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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겨울다운 겨울을 보냈는데 3월 들어서도 아직 겨울이 미적거렸습니다. 가기 싫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가기 싫어도 따뜻한 남쪽에서 올라오는 봄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개나리도 피고, 목련도 피었습니다. 바깥에 봄꽃이 피었다면 이맘때 집에서는 겨우내 묻었던 때를 벗겨내는 밤맞이 청소를 합니다.

오늘 우리집도 겨우내 우리 가족을 따뜻하게 덮어주었던 이불을 내다 빨았습니다. 아내는 무엇이든 척척입니다. 처음에는 아내가 이불잇을 빨았는데 여간 힘들어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원래 이불빨래는 어느 집이든지 남편 몫입니다. 결국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거들어주기로 했습니다.

손으로 이불잇을 빨고 있는데 아내는 이불은 손이 아니라 발로 밟아 빠는 것이라고 타박을 줍니다.
 손으로 이불잇을 빨고 있는데 아내는 이불은 손이 아니라 발로 밟아 빠는 것이라고 타박을 줍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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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면 내가 해줄게요."
"힘들면이 아니라 보면 몰라요. 이불빨래를 여자가 하는 집이 어디 있어요. 다들 남자가 빨지."
"알았어요. 이불빨래를 한 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많이 빨아 주었잖아요. 그리고 요즘은 이불잇만 빨면 되니까 그렇게 힘든 것도 아니잖아요. 옛날 이불빨래와는 차원이 달라요."
"좀 도와주면서 할 말 하세요. 이불잇이라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예요. 그리고 겨우내 덮었던 것이라 많이 더러워졌기 때문에 발로 밟아야 때가 잘 빠져요. 손으로 빨면 안 돼요. 손으로 이불빨래를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예, 알겠습니다. 나도 옛날 자취할 때 이불빨래 많이 해 봤습니다."

자취할 때 이불 많이 빨았습니다. 그때는 요즘보다 이불이 더 무거웠습니다. 집이 산 중턱에 있어 수돗물이 잘 나오지 않아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는지 모릅니다. 그래도 지금은 물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이불잇도 가볍습니다. 이불잇을 발로 밟으면서 빨았는데 땟물이 많이 나왔습니다. 겨우내 덮었는데 더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불잇을 발로 밟으면서 빨고 있습니다.
 이불잇을 발로 밟으면서 빨고 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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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더럽다, 더러워. 이런 이불잇을 우리가 덮고 잤다니. 믿기지 않는다."
"이 이불은 당신과 체헌이가 덮고 잤잖아요. 나는 덮지 않았어요. 좋은 이불이라고 당신하고 그 잘난 체헌이하고만 덮었어요."
"그런가. 그럼 막둥이도 빨아야지. 김막둥! 이불 빨래 해야지."
"컴퓨터에 빠져 있는 막둥이가 지금 이불빨래 하겠어요. 그냥 밟으세요. 밟아."
"야, 깨끗하다. 누가 빨았는지 모르겠네. 누구 솜씨지. 이렇게 깨끗한 이불잇은 처음이다. 완전히 새로 산 이불잇이다."
"그래요. 새로 산 이불잇이네요."
"어머니가 해주신 이불인데. 이거 진짜 목화 솜이불예요. 요즘 이런 이불 살 수 없어요."
"잘 알고 있습니다. 요즘 목화 솜이불을 시중에서 살 수 없지요. 그래 당신은 어머니 잘 만나 목화 솜이불 덮고 자네요. 막둥이하고 같이 자니까 좋아요."

목화 솜이불을 덮고 자면 정말 좋습니다. 우리 집은 바깥바람이 심한 집이라 굉장히 춥습니다. 그런데 목화 솜이불을 덮고 자면 시중에서 산 어떤 이불보다 따뜻합니다. 막둥이 녀석이 아빠와 같이 자겠다고 해서 항상 아내가 섭섭합니다. 막둥이에게 갈 타박이 목화 솜이불에게 갔습니다. 이불잇을 다 빨고 건조대에 널었습니다. 그런데 이불잇 하나 널지 못한다고 아내가 타박을 줍니다. 건조대 받침대가 그만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결국 아내가 이불잇을 정리했습니다.

이불잇을 다 빨고 건조대에 널었습니다.
 이불잇을 다 빨고 건조대에 널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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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못한 아내가 다시 이불잇을 건조대 위에 널었습니다.
 보다 못한 아내가 다시 이불잇을 건조대 위에 널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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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불잇 하나 널지 못해요."
"건조대 받침대가 그만 떨어졌네."
"새로 산 이불잇이라고 자랑하더니 때가 다 묻었어요. 다시 빨아야 하겠어요."
"그것은 심했다. 흙바닥도 아니고 우리 집 안인데. 빨래보다 이불잇 널기가 더 힘들다. 힘들어."

"그래도 수고했어요."
"앞으로는 모든 이불빨래 내 발로 다 빨겠어요. 부탁만 하세요."
"고마워요."

깨끗한 이불잇을 보니 마음도 깨끗해집니다. 남편들이여, 아내가 이불빨래 하면 모든 것을 그만 두고 발로 밟아 겨우내 묻은 때를 말끔히 씻어내세요. 그럼 아내에게 사랑도 받고, 마음도 깨끗해집니다.

▲ 이불잇 빨래 이불잇을 발로 밟고, 건조대에 널었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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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불잇, #이불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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