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봄이 화사한 꽃으로 와있는 봉은사 경내
 봄이 화사한 꽃으로 와있는 봉은사 경내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27일 오전, 모처럼만에 서울을 가기위해 대전발 서울행 고속버스를 탔습니다. 봉은사엘 꼭 한번 가보고 싶었지만 웬만하면 서울엔 올라가지 말자는 똥고집, 개똥철학처럼 간직하고 있는 서울 기피증을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습니다.

석주 큰스님이 조실로 계셨던 곳이고, 법정스님이 실천으로 남기신 '무소유'가 태동된 곳이기에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지만 머뭇거리기만 하다가,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좌파발언으로 또 다시 세간의 초점으로 떠오르기에 봉은사엘 직접 찾아가 그 분위기를 직접 느끼거나 보고 싶어서 서울엘 올라가는 길입니다.

오전 11시, 서울남부터미널에서 내려 이른 점심을 먹고 봉은사로 가기 위해 택시를 탔습니다. 봉은사까지 가자고 하니 택시기사분이 '차병원 앞이 공사 중이라 많이 막히니 조금 돌아가는 길로 가겠다'고 양해를 구합니다. 5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택시기사분에게 말을 트기 위해 먼저 '요즘 경기가 어떠냐'고 여쭈어 봤습니다. 한 마디로 죽을 맛이라고 하였습니다.

'안 상수 = 하수'지

이어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느냐고 여쭈었더니 "좋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말 다르고 행동 틀린 종교인들이나 신앙인들이 너무 보기 싫어 어떤 종교도 갖고 있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상장처럼 봉은사 입구에 걸려있는는 법정스님 추모 현수막
 상장처럼 봉은사 입구에 걸려있는는 법정스님 추모 현수막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봉은사 경내는 생각했던 것 보다 컸습니다.
 봉은사 경내는 생각했던 것 보다 컸습니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일주문을 지나, 앞에 보이는 전각이 법왕루.
 일주문을 지나, 앞에 보이는 전각이 법왕루.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자연스레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이 봉은사 주지스님에 대해 좌파니 운동권이니 하였다고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여쭤 보았습니다. 기사 분의 답은 간단명료했습니다. "내가 종교인은 아니지만 종교라고 하는 것은 참으로 신성한 것인데 그런 종교에 대해 정치인이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참으로 잘못된 것이다"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십니다.

우스갯소리 같지만 손님에게 들은 뼈 있는 이야기라며 '안상수 의원이 상수(上手, 남보다 뛰어난 수나 솜씨. 또는 그런 수나 솜씨를 가진 사람)'를 둔답시고 아무 곳에서나 '좌파' 운운하더니 이름 앞에 '안'이 들어있어서 그런지 이번일 만큼은 '안' 상수, 완전 하수노릇을 한 것'이라고 하더란 말을 들려주십니다.

기사분께서는 검사 출신인 사람이 그 정도까지 사리분별력이 없거나 말실수를 할 리가 없다며 분명한 목적이나 다분히 의도가 있었던 발언일 거라고 하였습니다. 민초들이 세상사를 이야기 하듯 이야기를 주고 받다보니 어느새 봉은사에 도착합니다.

봉은사는 명품(?) 절

상장(喪杖)처럼 내걸린 '맑고 향기로운 삶을 실천하셨던 법정큰스님의 입적을 애도합니다'라고 써진 현수막에서 법정스님의 흔적과 봉은사와의 인연이 느껴집니다.

봉은사 대웅전 앞마당을 연등하늘로 장식하고 있는 색깔 고운 연등등
 봉은사 대웅전 앞마당을 연등하늘로 장식하고 있는 색깔 고운 연등등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봉은사 길 건너쪽에 시멘트 숲을 이루고 있는 고층 빌딩들
 봉은사 길 건너쪽에 시멘트 숲을 이루고 있는 고층 빌딩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미륵대불 되에서 바라 본 세속
 미륵대불 되에서 바라 본 세속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강남, 부자동네, 비싼 땅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상상하였던 봉은사는 그렇게 넓지 않았었는데 직접 찾아가 두 눈으로 보고 있는 봉은사 경내는 상상하였던 것보다 훨씬 넓었습니다. 콘크리트 건축물들이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아올라 빌딩 숲을 이루고 있는 큰길 건너와는 천양지차를 이루니 흙냄새가 물씬한 자연 속 별천지입니다.

가슴을 억누르는 답답함에 통증을 느끼고, 목까지 차오르는 억울함에 치를 떨다가도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어느새 마음이 편안해지며 통증 같은 답답함과 울컥거리던 억울함이 연기처럼 사그라질 것 같이 차분하고도 아늑한 공간입니다.

일주문으로 들어서 법왕루 아래를 지나서 석주큰스님의 영정이 모셔진 영각(影閣)으로 곧장 올라갔습니다. 석주큰스님 당신이 연화대에 오르던 마지막 광경 외에도 16분 큰스님들의 다비식 장면을 담은 <스님, 불 들어갑니다>를 한 권 올려놓고 삼배를 올리는 것으로 봉은사에 들렸음을 고하였습니다.

조사와 고승들의 영정을 모시고 있는 영각. 석주스님의 영정도 이곳에 봉안되어 있었습니다.
 조사와 고승들의 영정을 모시고 있는 영각. 석주스님의 영정도 이곳에 봉안되어 있었습니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장경을 보관하고 있으며 추사 김정희의 글씨로 현판을 달고 있는 판전
 장경을 보관하고 있으며 추사 김정희의 글씨로 현판을 달고 있는 판전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법정스님이 무소유를 집필하고 무소유를 실천하셨던 다래헌
 법정스님이 무소유를 집필하고 무소유를 실천하셨던 다래헌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대웅전 앞마당 하늘에는 이미 연등이 빼곡하게 내걸려 있고, 연등하늘을 이루고 있는 연등 중에는 벌써 꼬리표를 달고 있는 것도 꽤나 됩니다. 마당 한쪽에서 연등접수를 받고 있는 봉사자들에게 연등을 접수하는 사람들도 눈에 띕니다. 막 받아든 꼬리표를 원하는 곳에 매달려는 사람들로 사다리를 대신하는 이동대차가 이리저리 이동합니다.

사람들은 들락거리고 있어도 대웅전에서 들리는 스님의 독경소리는 청아하기만 하고, 제를 올리며 지장전에서 흔들고 있는 요령소리는 영가의 하소연만큼이나 처량하게 들립니다. 예전의 봉은사는 어떠했는지 모르지만 2시간 남짓 둘러 본 봉은사는 명품(?)이라는 말을 덧대야만 어색하지 않을 만큼 고가의 수목들로 조경돼 있었습니다. 

산길을 걸으며

법정스님이 무소유를 집필하셨다는 다래헌 옆으로 난 산길을 따라 미륵대불상 뒤를 지나 참나무에 기대어 서서 각종 언론에서 회자되고 있는 봉은사와 주지스님의 위상을 가늠해 보았습니다. 

봉은사 경내 흙길
 봉은사 경내 흙길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확언컨대 법정스님이 그토록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었던 건 법정스님의 글이 최고이고, 법정스님이 하신 말씀들이 가장 멋진 말이어서가 아니라 말씀하시거나 글로 쓴 대로 사셨기 때문일 겁니다.

안상수 한나라당 의원이 좌파라고 딱지를 붙였다는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과 함께 세간의 여론에서 중심 올라있는 대한불교 조계종의 최고실권자인 총무원장 자승 스님께서는 어떤 분일까 하는 반문이 생깁니다. 

닭 벼슬만도 못한 것이 중 감투라고 하던데...

고승열전 등에 보면 '닭 벼슬만도 못한 게 중들의 감투'라고 하던데 총무원장이라는 감투를 쓰고 나니 감투 값을 한방에 톡톡히 해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사람이면 누구나 가지는 보통의 마음, 인지상정(人之常情)일지도 모릅니다.

게시판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민심은 천심이고 불심입니다.
 게시판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 민심은 천심이고 불심입니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그런 생각, 한방에 감투 값을 톡톡히 해보이고 싶다는 생각에서 감투를 쓴 지 며칠 되지 않아 정치인들을 만났을 지도 모릅니다. 인지상정에 끌려 명진 스님에게 좌파라는 말을 거침없이 붙이는 정치적 수모까지 감내한 것이라면, 문화재 관리나 보호에 필요한 재정이나 여건은 충분하게 넉넉해 졌나 모르겠습니다.

고승들이 걸망 하나 짊어지고 발에 물집이 잡히도록 발품을 팔며 하였을 탁발도 요즘은 시류와 세태에 따라 통 크게 집권여당의 고위 인사들을 만나는 것으로 한 방에 해결하는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인기리에 방영되는 어느 드라마에서 보니 효시(梟示)를 눈 앞에 둔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백정이 망나니에게 뇌물을 건네는 장면이 나오는 것을 보며 참 더러운 세상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출가수행자가 정치적 수모까지 감내해야 하는 더러운 세상이 된 것은 아닌가가 걱정됩니다.

상수=허수 그리고 쌍담
 상수=허수 그리고 쌍담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봉은사는 며인스님과 신두들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이 도량이 탐나시면 총무원도 만들어 보세요. 원장스님 이하 부장스님들도 함께요.
 봉은사는 며인스님과 신두들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이 도량이 탐나시면 총무원도 만들어 보세요. 원장스님 이하 부장스님들도 함께요.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대한민국은 MB의 나라가 아니다.
 대한민국은 MB의 나라가 아니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수많은 불자들이 귀의하여야 할 삼보 중 승보, 우리나라 불교의 대표적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의 최고 실권자인 총무원장 스님의 법명이 '자승자박'이라는 말로 회자되거나 희롱당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종단업무를 위해 무시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만나야 하는 총무원장 스님의 입장을 짐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껏 침묵만하고 있는 것은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런 말을 들었는지 듣지 않았는지, 들었다면 외압으로 느껴질 만큼 부담스러웠는지, 아니면 농담이나 지나가던 개가 짖는 멍멍 소리쯤으로 들었거나 똥물이라도 튀긴 듯 한 기분이었는지 정도는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입니다. 보태지도 빼지도 말고 있었던 그대로를 말씀하시는 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출발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법대로만 하시면 될 것입니다. 잘 잘못을 가름하는 세속에서의 법이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인 불법에 따라 판단하시고 행동하시면 그것이 지혜이고 그것이 만법귀일로 통하는 도(진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문제를 푸는 지혜, 처음처럼...

어느 스님께서 대개의 출가수행자들이 출가를 결심하며 부모의 뜻을 거슬러야 했던 사실을 빗대어 우스갯소리로 '이 서 말은 몰고 다닐 수 있어도 중 30명은 함께 다니기가 힘들다'는 말을 들려주시며, 사람 집단에서 중처럼 고집 세고 개성인 강한 집단이 없다는 말씀을 들려주셨었습니다.

자승스님 너무 미워요.
 자승스님 너무 미워요.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안상수는 정계를 은퇴하고 자승은 불교계를 떠나시요!
 안상수는 정계를 은퇴하고 자승은 불교계를 떠나시요!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안상수 지구를 떠나라
 안상수 지구를 떠나라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부모의 말씀을 거스르고, 이 서 말보다도 함께하기가 더 어렵다고 회자 될 만큼 간절하고 절실하였던 초심, 삿되지 않은 간절한 마음으로 '처음처럼'으로 돌아가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부처님의 가피가 있어서라도 원만히 해결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좌파'를 상수랍시고 띄웠다 결과적으로는 상수가 아니고 하수가 되었습니다. 혹자는 자승자박이니 결자해지를 주문했습니다. 처음처럼으로 돌아가 결자해지를 실천하는 것이야 말로 원융화합의 단초이며 자승(自勝)의 지혜가 될 것입니다.

자승스님은 우리 신도들에게 부끄러운 일을 하였습니다.
 자승스님은 우리 신도들에게 부끄러운 일을 하였습니다.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명진스님 인동초
 명진스님 인동초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앞으로라도 피치 못 할 사정으로 그런 부류의 사람들을 꼭 만나야 할 사정이 있으면 죽비든 장군죽비가 됐든 하나쯤은 꼭 챙겨가지고 나가십시오. 쓴 소리야 달게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행여 그 자리에서 농담일지라도 출가 수행자를 욕보이거나 종교집단을 조롱하는 듯한 말이 나오면  삭발을 하듯 삭둑 자르고, 사자후를 외치듯 한 방을 후려치십시오. 그렇게 한다면 지금과 같은 질곡은 없을 겁니다.

천심 같은 민심, 게시판에 써진 불심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말씀들 많이 듣고 계시겠지만 봉은사 게시판에 자필로 남겨 놓은 많은 사람들의 심정을 올리는 것으로 봉은사에서 느낀 소감을 대신 합니다.

문제를 일으킨 분들에게 속 차리라고 권해드리고 싶은 냉수가 흘러 넘치는 수각
 문제를 일으킨 분들에게 속 차리라고 권해드리고 싶은 냉수가 흘러 넘치는 수각
ⓒ 임윤수

관련사진보기


민심이 천심이라고 했으니 민심을 불심이라고 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닐 듯합니다. 청정한 도량에서 독경소리와 함께 번뇌 망상을 깨트리는 울림으로 들려야 할 목탁소리가 세태의 목소리로 변질 돼 너무 크게 울리니, 절로 미간이 찌푸려지지만 이심전심으로 염화미소를 지을 수 있는 날도 있을 거라 기대하렵니다.

구업이 되거나 글 빚을 지게 되었으니 가까운 절이라도 찾아 108배라도 올리며 참회를 하겠습니다.    


태그:#봉은사, #명진스님, #자승스님, #안상수, #좌파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