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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과 지독한 황사, 봄비가 번갈아 변덕을 부린 지난 3월. 올해로 마지막일 고추모농사를 시작했습니다.
 
못자리 모판에 뿌려놓은 어린 고추모를 다시 트레이포트에 흙을 담아 일일이 옮겨심기를 일주일. 사람을 사기도 어려워 나이든 부모님과 셋이서 점심을 라면밥으로 해결하며 일을 마쳤습니다.

 

윗밭에 서 경운기로 고추모를 심어놓은 모판을 아랫밭으로 옮겨오는 것을 시작으로. 여린 고추모를 모판에서 조심스레 뜯어내 뿌리의 흙을 살살 털어내고, 매마른 트레이포트에 물뿌리개로 살짝 물을 주어 검지손가락 굵기만큼 구멍을 내, 그 속에 모를 일일이 옮겨심는 일은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농부의 아들이라 그런지 요령이 생기면서 점점 속도도 빨라지고 생각보다 일찍 일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일주일 내내 하루종일 덥고 추운 비닐하우스에서 고추모를 옮겨 심어야 했습니다. 날이 잔뜩 찌푸리고 큰 눈이 오나 황사가 불어오나 손길을 멈출 순 없었습니다.

 

 

그렇게 세식구가 공들여 심은 고추모를 이젠 아침 점심 저녁으로 돌보고 있습니다. 여린 고추모가 뿌리를 내리기 전까지가 고비인데, 비닐하우스 안이 뜨거워도 안되고 너무 추워서도 안되기에 차광막과 치마, 거적을 열고 덮기를 수없이 해왔습니다.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그만 말라버린 고추모는 다시 찾아내 일일이 옮겨심었습니다.

 

 

그 정성 덕분인지 다행히 작년과 달리 고추모는 잘 자라줬고, 지금은 아침 저녁으로 거적을 열고 덮어주고 매마른 포트에는 시원하게 물을 뿌려주고 있습니다. 새끼손가락 만하던 고추모는 그새 손바닥 만큼 훌쩍 자랐고, 따듯한 비닐하우스에서 쑥쑥 커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3월 한달간 힘겹게 땀흘리며 키워온, 오랜만에 밥값을 할 수 있었던 우리집 고추모 농사를 틈틈이 휴대폰 카메라에 담아봤습니다. 마지막 고추모 농사를 기억하기 위해.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농사, #고추모, #봄, #비닐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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