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우리의 동심을 울리고 웃겼던 베스트셀러 만화들이 속속 부활했다.
3월 30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고전만화 복간작 3편을 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복간작들은 모두 3권. 진흥원의 한국만화걸작선 시리즈의 일환으로, 김종래의 <엄마 찾아 삼만리>, 윤승운의 <요철 발명왕>, 김삼의 <우주에서 온 소년 007> 등이다.
복간작 가운데 먼저, <엄마 찾아 삼만리>는 명실공히 우리 만화 최초의 베스트셀러로 등극했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자랑했던 작품. 당시 극화의 선구적 작품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 만화는 우리 만화의 개척자이자 시대극화의 거장으로 알려진 김종래 작가의 작품이다.
술과 노름으로 방탕한 생활을 하는 아버지로 인해 팔려간 엄마를 찾아 전국을 떠도는 아들 금준이의 눈물겹고도 감동적인 이야기다. 출간 당시 전쟁으로 인해 가족과 생이별을 해야 했던 사람들이 많았던 만큼 더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1958년 탄생해 10여 차례 재판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번에 복간된 작품은 바로 이 1958년 초판본으로, 진흥원은 원작을 훼손시키지 않는 한도 내에서 유실된 부분을 디지털로 정밀 보정하고 재편집하여 가독성을 높였으며, 달라진 맞춤법 등도 손보았다. 내레이션이 많은 초기 극화 만화의 전형을 맛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75년 어린이 잡지 <어깨동무>의 별책부록으로 나와 많은 사랑을 받았던 <요철 발명왕>은 '발명'을 소재로 말썽꾸러기 아들과 아버지가 매일같이 벌이는 전쟁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가 한창 경제개발 정책에 발동을 걸던 35년 전의 풍경 속에서 단독주택 지하에 비밀 연구소를 만들어 황당한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요철이와 조수 맹물이, 그리고 요철이네 아버지가 주인공이다.
<맹꽁이 서당>으로 유명한 윤승운 작가의 작품. 윤 작가는 신문수, 이정문 박수동 등과 함께 1970~80년대 명랑만화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번 복간본에서는 특히 1980년대 클로버문고판이 나오면서 검열을 피하기 위해 수정된 부분을 원본 그대로 구현해내고자 했다. 클로버문고판에서 삭제되었던 과장된 신체 및 행동 표현을 비롯해 효과음, 어른에게 버릇없는 태도 등이 그대로 되살아나 원본의 재미를 그대로 느껴볼 수 있다.
마지막 복간작은 <우주에서 온 소년 007>이다. 1965년도부터 15년간 연재된 '소년 007' 시리즈로, 1967년도부터는 당시 인기잡지 <새소년>에도 연재된 바 있다.
만삭의 몸으로 왕위에서 쫓겨난 지구 밖의 별 올리브 성의 여왕이 지구에서 알을 낳고, 알에서 나온 남매 역시 쫓기는 몸이 된다. 이들을 돕는 소년 007이 지구와 올리브별을 오가며 펼치는 액션과 모험이 가득 담겨 있다.
<검둥이 강가딘>, <칠삭동이>으로 유명한 김삼 작가의 작품으로, 당시로서는 매우 드물게 만화 이후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번 복간은 작가의 친필원고가 유실되어 1980년대 클로버문고판을 원본으로 삼아 진행됐다.
클로버문고판 만화를 정리한 책 <클로버문고의 향수>에서 <007 우주에서 온 소년>편을 집필한 허인욱씨는 "문화시설이 부족하던 어린 시절 우리에게 상상의 나래를 펴게 도와주던 것이 만화이고, 이 작품은 이러한 만화들 중에 최고로 빛나던 작품 중의 하나"라면서 "스스로를 비슷한 또래의 소년007과 동일시하면서 소년007이 처한 상황에 몰입해 일희일비하던 시절이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