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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 한 초등학교가 '쉬는시간 5분제'관련, 찬성의견을 강요하는 듯한 설문조사 가정통신문을 보내 이 학교 일부 학부모들이 "협박성 설문"이라면서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교육청이 31일 진상조사에 나서기로 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다.

 

학년 반 표시한 뒤, 반대자만 의견 적어라

 

서울증산초 1~6학년 학부모 1500여 명은 지난 24일 이 학교 교장 명의로 된 A4 용지 한 장 분량의 가정통신문을 받았다. 제목은 '쉬는 시간 운영에 대한 설문'. 이 학교가 이런 설문에 나선 이유는 지난 3월 중순, 서울 서부교육청에 이 학교 한 학부모가 '쉬는시간 5분제가 부당하다'는 인터넷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쉬는 시간 5분제' 찬반을 묻는 이 가정통신문에서 "학부모님 모두가 '쉬는 시간 5분제'를 찬성하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단정하는 내용을 적은 뒤, 바로 아래에 찬반을 표시하도록 했다. 또한 자녀의 학년과 반을 표시하게 하고 반대 의견일 경우에만 그 이유까지 적도록 했다.

 

'쉬는 시간 5분제'는 수업과 수업 사이 10분 휴식 시간을 갖는 대부분의 학교와 달리 쉬는 시간을 절반만 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가정통신문은 "쉬는 시간을 5분으로 해도 교육과정 운영에 전혀 지장이 없다"면서 그 이유를 4가지로 정리했다. ▲수업지도에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다 ▲안전사고 예방에 훨씬 좋다 ▲수업시간이 빨리 끝나 선택의 폭이 넓다 ▲교사 90% 이상이 찬성한다. 반면, 학교는 반대 근거는 한 줄도 소개하지 않았다.

 

이 같은 가정통신문을 받은 조아무개 학부모는 "학부모들이 '학부모를 허수아비로 만드는 설문조사'라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서울시교육청에 항의전화를 걸었다고 밝혔다.

 

이 학교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조아무개씨는 30일 기자와 한 전화통화에서 "찬성을 강요하는 것이 뻔한 협박성 설문조사에 엄마들이 분하고 어이없어 했다"면서 "찬성 내용만 잔뜩 써놓고 반대한 사람만 그 이유를 적도록 해놓으니 누가 반대할 수 있겠느냐"고 하소연했다.

 

이 학교 한 교사도 "학교가 이런 수준 이하의 설문지를 가정통신문으로 보내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면서 "학년과 반을 먼저 적고 찬반을 적으라고 하면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피해가 갈까봐 당연히 찬성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설문조사에 대한 학부모 찬성률은 87%였다.

 

학교장 "1학년 학부모 설명 위한 것, 협박 의도 전혀 없어"

 

이에 대해 이 학교 김아무개 교장은 "사정을 모르는 1학년 학부모에게 쉬는 시간 5분제에 대해 알려드리려고 하다 보니 찬성 의견 위주로 설명하게 된 것"이라면서 "찬성을 강요하거나 협박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우리 학교는 학업성취도평가도 꽤 잘 나오고, 많은 교사가 연구대회에서 1등급을 받는 등 차분히 연구하는 풍토를 갖고 있다"면서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에도 운동장에서 노는 아이들이 많지 않은 것도 이런 분위기를 따라 배운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부교육청은 논란이 일자 담당 장학사를 이 학교에 보내 31일 실태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태그:#서울시교육청, #서울증산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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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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