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작년 이 맘 때쯤 "88만원 세대에겐 동아리는 왕 부담"이라는 기사를 썼다. 대학에서 내가 활동하고 있는 인문학회 카르마(이하 카르마) 라는 동아리가 있다. 작년에 이 동아리를 홍보하기 위해 회원들이 동물옷을 입고 캠퍼스를 돌아다니기도 하고, 활동 사진전, 벽보, 화장실 홍보물 부착 등 매우 열심히 활동했다. 하지만 3월 중순이 되어도 새내기 학생들이 우리 동아리뿐만 아니라 동아리 활동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아 답답한 마음에 기사를 썼었다.

 

기사를 쓰고 난 후 5명 이상의 신입생들이 연락이 와서 2009년 카르마 활동을 신나게 할 수 있었다. 2010년 3월 작년과 똑같은 홍보를 통해 책을 읽는 카르마를 홍보했다. 그러나 올해는 신입생들의 연락을 한 번도 받지 못했다.

 

"책 읽고 데모만 하는 시대는 갔다"

 

2010년 3월 23일 10학번 새내기를 한 명도 받지 못한 카르마는 비상대책을 세우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했다. 일명 '책 읽는 카르마가 이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이라는 주제로 카르마 전체 회원들과 토론을 했다.

 

먼저 최근 고려대를 자퇴했던 김예슬씨의 글을 함께 읽으며 현재 대학 사회에 대한 얘기를 했다. 어문계열 학과에서 그 나라의 문화, 역사에 대한 수업 시간 때 자격증 취득을 위한 공부로 대체한다든가, 심지어 인문학 관련학과 수업에서 토익 수업을 하는 경우, 토론 없이 교수님의 말씀을 일방적으로 듣는 수업, 교과서 이외 독서를 하지 않는 주위 친구들 등 회원들은 자신의 과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습을 얘기하였다.

 

현재 대학에 대한 얘기를 나누다 보니 카르마가 하고 있는 책 읽기가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없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학에서 지식이 죽었는데 책 읽는 우리 같은 동아리가 인기 동아리가 되겠나?"

"(06학번) 우리 1-2학년 때까지만 해도 책을 읽고 세상의 새로운 모습을 알고 집회에 뛰어나가는 것에 대한 낭만적인 향수가 있었던 것 같다. 대학생이라는 신분 그리고 지식을 배우는 계층이라는 우쭐함 때문에 책 읽고 데모했던 선배들을 동경하기도 했는데..."

"근데 이제는 안 된다. 책 읽고 데모만 하는 시대는 간 것 같다. 책을 통해 사회참여 활동 이외 다른 일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

 

카르마 회원들은 책을 읽고 사회참여 활동만을 위한 활동은 지나갔다고 지적했다. 물론 사회참여 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주장을 한 것은 아니었다. 단 사회참여 활동에만 그치는 80~90년대 책 소모임에 대해 비판하였다.

 

"책 읽기 +@가 필요하다!" vs "책을 해체하자!" vs "둘 다 대안이 아니다!"

 

토론은 자연스럽게 책 읽고 사회참여하기 이외 현재 대학생들이 모여서 할 수 있는 신나고 의미 있는 활동에 대한 얘기로 이어졌다. 단체로 운동 경기 함께 하기, 맛집 탐방 하기, 회원 단체로 악기/요리/레크리에이션 등을 배우기, 미술관 다니기 등 많은 의견이 나왔다.

 

"책이라는 매체에 대해서 떠나서 생각하는 게 어떻노? 책은 동아리 내부에 소모임을 두고 읽고 싶은 사람만 읽고 앞에서 말한 전체 회원들이 신나게 놀고 즐길 수 있는 걸 메인으로 내세우는 게 좋지 않나?"

 

"내 생각은 조금 다른데... 책 읽는 거 재밌는데 왜 버리노? 그리고 책 읽고 얻을 수 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이런 가치는 버리면 안 될 것 같은데... 아무튼 나는 책을 읽고 위에서 말한 신나는 활동도 하면 우리 활동이 좀 신나 보여서 신입생들이 가입하지 않겠나?"

 

"근데 내가 생각할 때는 책을 버리고 지금 얘기한 활동을 한다고 카르마가 발전하겠나? 그렇다고 현재 방식인 책만 읽는다고 우리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고... 이건 뭐 철학에서 해체주의와 구조주의에 대해 얘기 하는 것도 아니고 왜 이리 어렵노."

 

"책을 읽고 변화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표현하자"

 

토론회는 책을 버리느냐 마느냐라는 논쟁으로 번지기도 했다. 하지만 카르마를 대표할 만한 똑 부러진 대안이 없다면 책 읽는 것을 지속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그리고 책 읽고 토론하며 자신이 바뀐 모습에 대해 공유하며 이것을 어떻게 사람들에게 알릴 것인가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대안이 없다면 책이라는 매체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 지금 읽는 고전 위주의 커리큘럼을 인기있으면서 의미 있는 쉬운 책으로 바꾸는 것이 좋지 않나."

 

"커리큘럼의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내 생각엔 책을 읽고 토론하면서 우리가 조금씩 변화한다는 것을 잘 표현해야 할 것 같은데.."

 

"맞아. 1학년 때 나랑 지금 나는 정말 많이 변한 것 같다. 1학년 때 생각이 있어도 말로 표현하지 못했고, 다른 사람들 의견은 듣지도 않았거든. 그리고 수업 시간에 교수님 하는 얘기도 옛날에는 그대로 받아 들였는데 이제는 비판적으로 생각하면서 듣게 된 것 같다."

 

"맞네. 그러고 보니 나도 카르마 하기 전에는 사회/정치 문제에 대해 남 일이라 생각하고 거들떠도 안 봤네. 근데 카르마에서 사회과학 서적 읽고 토론 하다 보니 이게 남 일이 아니라는 걸 조금은 알 게 된 것 같다."

 

카르마 회원들은 책을 읽으며 자신이 변화한 것에 대해 학생들에게 알리기 위해 책 내용 및 감상문 전시회, 학생들 모여 있는 공간에서 야외 공개 세미나 등의 구체적인 방법을 실천하자고 약속 했다.

 

토론회를 통해서 카르마가 현재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한 성찰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회원들과 얘기 할 수 있는 갚진 시간이 되었다. 많은 얘기에도 불구하고 현재 대학의 문제와 시대의 문제를 뛰어 넘을 수 있는 활동을 찾지는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 지속적으로 사람과 사회에 대한 책을 읽으며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을 모색하기로 약속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현재 대학생들이 나눌 수 있는 자치적인 활동이 뭐가 있을까요? 좋은 의견 있으신분 댓글과 저의 블로그에 놀러오셔서 의견부탁드립니다^^


태그:#책, #독서, #인문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부산본부 사무국장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