비율을 발표하게 했다"고 소개하고, "전체 조사대상 기업 가운데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비율은 서울이 0.8%이고, 광주는 0.5%로 특정 지역이 오히려 낮다"고 말했다. 이어 "절대적으로 특정 지역을 선정해서 세무조사를 강화한다는 것은 옳지않다"고 그는 덧붙였다.
"세무조사 나가면 어떻게든 세금 매긴다? 그렇지 않다" 백 청장은 또 국세청에서 세무조사를 나가게 되면, 적발되는 건수가 없는데도 어떻게든 세금을 메긴다는 오해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그는 "국세청이 세무조사 나간 기업에 어떻게든 세금을 매긴다거나, 기업들이 일부러 세금을 안 내고 있다가 (세무)조사가 나오면 그것으로 합의를 본다는 오해가 있다"면서 "하지만 실제 5% 정도는 전혀 세금을 부과하지 않았으며, 조사해서 성실하게 납세했다면 (국세청이) 오히려 고마움을 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한국 경제의 상황에 대해, 백 청장은 "경제위기를 막 벗어난 시기에 5% 경제성장을 이룬다면 상당한 성과"라면서 "최근 출구전략을 언제 세워야 하는가 하는 논의가 나오는 것만 보더라도 한국 경제 전망이 밝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대형유통업체인 월마트의 사례를 들면서, 시장의 자율과 경쟁을 통한 경제발전을 강조했다. 그는 "시장경제가 너무 냉혹하면 발전하지 못한다"면서 "경쟁의 필연적인 부산물로 승자와 패자가 발생하고, 현실은 승자는 소수이고 패자가 다수인데 이럴 경우 경쟁체제를 유지하기 힘들다. 시장경제는 따뜻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국세청은 지난해 새롭게 납세자 보호담당관 제도 등을 도입하고,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기업이나 개인이 해당 조사가 불공정하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게 했다. 담당관 역시 국세청 내부 인사가 아닌 외부 인사가 채용됐고, 신청인의 문제제기가 타당할 경우 국세청장의 권한과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세무조사를 중단시킬 수도 있도록 했다.
"성실 납세 중소기업 5년 동안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백 청장은 이와 함께 진전한 시장의 성공을 위해 올바른 규칙이 정립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어야 하며, 공정한 과세질서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은 공정하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득이 있으면서 세금을 내지 않는 지하경제 비율이 20~30%"라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인 10% 미만보다 매우 높아, 이 정도면 세법을 통한 법치문화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어 "1년에 2009년 한 해 동안 정부가 추정치로 계산한 전체소득 규모가 1000조라고 했을때 20%가 세금을 안 낸다면 200조가 전혀 과세가 안 되고 있는 것"이라며 "200조에 대해 세금을 받는다면 40조의 세수를 올릴 수 있고, OECD 수준인 10%까지만 올려도 20조의 추가적인 세금을 걷을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백 청장은 "지하경제 비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지난해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세수가) 13조 정도 줄었는데, 지하경제만 관리해도 20조가 늘기 때문에 추가로 세율을 인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백 청장은 한국 경제에서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세무조사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수도권에서 30년, 지방에서 20년 정도 오랫동안 성실하게 세금을 낸 기업들은 5년 동안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시킬 생각"이라며 "세금 신고금액과 조사금액의 큰 차이가 없는 성실 기업에 대해서도 5년 동안 세무조사를 제외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번 조치로 성실신고 중소사업자 약 9만5700명이 세무조사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했다. 법인 사업자는 1만600명이고, 개인 사업자는 8만5100명이다. 지역별로는 지방이 7만5900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서울 수도권은 1만9800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