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이름 : 절에서 만나는 우리 문화- 글 : 박상용- 그림 : 호연- 펴낸곳 : 낮은산 (2010.1.15.)- 책값 : 11000원 (1) 그림책을 보는 눈아이를 낳아 기르기 앞서부터 그림책을 즐겼습니다. 어린이책 만드는 출판사에서 일한 까닭도 있으나, 이에 앞서 1999년 봄날 <우리 순이 어디 가니>라는 그림책을 만난 뒤로 그림책에 빠져들었습니다.
1998년 12월을 끝으로 대학교를 그만두기로 마음먹고 휴학계를 냈고(자퇴서를 내면 융자 받아 내던 학비를 한 달 안에 한꺼번에 갚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휴학계를 냈습니다), 오로지 신문배달만 하면서 살고 있었는데, 새벽에 일 마치고 그날 돌린 신문과 다른 지국에서 얻은 10대 일간지를 하나하나 넘기다가 '세밀화 그림책 봄 이야기'가 나왔다는 자그마한 기사를 보고는 '어, 이런 그림책도 있었나? 그림책이란 이런 책이었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이날 아침에 대학교 앞 구내서점이 문을 열자마자 신문배달 짐자전거를 타고 달려가서 책방 누나한테 <우리 순이 어디 가니>를 주문했습니다. 이무렵 신문배달 한 달 일삯으로 32만 원을 받고 있던 터라(220부를 돌린 일삯), 그림책 한 권 값 7500원이란 퍽 만만하지 않은 돈이었습니다. 다달이 10만 원을 적금으로 부었고 나머지 22만 원으로 먹고 입고 책 사 읽고 소식지 만드는 돈을 대고 있었거든요.
이틀 뒤 주문한 책이 책방에 왔고, 책방으로 찾아가 7500원 온돈을 치르고 장만하여 신문사지국으로 돌아와 <우리 순이 어디 가니>를 넘깁니다. 홀로 있는 지국에서 조용히 책장을 한 장 두 장 천천히 넘기는 동안 볼을 타고 눈물이 똑똑 떨어집니다.
'그림책이란 이렇구나, 그림책을 아이들한테 보이는 까닭이 이렇구나, 그림책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 함께 즐기는 책이구나.'그림책을 두 번째 넘긴 다음 덮습니다. 방바닥에 드러누워 천장을 바라봅니다. 어린 날, 집에서 그림책을 본 일이 있었나 떠올립니다. 아버지는 국민학교 교사였으나 집에서 마땅히 그림책을 본 일을 떠올릴 수 없습니다. 돌이켜보면 1982∼1987년에 국민학교를 다닌 저로서는 괜찮은 그림책이 얼마 없던 때이니까요.
우리 형이든 저이든, 또 동네 골목에서 함께 뛰놀던 다른 동무들이든 살가운 그림책 하나 보면서 큰 동무는 없습니다. 꽤나 잘사는 아이들이었다면 동화책쯤은 있었겠지요. 그러나 괜찮은 그림책까지 아니더라도 '그림책 꼴을 갖춘 책'이란 만나기 참 어려웠습니다.
.. 문화재란 옛사람들이 살아온 자취입니다. 옛사람들이 의식주에 사용했던 것들은 모두 문화재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국 시대나 고려 시대에 실제로 사람이 살았던 집은 남아 있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쓰던 도구 또한 오늘까지 전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종교적인 믿음을 갖고 만들었던 불상이나 석탑은 잘 닳지 않고, 사람들이 존경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잘 남겨져 문화재가 된 것입니다 .. (17쪽)1999년 봄부터는 책방마실을 할 때에 그림책을 함께 보았습니다. 이해 여름에 신문배달 일을 접고 어린이책 출판사에 들어가서 일을 했습니다. 어린이책 출판사에 들어가 받은 일삯은 62만 원. 신문배달 적과 견주면 두 곱이 되는 일삯. 얼른 적금 하나를 더 들어 25만 원을 붓는 통장을 하나 마련하면서도 '돈이 남는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다른 출판사 일꾼 얼굴을 하나 둘 익히면서 다른 출판사에서 만든 좋은 그림책을 하나 둘 선물로 받고, 제 깜냥껏 눈결을 다스리면서 헌책방에서 '판 끊어진 예전 어린이책과 그림책'을 찾아다녔습니다.
이무렵, 1982년에 '백제'라는 출판사에서 '현대세계걸작동화'라는 이름을 붙여 스물여섯 권짜리 '그림책 전집'을 내놓았음을 처음으로 알아차립니다. 어린이책 만드는 출판사 일꾼들은 이 그림책을 모르고 있었으나, 헌책방에는 버젓이 이 그림책이 있었거든요. '백제'라는 출판사가 '돈 까밀로와 빼뽀네' 책으로 큰돈을 번 다음 내놓은 '현대세계걸작동화'였는데, 백제 출판사는 갑작스레 번 큰돈으로 영어교재를 만든다고 하다가 폭삭 무너졌습니다. 이러면서 이 그림책은 통째로 '문선사'로 옮겨 1984년부터 1980년대 끝무렵까지 다시 펴냅니다.
헌책방에서 '현대세계걸작동화' 스물여섯 권을 하나하나 찾아내어 짝을 맞추면서(아직 두 권을 못 찾았습니다) 속이 떨떠름합니다. 왜냐하면 이 멋지고 훌륭한 그림책들을 우리 아버지께서는 1980년대에 당신 아이 둘이 국민학생이었을 때에 한 번도 장만해 준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께서 이 그림책을 당신이 맡은 국민학교 아이들한테는 장만해서 읽혔는지 모를 일입니다. 학교에서는 훌륭한 교사로 지내셨는지 모를 노릇입니다.
스물여섯 권 모두는 어렵다 하여도 다문 한 권이라도 보여줄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돌이켜봅니다. <까마귀 소년>으로 널리 알려진 그림책은 이때에 <까마귀 도령>이라는 이름으로 나왔고,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할머니 그림책 <로타와 자전거>는 이때에 처음으로 옮겨진 뒤 아직 다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 절은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지만, 일주문을 들어설 때부터는 깨끗하고 고귀한 곳에 간다는 생각을 갖고서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 좋겠습니다 … 단청은 무척 화려해 보이지만, 사실 파랑ㆍ하양ㆍ빨강ㆍ검정ㆍ노랑 이렇게 다섯 가지 색깔인 '오방색'을 기본으로, 이 색들을 섞었을 때 나오는 몇 가지 중간색들로 이루어져 있을 뿐입니다. 오방색은 동서남북 가운데의 다섯 방향과 나무ㆍ쇠ㆍ불ㆍ물ㆍ흙 다섯 원소를 뜻합니다. 이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며 좋은 기운을 뿜어내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그림을 그린 것이지요 .. (28, 100쪽)제가 어린 날 즐겁게 본 그림책이 하나도 없었나 하고 다시금 머리를 쥐어짜내면 꼭 한 가지 떠오르기는 합니다. 우리 형이 중학교에 들어선 다음 아버지가 사 주어 다달이 숙제를 해내도록 했던 학습지 별책부록으로 나왔던 <아모스와 보리스> 하나가 있습니다.
학습지에 딸린 해적판 <아모스와 보리스>는 1994년에 <생쥐와 고래>라는 이름으로 다시 나온 '윌리엄 스타이그' 그림책이었습니다. 비록 해적판이기는 하지만, 얄팍하고 번역 어설픈 학습지 별책부록 <아모스와 보리스>를 천 번 가까이 되읽곤 했습니다. 1999년 가을, <생쥐와 고래>라는 그림책을 책방 책꽂이에서 만나면서 얼마나 반갑고 서럽고 기쁘고 아팠는지.
저와 나이가 같은 대학교 적 동무는 국민학교 3학년 때에 <몽실 언니>를 읽었다고 했습니다. 권정생 님 <몽실 언니>는 1984년에 나왔고 이때가 우리한테 국민학교 3학년이었습니다. 저는 <몽실 언니>를 군대를 마치고 사회로 돌아와 집에서 밍기적거리다가 헌책방 나들이를 하던 1998년 1월에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열네 해나 지난 끝에 만난 셈이고, 어린이가 아닌 어른이 되어서야 읽었습니다. 이때에도 이 놀랍고 아름다운 책을 왜 나는 국민학생 때에 읽지 못했나 되새기면서 가슴이 북받쳐올라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제 와 되새기면, 어린 날 여러모로 훌륭하고 아름다운 책을 만나지 못했기에 오늘에 와서 이 훌륭하고 아름다운 책을 뒤늦게 알아채어 읽고 삭이고 즐길 수 있다고 할 테지만, 또한 이 훌륭하고 아름다운 책을 우리 아이한테는 제때에 제대로 읽힐 수 있게끔 하고자 힘쓰지만, 제 가슴속에 아로새겨진 슬픔과 허전함이란 지우기 어렵습니다.
따지고 보면 어린 날 제 삶이란 워낙 개구져서 날이면 날마다 동무들하고 밖에서 뒹굴며 뛰놀았으니 책을 쥐어 주었다 하여도 안 읽었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가슴을 적시는 어마어마한 이야기에 눌려 밖에서 뒹굴며 뛰놀 생각을 잊고 집안에 틀어박혔을는지 모릅니다. 집안에 틀어박힌 채 책을 파고들었다면 좋은 책으로 마음밭이 한결 넉넉했을 터이나, 그만큼 바깥에서 동무들하고 골목놀이를 하며 부대끼지 않았을 테니 '뛰놀던 어린 나날'이 없었을 수 있습니다.
틀림없이 어린 나날에 좋은 어린이책을 만나야 하고 좋은 그림책을 받아들어야 합니다. 어김없이 어린 나날부터 살가운 그림책을 마주해야 하며 살가운 어린이책으로 어린이 마음에 착하고 곱고 맑고 튼튼하고 씩씩한 넋이 자라나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러나 책으로만 키울 수 없는 어린이 마음입니다. 흙밭에서 뛰고 땀내 나도록 달리며 때로는 무릎이 까지고 팔뚝이 벗겨지고 얼굴이 새까매지도록 부대끼며 마음과 몸이 나란히 쑥쑥 자라야 할 어린이 삶입니다.
.. 지방 권력자들의 사상적인 협력자가 된 육두품 세력은 절을 지어 머물며 공부를 계속했는데, 터를 정할 때 '풍수'를 적용해 명당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산속의 좋은 자리에 절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종교적인 기능뿐 아니라 관광 명승지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 (30∼32쪽)1999년부터 2010년 봄까지 이천 권 남짓 그림책을 장만하여 늘 다시 꺼내어 펼치고 읽고 삭이면서 곰곰이 헤아립니다. 저한테 아름다운 그림책이란 제 마음을 아름다이 살찌우는 그림책입니다. 하루하루 알차게 꾸리고픈 제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그림책이 저한테 아름다운 그림책입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여야 재미있는 그림책이 아닙니다.
별나라를 가고 달나라를 가며 해나라를 넘나들어야 신나는 그림책이 아닙니다. 집안에서 어머니를 도와 걸레질을 하고 바느질을 하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하고 심부름을 하며 밥상을 차리고 쓰레기를 치우고 하는 갖가지 살림을 익히는 삶자락이 고이 담길 수 있으면서, 한 사람이 고운 목숨을 사랑스레 일구면서 내 몸과 마음을 오롯이 아낄 수 있도록 어깨동무할 때에 비로소 아름다운 그림책이라고 느낍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밑틀을 따스한 눈높이로 넉넉하게 품어 안을 수 있으면 아름다운 그림책이라고 느낍니다. 나와 이웃과 동무와 살붙이 모두 빛나는 넋을 가슴에 담고 있음을 조곤조곤 들려줄 수 있으면 아름다운 그림책이라고 느낍니다.
지식이란 부질없습니다. 삶이어야 아름답습니다. 정보란 덧없습니다. 땀방울이어야 알찹니다.
삶이란 집살림일 수 있고 마을살림일 수 있으며 나라살림일 수 있습니다. 자연살림이나 겨레살림일 수 있겠지요. 학교살림이나 들살림이나 갯살림이나 멧살림이 될 수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골목살림도 되고, 아파트살림도 될 테지요.
땀방울이란 놀며 흘리는 땀방울일 수 있고 일하며 흘리는 땀방울일 수 있습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닫는 땀방울이 아닌 서로 나란히 나아가는 땀방울이어야 합니다. 신나게 놀고 기운차게 일하는 땀방울이어야 합니다. 이리하여, 아름다운 그림책 하나라 할 때에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두루 즐겁게 쥐어들고 펼치며 가슴에 새길 수 있습니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두루 사랑할 수 없다 한다면 아름다운 그림책이 아닙니다.
(2) 절에 담긴 마음과 그림에 담는 뜻<절에서 만나는 우리 문화>라는 그림책을 봅니다. <절에서 만나는 우리 문화>를 '그림책 갈래'에 넣을 수 있느냐고 고개를 갸우뚱할 분이 있을 텐데, 절 문화를 사진으로 많이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사진으로만 이루어진 이 같은 짜임새 책일 때에도 '그림책 갈래'에 들 수 있습니다. 만화로 이야기를 엮어 나가도 '그림책 갈래'에 녹아들 수 있어요.
<절에서 만나는 우리 문화>라는 그림책은 이 땅에서 오래디오랜 나날을 여느 사람을 비롯하여 권력자까지 골고루 마음자리에 스며들어 왔던 '불교 문화'가 '절집'에서 어떤 발자취를 남기면서 이어왔는가를 부드러운 말씨로 들려주는 책입니다. 이러는 가운데 만화쟁이 호연 님이 산뜻하고 정갈한 그림을 사이사이 넣어 '절집 문화'를 한결 포근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끕니다.
.. 그런데 불상이 생기고부터는 탑을 바라보면서 불러일으켜지는 신앙심보다는 위대한 이의 외형을 그대로 본따 만든 불상을 보면서 신앙심을 키우고자 하는 마음이 더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절의 중심이 점점 더 불상으로 넘어간 것입니다 … 고려가 망하고 조선 왕조가 세워졌을 때, 고려가 멸망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불교의 폐단이 심했던 점이라고들 합니다. 실제로 불교가 귀족화되면서 일반 사람들의 생활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불교 행사만 성대하게 하고, 절에 많은 땅을 주어 일반 농민은 땅고 가지지 못하고 고통을 당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 (66, 84쪽)저는 <절에서 만나는 우리 문화>를 장만하면서 이 책에 담긴 줄거리에는 마음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절집 얼거리를 이 책을 읽으면서 좀더 꼼꼼하고 찬찬히 알아챈 다음 절집 나들이를 한다면 한결 재미있거나 뜻있거나 보람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절집 얼거리를 하나도 모르는 채 절집 나들이를 한다면 내 가슴에 올망졸망 스며들 이야기가 얼마 없을 수 있어요. 아직 절집 삶과 문화를 모를 아이들한테 <절에서 만나는 우리 문화>는 더없이 도움이 되고 길잡이가 되리라 봅니다. 앞으로 우리 아이한테도 좋은 길잡이가 될 테지요.
저로서는 이 그림책에 그림을 넣은 호연 님 그림이 좋아서 장만했습니다. <절에서 만나는 우리 문화>에 그림을 넣은 호연 님은 <도자기>(애니북스2008)라는 대단한 작품을 내놓았던 분이고, 요즈음은 당신 누리사랑방(blog.naver.com/sakumkun)에 "사금일기"를 꾸준히 올리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며 겪고 보고 느끼는 이야기를 서너 칸(거의 세 칸짜리로) 그림이야기로 선보이고 있어요.
호연 님이 당신 누리사랑방에 "사금일기"를 올릴 때마다 챙겨 보던 어느 날 당신 그림을 넣은 <절에서 만나는 우리 문화>라는 책 소식이 떴기에 기꺼이 이 그림책을 장만했고, 이 그림책에 담긴 줄거리 또한 참 쉽고 부드러이 잘 풀어냈다고 느끼는 한편, 이와 같은 줄거리를 이만큼 제대로 삭이고 헤아리면서 그림으로 풀어낸 사람이 우리 나라에 몇이나 될까 하고 궁금해 하면서 좋아합니다.
'문화유산 해설사 따라 사찰 여행'이라는 이름을 함께 붙여 펴낸 <절에서 만나는 우리 문화>에 이어, 우리 나라에 뿌리내린 역사 깊은 예배당 이야기를 다루는 책을 낮은산 출판사에서 앞으로 새롭게 펴낼 수 있을지 궁금한데, 서양 종교라고 하지만 꼼꼼히 따지고 보면 불교 또한 나라밖에서 들어와 사람들한테 뿌리내린 믿음이었던 만큼, 오늘날 많은 사람들한테 뿌리내리는 서양 종교인 천주교와 개신교 삶과 문화 이야기를 다루는 살갑고 포근한 그림책을 함께 선보일 수 있으면 더욱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 우리 나라에 불교가 들어왔다는 기록이 남은 것은 고구려·백제·신라가 있었던 삼국 시대입니다 .. (13쪽)그런데 <절에서 만나는 우리 문화>에서는 한 가지 대목에서 아쉽습니다. 첫머리와 몇 군데에서 "고구려·백제·신라가 있었던 삼국 시대"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왜 '가야'를 빠뜨렸을까요? 익히 입에 굳은 대로 읊고 만 탓일까요? 학교 역사에서 '가야'를 모두 가르치고 있으면서도 왜 가야 이야기는 빼고 '삼국 시대'라고 해 버리고 말까요? 우리 옛 역사에서는 고구려와 백제와 신라와 가야까지 '네 나라 시대'라고 해야 올바르지 않을는지요.
그렇지만 이 그림책 하나만 탓할 수 없습니다. '삼국 시대'라는 말은 이 그림책에서만 쓰지 않습니다. 우리 교과서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교과서와 맞물려 우리 생각과 지식을 모두 바로잡아야 한다고 느낍니다. 안타깝게도 북녘 또한 '세나라시기'라고 말합니다. 북녘 또한 가야 역사를 빠뜨린 채 '세 나라'를 이야기합니다.
여태까지는 '삼국사기'이니 '삼국유사'이니 하는 이름에 얽매이며 '삼국'이나 '세 나라'라는 엉뚱한 이름을 썼다 하여도, 이제부터는 '사국'이나 '네 나라'라는 이름을 알맞고 올바르게 찾아서 우리 삶과 발자국과 터전을 다룰 수 있는 눈높이로 거듭날 수 있으면 고맙겠습니다. 좋은 그림책에 깃든 자잘한 티끌을 걷어내어 그지없이 알차고 아름다운 그림책으로 애틋하게 갈무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 누리집이 있습니다.
[우리 말과 헌책방 이야기] http://cafe.naver.com/hbooks
[인천 골목길 사진 찍기] http://cafe.naver.com/ingol
- 글쓴이는 다음과 같은 책을 써냈습니다.
<생각하는 글쓰기>(호미,2009)
<책 홀림길에서>(텍스트,2009)
<자전거와 함께 살기>(달팽이,2009)
<헌책방에서 보낸 1년>(그물코,2006)
<모든 책은 헌책이다>(그물코,2004)
<우리 말과 헌책방 (1)∼(8)>(그물코,2007∼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