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씨는 24일 오늘 '지금이 진짜 위기'라는 말로 자신의 복귀를 정당화하면서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에 복귀했다. 23개월만이다. 올 1월 1일 대통령 단독 사면이 이루어진 지 83일만이다.
대통령은 이건희 단독사면의 목적이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라고 말했다. 세계역사상 아주 기이한 단독사면을 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명분으로 삼았다.
그리고 이건희씨는 경영 복귀로 화답했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동계올림픽 유치는 단독사면의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고 실질적인 이유는 이건희 회장의 경영복귀였음을 뒤늦게 확인하게 된다.
단독사면할 때 이면합의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이 당시 크게 일었다. 바로 세종시 투자와 빅딜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정부가 사면해 주어 경영복귀를 도와주는 대신 삼성은 세종시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고 현 정부의 투자 확대 요구에 적극 협조한다는 이면합의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당시 삼성이 세종시에 수조 원 대의 투자를 발표함으로써 세종시 빅딜 의혹은 더욱 커졌다. 이번에 이건희씨가 삼성 경영에 복귀함으로써 의혹은 이제 현실에 더욱 가까워졌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건희씨를 단독사면함으로써 결국 삼성의 황제경영, 족벌경영의 폐해를 반복하게 만든 책임을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이 대통령은 결국 돈이 많고 힘이 센 재벌 자본은 이건희 회장처럼 사회에 큰 죄를 지어도 곧 사면이 되고 곧 원상태로 복귀해서 세상을 향하여 또 다시 떵떵거리면서 만인 위에 군림하는 역사를 반복하게 만든 것이다.
이건희씨는 사면된 뒤 한 달 뒤쯤 고 이병철 회장 탄생 100주년을 맞아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 거짓말 없는 세상이 돼야 되겠다"고 말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말해도 자신의 공식 재산보다 1.5배나 많은 4조 5천억 원을 차명으로 보유했던 이건희 회장이 할 말은 아니지 않았을까. 그는 또 사면된 직후 '사회 각 분야가 정신차려야 된다' 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사법부가 10년이나 끌다가 이건희씨의 죄값에 비해서 매우 낮은 형량으로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는데 이마저도 3개월여 만에 단독 사면함으로써 이건희씨는 자신의 잘못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이처럼 오만하게 행동한 것이다. 이제는 경영에 공식 복귀함으로써 모든 것을 완전히 원점으로 돌리고 말았다.
이건희씨를 단독 사면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얻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잃은 것은 정의감의 실종에 삼성 재벌 황제의 복귀이고 유전무죄 무전유죄 풍토의 확대재생산이다. 이건희씨의 삼성전자 회장의 복귀는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이 재벌 공화국임을 선포하는 오만한 몸짓이자 대한민국의 주인은 삼성 자본과 재벌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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