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번더 플로어'  볼룸댄스의 화려한 세계-라틴댄스
'번더 플로어' 볼룸댄스의 화려한 세계-라틴댄스 ⓒ 서울예술기획

S#1 서울에 딴스홀을 허락하라

1937년 레코드 회사 문예부장과 영화배우 오도실, 기생 박금도 등 8명은 조선 총독부에 '딴스홀'을 허락해달라는 청원을 낸다. '서울에 딴스홀을 허(許)하라'라는 당시 유행하던 양춤을 식민지에서 금지했던 조치에 대한 항의였다. 식민지 치하에서 수입된 스윙재즈를 비롯, 폭스 트롯과 같은 사교댄스는 암울한 시대상황에 관계없이 퍼진다.

50, 60년대에 접어들면 차차차, 맘보 댄스가 열풍을 일으키며 무허가 교습소가 성행,뉴스에 올랐다. 60년대 정비석의 '자유부인'에 이르면 한손엔 장바구니를 들고 카바레에 드나드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사회적 공포의식은 극에 달한다. 70년대 '7공자 스캔들'로 사교댄스는 사회정화를 위해 축출되어야 할 대상으로 '찍히게'된다. 그러나 단속활동은 오히려 사교댄스를 밀실에 갖히게 하는 요인이 된다.

번 더 플로어 혼연일체가 된 볼룸댄스의 향연
번 더 플로어혼연일체가 된 볼룸댄스의 향연 ⓒ 서울예술기획

S#2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볼룸댄스

시대는 변했다. 볼룸 댄스는 스포츠요소가 가미된 사교 댄스로 발전의 발전을 거듭하며 한국내의 새로운 팬덤문화를 형성했다. 더이상 어두운 조명 속, 싸모님과 제비의 산물이 아니다. 이제 볼룸댄스는 생활밀착형 스포츠다. 이번 <번 더 플로어> 뮤지컬은 바로 볼룸댄스에 의한, 볼룸댄스를 위한 뮤지컬이다. 1920년대 국제 스탠더드 댄스로 인정받은 왈츠, 폭스트롯, 탱고, 퀵스텝, 비엔나왈츠와 룸바, 차차차, 삼바, 자이브, 파소도블레와 같은 라틴댄스의 끈적하고 섹시한 스텝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번더 플로어 블루 보이스의 댄스
번더 플로어블루 보이스의 댄스 ⓒ 서울예술기획

<번 더 플로어>는 프로듀서 할리 매드카프(Harley Medcalf )가 1997년 엘튼 존의 50회 생일을 기념하는 댄스파티를 기획하며 구상되었다. VIP 600명을 초대, 최고의 규모를 자랑하는 생일파티를 위해 지금까지 누구도 선보이지 않았던 스타일의 공연을 준비한다. 전통적 댄스와 록앤롤을 융합, 기존의 볼룸댄스가 무대에서 각자의 기량을 선보이며 경쟁하는 구조였다면 이번엔 하나의 팀을 이루고, 여기에 전체적인 안무를 가미, 균형과 절제를 갖춘 일종의 드라마로 승화시킨다.

번 더 플로어 아름다운 라틴댄스 룸바의 세계
번 더 플로어아름다운 라틴댄스 룸바의 세계 ⓒ 서울예술기획

브라질의 하층민중들이 살았던 지역 내, 노예들의 의식에서 비롯된 탱고(Tango), 1950년대 록큰롤 음악의 탄생과 더불어 실험정신 속에 만들어진 폭스 트롯, 브라질의 민족적 정체성이 녹아있는 삼바를 보는 건 기본. 쿠바와 아프리카의 정신이 빚어낸 느린 스탭의 '룸바'에 매혹되는 것도 잠시, 쉴세 없이 쏟아지는 강렬한 조명 속, 패션 디자이너 베르사체가 만든 화려한 의상을 입은 댄서들은, 서로의 몸을 탐닉하며 끈적한 남미의 에로스를 토한다.

번 더 플로어  앙상블을 이룬 화려한 댄스
번 더 플로어 앙상블을 이룬 화려한 댄스 ⓒ 서울예술기획

우아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파소 도블'과 '차차차'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종류의 볼룸댄스가 가진 '기존의 관념'을 철저히 부순채, 브로드웨이 스타일의 뮤지컬로 녹여낸다. 라이브로 연주되는 타악기 소리는 가슴 한 구석의 공허함을 열기로 매우고, 관객들로 하여금 무대로 뛰쳐나오라고 외치는 듯 했다.

▲ 번 더 플로어 Burn the Floor 4월 2일부터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상연되기 시작한 브로드웨이팀 내한공연 <번 더 플로어 Burn the Floor>의 4월 2일 공연 실황 하이라이트를 담았다.
ⓒ 문성식

관련영상보기


S#3 춤, 진부한 일상의 거울을 깨뜨리는 힘
공연을 보는 내내, 다시 한번 춤을 배우고 싶다는 욕망만 가득하게 일어난다. 4번의 커튼콜로도 모자라 후반공연은 20여분 더 연장되었다. 5시간만에 전석 티켓이 매진사례를 이룬 오사카 공연에 못지 않은 서울의 '볼룸댄스 팬들'의 얼굴은 흥건하게 땀으로 젖어있었다. 아무래도 '서울에 딴스홀을 허'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춤은 육체를 통해 서로의 기운을 전달하며 관객의 감각을 일깨운다. 상처에 찌든 육체는 감각적으로 무뎌지기 마련이다. '역동하는'몸을 바라모는 것만으로, 진부한 일상을 덮은 거울을 깨드리는 것 같다.

10년을 주기로 나는 춤을 배웠다. 발레에서 재즈무용까지, 40이 다된 나이지만, 여전히 몸 속에선 춤을 추고 싶다는 욕망이 스멀스멀 표면으로 기어나온다. 춤은 솔직하다. 손과 가슴을 껴안은 남녀의 열정은 진정한 '색'이 없는 무채색의 도시 서울에 건강한 '색'을 입히는 것 같다. 위증으로 가득한 불투명의 도시인들이여, 이제 춤에 빠져라. 지루한 이 세상에 불타는 춤의 구두를 던져볼 것.

볼룸댄스 포에버!

덧붙이는 글 | 본 공연은 4월 2-6일까지 계속된다



#번 더 플로어#볼룸댄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