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본기 힐스를 불바다로" 라는 전단지가 일본의 번화가인 롯본기 힐스에 뿌려진다. 때는 크리스마스. 남의 생일을 즐기는 사람들보다 그들의 즐거움을 이용해 판치는 상업주의가 보기 싫은 마츠모토 하지메와 그의 친구들은 롯본기 힐스를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으름장을 놓는다. 몰려든 수백 명의 경찰. 흥청망청한 시내의 분위기는 차갑게 식고 만다. 그래서 롯본기 힐스를 불바다로 만들었느냐고? 그들은 태연하게 한복판에서 냄비를 걸고 찌개를 끓인다. 상업주의가 판치는 크리스마스를 망치려던 그들의 엉뚱함은 보기 좋게 성공한다.
지난해 한국에 <가난뱅이의 역습>이라는 책과, <아마추어의 반란>이라는 영화로 소개된 고엔지 거리의 청춘들의 이야기는 한국 운동사회에서도 큰 이슈가 되었다. 기존의 운동세대들이 보기엔 철없이 보이기만한 그들의 액션은 꽤나 즐겁고 유쾌하다.
<아마추어의 반란>은 고엔지(高円寺)의 기타나카(北中)대로를 중심으로 생겨난 재활용샵, 헌옷가게, 식당 ,카페, 등의 이름이다, 아마추어의 반란 1호점, 2호점 등의 이름으로 생겨난 가게들은 최근 12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고엔지 지하철 역의 작은 뒷골목 가게들은 임대료가 싼 덕분에 일본의 88만원 세대의 청춘들이 모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한 거리에 모여 살아가는 그들은 단속한 자전거를 돌려달라고 시위하고, 집값을 올리지 말라고 시위하고, 학생식당의 밥값을 올리지 말라고 시위하고, 최근에는 고엔지 역 앞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도록 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도대체 뭘 하는거야? 라고 묻는 당신이라면 허리띠를 풀고 넥타이를 풀고 가방을 내려놓고 방바닥에서 뒹굴며 그들을 만나라고 하고 싶다. 좀 웃으면서 편안하게 말이다.
신분의 사다리를 한 계단을 오르고 나면 그 밑에 또 생겨나는 사람들이 있다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가정부 세경의 마지막 명대사.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지만 가난뱅이들의 내일은 그렇게 유쾌하지도, 낙관적이지도 않다. 이제 절망밖에 남지 않는다는 어느 88만원 세대들의 한숨을 뒤로 하고 견고한 자본주의 사회의 신분 사다리를 거부하고 우리들만의 사다리를 만들어야 겠다는 결심이 선다면 당신도 가난뱅이들의 역습에 동참하자. 제대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성실함이 지상최대의 과제인냥 여기는 사회에서 몸부림쳐보자.
마츠모토 하지메는 영화 <아마추어 반란>에서 사람들에게 이렇게 이야기 한다.
"데모를 하자는 데모를 하고 싶어"
마츠모토 하지메는 책 <가난뱅이의 역습>을 통해 이렇게 이야기 한다
"'사회를 위해 고생이 되더라도 노력한다 -> 세상이 나아진다 -> 떡고물을 얻어 먹는다'는 건 부자들이 듣기 좋으라고 내뱉는 말이지. 이렇게 하면 우수한 노예가 될 뿐이야. 거짓부렁! 뻥이야! 그만두는게 좋다고. 고생은 고생대로 다 하고 나중에는 새 발의 피 같은 돈 부스러기나 얻어 쓸 수 있을 뿐이니까. 그에 비해 '하고 싶은 일은 한다 -> 좀 곤란한 일에 부딪힌다 -> 몸부림 친다 -> 어떻게든 된다(무슨 수든 쓴다)'는 생각을 해봐. 이게 세상을 살아가는 일방적인 방식 아냐? 이거야말로 얼마나 인간답고 즐거우냔 말이야."
부정하고 싶겠지만 우리 중 대부분은 평생을 바쳐 노동을 하면서도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가난뱅이가 아니던가.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면 승리하는가? 아니, 또 다른 계단 앞에서 오를 힘이 남아있는지, 아니 더 밑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하는 삶이 아니던가? 열심히 하루하루를 사는데도 더 이상 나아지지 않는 삶에서 잘못은 우리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벗어날 수 없는 굴레를 가진 사회에 있는 것이 아닐까?
이제 우리는 절박한 반란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쳇바퀴 굴러가듯 굴러가는 랠리에서 벗어나자. 그 숨막히는 경쟁에서 발을 빼 나의 일상의 즐거움과 타인의 삶에 적극적으로 연대하는 유쾌함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자.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는 가능하면 다 살려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