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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약 3000주 가량의 철쭉을 꺾꽂이하여 애지중지 키웠는데 노지에 옮기는 과정에서 3분의 1쯤 손실을 입었고, 다시 남은 철쭉의 3분의 1은 뿌리를 감싸고 자란 풀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조금 더 키워 옮겨야 했는데 1년 만에 너무 어린 묘목을 옮긴 것이 탈이었다.

 

묘목을 옮길 곳에 미리 제초제를 뿌리라는 충고가 있었으나 차마 땅을 죽이는 짓을 할 수 없었다. 자주 김매기를 하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여름철 김매는 일은 숨을 돌릴 여유를 주지 않았다. 악착스레 철쭉 뿌리를 감고 나오는 풀을 보면서 생계형 꺾꽂이가 아니었음을 다행으로 여기는 수밖에 없었다. 노력에 비해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뿐 아니라 비용 면에서도 묘목을 사다 심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들어 앞으로 정원 조경용으로 꺾꽂이는 하지 않을 작정이다.

 

그래도 철쭉은 어느 정도만 자라면 추위에도 강하고 거름을 많이 주지 않아도 되는 생명력이 강한 나무다. 아마 다년생 꽃나무로 봄철의 화려함을 더하는 꽃은 철쭉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철쭉의 종류는 200여 종이 넘는다고 한다. 인위적으로 개량한 덕분이다. 종류에 따라 고려 영산홍이나 진달래처럼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이 피는 것이 있는가 하면 잎과 함께 꽃을 내는 경우도 많지만 꽃의 우열을 가리기는 힘들다고 본다. 개인의 취향과 기호에 따라 더 좋아하는 꽃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숙지원에는 봄엔 꽃을 보고 가을에는 꽃처럼 단풍이 드는 종류와 겨울에도 잎이 지지 않는 흰색철쭉이 많은 편이다. 지금 철쭉은 꽃망울을 터뜨릴 날만 기다리고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눈요깃감이 될 것 같다.

 

작년에는, 3년생 육송 묘목을 100주나 덜컥 들여놨다. 99% 생존율을 보여 흐뭇했는데 문제는 그 많은 나무를 어디에 심느냐 하는 것이다. 더구나 1년을 자란 소나무는 덩치가 커져 서로 몸이 닿을 정도가 되었으니 솎아서 옮겨 주어야하는데 숙지원의 면적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숙지원의 북쪽에 열 그루를 옮겨 심고, 장차 대문을 낼 입구에도 열 댓 주를 심었는데 더 심을 수 있는 자리가 보이지 않는다.

 

 

 

아는 업자에게 팔아달라고 했더니 경기가 나빠 자기 소나무도 팔리지 않는다고 했다. 점점 덩치는 커지고 뿌리는 깊어지는데 보고 있으면 걱정이 앞서지만 그렇다고 손수레에 싣고 이 장 저 장으로 돌아다니며 판매에 나설 수 없는 일이다. 당장에 캐내지 않아도 괜찮겠지만 덩치가 커가는 나무를 보면, 좋기도 하지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아직은 잘 다듬으면서 주인을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나무가 자라고 꽃을 보는 일은 인내심을 갖아야 가능하다. 관심이랍시고, 계절을 넘어 꽃 피우기를 강제하고 나무의 키를 뽑을 수 없는 일이다. 때문에 나무를 꺾꽂이하고 또 심고 가꾸는 일은 취미가 없으면 못할 일이다. 제 때 거름을 주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특히 정원에 심은 나무는 적당한 크기조절과 수형을 잡아 주는 일이 중요한데 키우는 수량이 많다면 적잖은 시간과 품이 드는 일이다. 그래도 잘못하는 날이면 나무에 깊은 상처를 줄 수 있고 자칫 죽일 수 있다는 점에서 섬세한 배려를 필요하다고 본다.

 

기후와 토양에 맞는 나무를 골라 마음대로 자라게 하는 것이 기본일 것이다. 그러나 정원의 나무는 사람의 손이 가지 않으면 금방 거칠어지고 병에 걸리기도 한다. 또 나무들끼리 세 싸움에 약한 나무는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래서 자연의 원리를 살리면서, 시각적인 만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정원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키우는 일이 나를 다스리는 고행이라는 생각도 한다.

 

 

토요일(27일)과 일요일, 오후 반나절씩 나무를 옮기고 오일장에서 수형이 괜찮은 철쭉과 넝쿨장미를 사다가 심었다. 숙지원에 개나리와 매화가 한창이고 오가는 길가에 심어진 철쭉도 겨울을 털고 일어서기 시작하는데 계속 답답하고 안타까운 소식만 들린다.

 

나라를 지키는 군함이 두 조각이 나고 40여명의 젊은이들이 실종되었다는데 그 원인조차 모른다니 자식을 국가에 맡겼다가 변을 당한 가족들의 심정은 어떠할 것인가. 아직도 아들 하나가 복무중인 터라 마음이 더 좋지 않은 줄 모른다. 

 

자신들과 생각이 다르다하여 종교계까지 좌경으로 몰아세우던 여당의 대표는 엄청난 사건의 그늘에서 안도의 숨을 쉬고 있을 것 같아 그 점도 마음에 걸린다. 듣자니 여당의 대표는 병역 미필자라고 하던데 그는 이번 천안함 사건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날씨마저 우중충한 봄날이다. 이래저래 이 나라 국민으로 살기 어렵다는 생각만 든다. 꽃처럼 환한 소식을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한겨레 필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나무심기, #소나무, #철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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