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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부산 범어사 휴휴정사에서 열린 제9차 대한불교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협의회는 봉은사 명진 스님에게 일련의 언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봉은사 신도회는 본연의 역할에 따라 종단의 방침과 종무집행에 적극 협조할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종헌종법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이루어진 중앙종회의 봉은사 직영 지정 승인 결정은 존중되어야 한다"며 "지극히 종단 내적인 필요와 의지에 의해 이루어진 종교적 행위를 근거 없이 왜곡 과장하여 정치적 소재로 삼거나 선정적으로 기사화하는 일부 정치인과 언론은 그 행위를 중단하기 바란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지당한 촉구며 당연한 주장입니다. 조계종에 승적을 둔 스님이니 당연히 종헌 종법에 따라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계정혜의 한축인 계가 서고, 종단이 운영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봉은사 사태의 건에서는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유력무종, 무력유종?

 

이 풍진 세상과 세태를 조롱하는 촌철살인 같은 말 한마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과 비슷한 일이 봉은사 사태 목전직하에서 벌어졌다는 것을 인정하셔야 할 것입니다.

 

조계종은 애초의 계획에서는 도선사도 직영사찰로 전환하려다 청담 스님 문도회의 반대로 도선사는 쏙 빼놓고 봉은사만 직영사찰로 전환하는 것을 가결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것도 분과위원회에서 부결된 것을 총무원장 스님의 직권상정으로 말입니다.

 

온갖 속인들이 우글거리며 사는 세속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조롱받고 있듯이 출가수행자의 집단인 조계종단에서는 '유력무종(有力無從, 힘이 있으면 총무원에 따르지 않아도 되고), 무력유종(無力有從, 힘이 없으면 총무원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이 통하는 곳인가요? 

 

도선사 청담 스님의 문도나 신도회는 힘이 있으니 어쩌지 못하고 봉은사 신도회는 힘이 없으니 그까짓 여론이나 의사쯤 무시해도 된다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쯤 되면 봉은사 신도들이 무시 당하고 있다고 생각해 오기를 내도 탓할 수가 없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종헌, 종법은 오롯하게 지켜지고, 모두가 따라야 하지만 무원칙, 불평등해 보이는 현실부터가 먼저 불편부당하게 시정되거나 해결되어야 종헌 종법이 가지는 영(令)이 제대로 설 수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사태의 본질부터 발본색원 해야

 

제기되는 문제의 한쪽 당사자인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쏙 빠지고 종단 스님들끼리만 자중지란에 빠졌다고 걱정하는 소리가 많습니다. 누군가가 말했던 '집안싸움을 하다가도 외침이 있으면 싸움을 그치고 힘을 합해 먼저 적을 물리쳐야 한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출가 수행자인 스님들께서 같은 출가 수행자인 명진 스님을 이해하고 보호하지 않으면 누가 구도자의 고뇌를 이해하고 보호하겠습니까? 역지사지라고 했듯이 우선은 명진 스님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승속의 질서와 세계를 조롱하듯이 좌파니 운동권이니 하는 말과 함께 인사를 언사하였다는 승가 공공의 적을 먼저 응징하거나 질책하기 위한 혜안의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제를 장군 죽비로 후려치듯이 자비의 가르침으로 후려치거나 사자후 같은 불호령으로 정교분리의 벽을 넘나드는 방자함을 깨치십시오.

 

그리고 나서 봐도 사형사제이거나 도반일 수도 있는 명진 스님의 언행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때 허물을 탓하거나 참회의 길을 안내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됩니다.

 

병든 병아리 쪼듯하면 누군가가 또 당할 수도

 

사태의 전모가 명명백백하게 밝혀지지 않고 유야무야 넘어가거나, 병든 병아리를 쪼아대는 닭의 무리처럼 궁지에 몰린 명진 스님에게만 책임을 묻는다면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또다시 찍히거나 쪼이게 될 것입니다.

 

구도자의 세계를 능멸하거나 조롱하고 싶은, 정교의 구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오만방자한 누군가가 경계의 벽을 넘나들며 기회만 되면 또 찍으려고 할 것입니다. 그렇게 찍혔을 때 봉은사의 명진 스님처럼 결기있게 항거하지 못하면 그때는 정말 억울한 일을 당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인연과 인과를 말하며 인은 보지 않고 과만을 탓하거나 논하는 것은 유력무종, 무력유종이 횡행하는 현실을 인정하며 종헌이나 종법을 지키라고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허망하게 들릴 뿐입니다.


태그:#봉은사, #명진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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