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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객들을 위한 크롱 텝, 방콕

태국은 19세기 유럽 열강들의 식민지 야욕 속에서도 영국과 프랑스의 대립을 이용해 한번도 주권을 내주지 않았습니다. 타이는 타이어로 '자유'를 의미합니다. 켄은 주변국이 모두 식민지화 된 상황에서도 유일하게 주권국으로 남았던 점에 가장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태국은 정연하게 개간된 농지로 전국토의 80%이상이 평야입니다. 방콕도 언덕 하나 볼 수 없는 거대한 판상 위에 건설된 국제화된 도시이지요.

크롱 텝(Krung Thep) 태국인들이 방콕을 일컫는 말입니다. '천사의 도시'라는 뜻이지요. 방콕은 태국인들에게 뿐만 아니라 여행자들에게도 '천사의 도시'입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 친절한 사람들, 안정된 치안 등이 세계 각지로부터 온 여행자들이 태국을 두 다리 뻗고 방전된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는 요람 같은 곳으로 인식하게 하나 봅니다.

켄은 왕궁으로 오는 길에 자동차가 우회전하는 사거리를 돌면서 저 거리가 카오산이라고 말했습니다. 카오산은 독립여행자들의 거리이지요. 배낭여행자들의 욕구가 철저히 반영된 모든 편의시설들이 집적되어 있어서 이곳에서 휴식하고 다시 배낭을 정비한 다음 동남아 각국으로 흩어지는 거점입니다. 몇 천 원짜리 숙소에서 몇 백 원짜리 식사로도 황제 같은 포만감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알려진 거리입니다.

왕궁 밖에서는 삼륜차 툭툭(TukTuk)이 손님을 찾아 바삐 오가고 있습니다.  툭툭이라는 귀여운 이름의 이 삼륜차는 자동차라기보다 뒷부분에 바퀴를 2개 달고 그 위에 2인승 좌석을 얻어 승객이 탈 수 있도록 개조한 오토바이입니다.

태국민들에게는 저렴한 교통수단으로, 여행객들에게는 이국적인 경험으로 이 툭툭이 톡톡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툭'이라는 말은 태국어로 '저렴하다'라는 의미랍니다. 그러나 툭툭이를 탈 때는 미리 흥정을 잘해야 된다는 군요. 자칫 결코 저렴하지 않은 요금을 요구하기도 하나봅니다. 태국은 운전석이 우리와는 반대로 오른쪽에 위치하고 차로의 방향도 반대입니다.

방콕의 거리 곳곳을 누비고 있는 툭툭이
 방콕의 거리 곳곳을 누비고 있는 툭툭이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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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의 잔뿌리, 크롱

길가에 노점이 펼쳐져 있으며 행상이 이방인의 발걸음을 막습니다. 서민의 삶을 기웃거려 보고 싶었지만 우리는 켄의 전화를 받고 달려온 카섬의 차를 타고 바로 인근 짜오프라야 강의 타파찬 Tha Prachan('Tha'는 pier, 'Prachan'는 moon을 의미함으로 Tha Prachan은 달선착장 moon pier이라는 아름다운 뜻이 됩니다)으로 이동했습니다. 톤부리수 여행을 위해서입니다.

왕궁앞의 노점과 짜오프라야 강가의 타파찬 선착장
 왕궁앞의 노점과 짜오프라야 강가의 타파찬 선착장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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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오프라야 강에는 거룻배에서 유람선까지 수많은 배들이 쉴 새 없이 오갑니다. 특히 강의 동서를 오가야 하는 사람들을 위해 3바트의 비용으로 양안을 오가는 배가 셔틀버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버스배는 먼 길을 돌아 다리를 이용하는 것보다 획기적으로 거리와 시간을 절약하게 해줍니다.

짜오프라야 강 양안을 오가는 셔틑 배인 수상버스
 짜오프라야 강 양안을 오가는 셔틑 배인 수상버스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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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은 초기 왕조부터 짜오프라야 강의 지류를 따라 형성된 수로를 활용한 교통망을 구축해왔습니다. 챠오프라야 강 하류에 거목의 잔뿌리처럼 뻗어있던 강의 크고 작은 지류들은 사람들의 삶과 마음을 연결하고 영양을 공급하는 실핏줄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연유로 방콕은 '물의 도시' 혹은 '동양의 베니스'로 애칭 되곤 합니다. 수로 가에는 서민들의 삶의 터전인 수상가옥뿐만 아니라 큰 사원들과 관공서 및 호텔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수로는 방콕사람들에게 그만큼 삶의 기반이었던 것이지요.

짜오프라야 강의 긴꼬리 보트
 짜오프라야 강의 긴꼬리 보트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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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많은 도로들이 복개된 수로라는군요. 수로의 양쪽을 오가기에는 배보다 다리가 편리하고, 다리보다는 복개를 해서 도로로 만드는 것이 더 편리하겠지요. 편리함을 위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수로들에 대한 저의 호기심이 초조함으로 변한 것은 아주 오래 전입니다. 담넌 사두악(Damnoen Saduak) 수산시장을 찾아갈 만한 시간이 되지못한 아쉬움을 이 크롱의 배 위에서 달래볼 심산이었습니다. 크롱(Khlongs)은 타이어로 수로를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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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방콕의 맨얼굴, 톤부리 수로

방콕의 50개 지구중의 하나인 방콕노이(Bangkok Noi)와 방콕야이(Bangkok Yai)는 옛 왕조인 톤부리의 중심이었던 짜오프라야 강 서쪽으로 지금도 여전히 수로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곳입니다. 톤부리수로 투어는 말발굽모양으로 짜오프라야 강과 연결된 방콕노이와 방콕야이의 수로를 한 시간쯤 돌게 됩니다.

짜오프라야 강과 톤부리 수로
 짜오프라야 강과 톤부리 수로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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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이 전화로 대기시켜둔 좁고 긴 배인 롱테일보터(long-Tailed Boat)에 올랐습니다. 사공은 짜오프라야 강가의 새벽사원인 왓아론(Wat Arun)에 잠시 멈추었다가 바로 톤부리 수로로 들어갔습니다.

수로의 양쪽으로는 단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태국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습니다. 강가의 수상가옥과 맨션, 사원과 빌딩 등이 이어져있습니다. 툇마루에서 윗옷을 벗고 오수를 즐기는 아저씨와 정자에서 정담을 나누고 있는 승려, 수로에서 낚시를 하는 노인과 물놀이를 하는 아이들, 강가의 새들과 강 속의 물고기들이 각자의 방식대로 수로에 기대어 삶을 살고 있었습니다. 종종 물을 튕기고 지나가는 다른 긴꼬리배의 이방인과 작은 거루를 타고 마실가는 수상가옥일가를 향해 손을 흔드는 것도 여행자에게는 반가운 세레머니같이 느껴졌습니다.

야자나무와 망고나무가 도열해있고, 연못에는 그득하게 반발한 연꽃을 담고 있습니다. 물 빠진 수상가옥 난간에 걸린 화분에는 순박한 처녀의 긴 머리 파마 같은 꽃들이 드리워져있습니다.

좁은 수로를 지나 짜오프라야 강으로 나오자 석양이 사원의 탑위에 걸렸습니다. 수로가의 잔잔한 풍경들을 도거리로 가슴에 담고 석양을 긴꼬리배위에서 맞는 기분이야말로 태국의 축복이다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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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태국음식

아직 공항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은 아님으로 켄에게 멋진 태국 음식점으로 우리를 안내해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달선착장을 돌아 레스토랑의 기둥을 짜오프라야 강위에 반쯤 담그고 있는 서민용 레스토랑으로 우리를 데려갔습니다.

타이식 볶음밥인 카오 팟(khao phat), 새우에 향신료와 소스를 넣고 끓인 톰얌쿵(tom yam kung)을 비롯해 여섯 가지의 태국음식을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4사람이 뷔페처럼 나누어 맛을 보았습니다. 맥주와 음료까지 모두 합한 금액이 726바트(24달러)였습니다. 한국의 한정식집에서 1인분의 식대 남짓한 금액이었으므로 제가 먼저 지갑을 열었습니다.

"태국에서도 비교적 버젓한 레스토랑에서 이처럼 식사를 하셨다면 이 금액의 4배정도는 지불해야합니다."

포만감으로 흐뭇해하고 있는 우리 일행을 향해 켄이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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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태국의 다양한 먹거리들은 동서양 각지에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8년에 '한식세계화 선포식'을 갖는 등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음식으로 키운다는 목표로 정부에서 앞장서서 한국의 식문화를 세계화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태국은 이미 2001년에 '글로벌 타이 레스토랑 프로젝트(Global Thai Restaurant Project)'라는 태국음식 세계화프로젝트를 시작했으며 2004년에 '키친 오브 더 월드(세계의 부엌 Kitchen of the world)'라는 태국음식세계화 본부가 정부조직으로 발족해서 태국의 식재료로 태국의 요리사가 만든 음식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전략을 활발하게 추진해왔습니다.

이제는 명실 공히 세계 5대 음식 중의 하나로 손꼽히지요. 태국 음식의 특징은 맵고(spicy),시큼하며(sour),향긋함(fragrant)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독특한 태국의 문화와 함께 태국민의 따뜻한 성품이 덧붙여진 태국음식은 능히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만하다 싶습니다.

해가 짜오프라야 강위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을 때 야시장이 선 저작거리로 나왔습니다. 과일 디저트는 켄이 사주었습니다. 길거리의 좌판에 갖은 과일을 깎아서 나무 꼬챙이로 먹을 수 있도록 봉지에 담아 팔고 있습니다. 켄이 전화를 하자 어디선가 대기하고 있던 카섬이 차를 몰고 나타났습니다. 금요일, 주말의 방콕 시내 거리를 관통하여 공항으로 되돌아오는 길이 약간의 교통체증을 유발하긴 했지만 심각하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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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안수

켄이 앞장서서 재입국 수속 절차를 도와주었습니다. 우리의 항공권에는 태국에서의 출입국세가 포함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보딩 수속에서 1인당 출국세 23달러씩을 납부해야했습니다.

켄은 헤어지기 전에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는 딸의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자식에 대한 자긍심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일터. 방콕 교외에 살고 있다는 그는 매일 새벽 4시에 기상해서 버스로 6시까지 공항으로 옵니다. 주차비를 아끼기 위해 버스를 이용하지요. 간혹은 아침 일찍 첫손님을 만날 수 있으면 하루에 두 차례 안내가 가능할 수도 있지만 거개는 하루 한 차례 정도 손님을 안내합니다.

오늘 늦게까지 우리를 안내했으므로 켄이 집에 도착하면 밤10시가 넘을 것입니다. 행복한 가정의 가장인 켄은 이 환승객 가이드일에 열정을 바치고 있다는 것을 함께하는 시간 내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켄은 우리가 보안수속을 밟고 있는 모습을 출국장입구에서 까치발로 지켜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출국장 안으로 완전히 모습을 감출 때까지 결코 발걸음을 떼지 않았습니다.

수완나품국제공항의 출국장 로비 장식물
▲ . 수완나품국제공항의 출국장 로비 장식물
ⓒ 이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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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의 애정 어린 메일과 켄의 친절은 방콕에 대한 그리움을 더욱 짙게 만들어줄 것 같습니다. 좀 더 여유로운 시간이 방콕에서 허락될 때 밍을 앞세우고 담넌 사두악의 수산 새벽시장을 비롯한 몇 개의 수산시장을 다녀올 날을 다시 꿈꾸어 봅니다.

촉 디이 캅, 태국(태국에 행운을…).

덧붙이는 글 | 모티프원의 홈페이지 www.motif.kr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태그:#태국, #수로, #톤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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