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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31일 오전 10시 50분]

 

쌀쌀했던 3월. 검찰은 한명숙 전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공판을 앞두고 법리에 따른 정당한 대결을 약속했지만 막상 국민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진실게임과 도덕성 논란이었다.

 

검찰, '한명숙 흠집내기'로 전환?

 

검찰은 권오성 부장검사와 노만석, 이태관 검사, 그리고 뒤늦게 합류한 조재연 부부장검사까지 동원하며 이번 공판에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의 역량을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검찰 최정예 인력이 보여준 수사 수준과 성과는 실망스러웠다.

 

골프, 인사청탁, 불법자금 사용처, 알리바이.

 

검찰이 꺼낸 이 네 장의 카드는 어느 하나 유효하지 못했다.

 

한 전 총리의 아들이 다니고 있는 대학인 '벙커힐' 대학을 '버클리' 대학으로 바꿔 부르고, 차량에 가려진 쇼윈도를 발견하지 못하는 등 검찰은 연거푸 어처구니없는 헛스윙을 하며 "허점투성이 수사"라는 오명을 샀다. 인사 청탁의 근거도 5만 달러의 사용처도 재판 막바지까지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검찰 측은 지난 9차 공판에서 제주도 골프빌리지 직원 4명에 대한 추가증인 신청을 재판부에 제출했으나 "공소된 사실을 입증하는 데 무관한 증인 신청이다, 진술조서가 이미 나와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내용이 나올 것이라는 추측만으로는 추가증인신청에 동의할 수 없다"는 변호인 측의 반박에 의해 무산되고 말았다.

 

또 지난 10차 공판에서도 검찰 측은 재판부를 통해 변호인 측이 확보하고 있는 녹음자료와 녹취록을 제공할 것을 요구했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해당하는 취약한 근거 조항으로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변호인 측의 주장을 반박하지 못했다.

 

총리공관 오찬 당시를 재현해 한 전 총리가 곽영욱 전 사장으로부터 불법자금을 건네받았을 알리바이를 확보하려던 검찰의 시도도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검찰은 추가증인신청을 강력히 주장한 끝에 지난 10차 공판에서 2명의 경호원을 증인석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들였던 노력에 비해 성과는 거의 없었다. 공소장에 나와있는 총리공관의 정황을 결국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것이다.

 

또 검찰이 앞선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섰던 윤아무개 경호원에 대해 심야수사를 벌이고 위증 혐의로 그를 기소하겠다고 밝힌 것은 공판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는다는 초조함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오는 31일에 열리는 피고인 신문에서 검찰이 극적인 반전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재판은 한명숙 측에 유리한 판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가운데 검찰이 피고인 신문에서 공소사실 입증보다 '한명숙 흠집내기'에 치중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번 재판이 지방선거로 이어지는 여야의 주도권 다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상 아직 해명되지 않은 한 전 총리의 '골프 문제'가 집중적으로 추궁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법리와 정쟁의 이중 싸움, '골프 카드' 방어가 관건

 

법리와 정쟁, 이중의 싸움을 벌여야 하는 변호인들은 검찰의 공세에 매순간 신중해야 했다. 공판의 승리를 넘어 6월 지방선거까지 내다봐야 하는 상황에서 검찰의 의도적인 '흠집내기'는 뼈 아픈 타격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악전고투 끝에 검찰이 내놓은 혐의의 요소들을 대부분 빠져나온 상태다.

 

하지만 시종 밝은 표정을 유지하며 승리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줬던 한 전 총리 측 진영도 검찰이 내놓은 '골프 카드'에 있어서만큼은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24일 8차 공판에서 검찰 측은 재판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제주도 골프빌리지 방문 사실을 추가 증거를 제출한 뒤, 그 취지를 구두로 설명했다. 공개재판이라는 특성상 재판에 불필요한 신상 정보가 언론에 유출되는 것은 부적절했지만 여론을 가져오려는 검찰 측의 노림수였다는 분석이다.

 

이는 '검찰이 히든카드를 내놓고 한 전 총리의 제주도 골프빌리지 방문 사실을 밝혔다'는 내용으로 여러 언론에 크게 보도됐고 한 전 총리 측은 도덕성에 타격을 입게 됐다.

 

골프장 방문 건이 공소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입증과는 무관하지만 곽 전 사장과 한 전 총리의 친분관계를 입증하는 간접적인 증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 사안이 피고인 신문에서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한명숙 공동대책위원회는 "(한 전 총리는) 제주도에서 자서전을 집필했을 뿐 라운딩에 나서지 않았다, 친인척이 도는 라운딩에 산책삼아 함께 따라나섰을 뿐"이라고 반박했지만 이 같은 주장이 법정에서도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변호인 측은 재판의 승리와 '한 전 총리의 도덕성 지키기'라는 두가지 숙제를 가지고 남은 공판에 나서게 됐다.


#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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