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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1200톤급 초계함이 서해상에서 침몰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선체 후미의 폭발로 배에 구멍이 나서 가라 앉았다는데, 104명의 승무원 중에 58명만 구조하고 나머지는 실종이라는군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침몰사고가 왜 일어난 것인지 아직 정확한 이유는 규명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외부 공격을 받으면 배가 순식간에 침몰하지 이번처럼 서서히 가라앉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북한의 도발은 아니라는 쪽으로 무게가 기울고 있다네요.

정부 대응도 작금의 침몰사고와 북한과의 연계성이 희박하다는 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듯 보입니다. 40여 명에 달하는 장병들의 생사와 사고원인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경찰 쪽에만 갑호비상 걸어놓고 서둘러 안보회의를 종료했다는 뉴스가 나오는 걸 보면 말이죠. 만의 하나라도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있었다면 이렇듯 안일하게 대처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몇몇 언론들은 "초계함이 북한의 공격으로 침몰했다더라"는 식의 무책임하고 선정적인 보도로 국민 불안을 자극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먼저, SBS가 내보낸 속보부터 보시죠.

 


<SBS>는 '북한 공격으로 침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뉴스 속보'면 초기 사실을 전하는 것에 불과하고 아직 정확한 사실파악도 안 됐을텐데 얼마나 확신에 찼으면 저런 식으로 결론지어 내보낼 생각을 다 했을까요?

속보에 나온대로 '104명 탑승, 생존자 59명'에 달한 피해상황이 정말로 '북한 공격'에 의한 것이라면, 이건 단순한 우발적 충돌이 아니라 전쟁하자는 선전포고나 다름 없습니다. 태평하게 속보를 예능프로그램에 자막으로 슬쩍 끼워 넣을 상황이 아니라 이 말씀이지요.

 

<연합뉴스>의 보도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연합뉴스의 첫 기사는 <천안함, 북한이 공격했을까… 했다면 왜?>입니다. 새벽 3시가 조금 넘어 나온 기사 제목이 이렇습니다. 스스로도 "북한이 공격했을까"라고 기사 제목을 정할 만큼 사실 관계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굳이 "했다면 왜?"라고 다시 묻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북한에 의한 공격이다"면서 동시에 "해군은 그러나 북한 해군이 쏜 어뢰에 맞거나 북한이 부설한 기뢰와 충돌했을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고 '횡설수설'한 <중앙일보>의 <배 밑바닥 구멍 … 북한군 도발이냐 함정 결함이냐>기사도 챙겨봐야 할 기사 중 하나입니다.

중앙일보는 또 <도발 확인 땐 남북교류 전면 단절>기사에서 "북한군 최고사령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재가 없이는 이런 도발이 어렵다는 점에서 사태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졌다""라며 "이번 사태는 이미 예고된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고 사건을 부풀리기도 했습니다.

 

무슨 일이 터지기만 하면 사실 확인은 뒷전이고 무조건 북한의 바짓가랑이만 붙잡고 늘어지는 일부 언론들의 못난 행태는 언제쯤에나 수선 가능할까요?


태그:#초계함 침몰, #SBS 뉴스속보, #중앙일보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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